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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계'는 물과 같은 선정을 가둬 달과 같은 지혜를 비출 수 있게 하는 '그릇'과 같다고 합니다. -사진은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수안 스님의 '천하일발' 중 일부-
 불교에서 '계'는 물과 같은 선정을 가둬 달과 같은 지혜를 비출 수 있게 하는 '그릇'과 같다고 합니다. -사진은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수안 스님의 '천하일발' 중 일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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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바른생활….

초등학교 때 배우던 교과서들 이름입니다. 누구나 이 책의 이름들을 들으면 교과목의 내용이 무엇이며, 내용에 따라 책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불경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이름을 지은 기준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30여 년 전인 1981년에 석암스님이 강의하시고, 석암문도회에서 편찬한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에 따르면 경의 이름은 일곱 가지를 기준으로 하여 짓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 이름을 짓는 일곱 가지 기준

경의 이름은 첫째 '반야경'이나 '열반경'처럼 경 안에 들어있는 진리 곧 법이 이름이 되는 경우, 둘째 '유마경'이나 '승만경'처럼 경의 주인공인 사람 이름이 경의 이름이 되는 경우, 셋째 '범망경'처럼 비유로써 경의 이름을 삼는 경우, 넷째 '묘법연화경'처럼 법과 비유를 합하여 경의 이름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섯째 '여래사자후경'처럼 사람과 비유가 합해져서 이루어지는 이름, 여섯째 '문수반야경'처럼 사람의 이름과 법이 합해져서 경명을 이루는 경우, 일곱째 '대방광불화엄경'처럼 사람의 이름과 법과 비유를 다 합해서 이루어진 경명 등이 있다고 합니다.(<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58쪽 갈무리)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은 세상 나이 77세 중 57년을 출가수행자로 구도의 삶을 사시다 1987년 5월 13일 적적 적멸에 드신 석암스님이 1981년에 강설 한 <범망경> 내용을 석암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도들이 다시 엮어 출판한 내용입니다. 

'범망경'은 상·하 두 권으로 되어있으며 상권에서는 보살수행의 42위 또는 52위의 계위(階位)와 중생이 본래 부처님 마음자리(心地法門)임을 밝히시고 '보살계'의 중요성을 밝히시며, 하권에서는 계목(戒目)의 실제적인 내용을 말씀하고 계시는 데 상하권 모두를 강설한 내용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입니다.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범망경 상·하권'을 쉽고 재미있게 풀이한 '참고서'

범망경 상·하권이 '교과서'라면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은 교과서 본문에 자세한 설명과 풀이, 재미있는 예문과 보기들을 더한 '참고서' 같은 내용이며 구성입니다. 범망경 이름의 유래부터 문제 풀이를 하듯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문을 들어 이해를 돕듯이 계를 제정한 경위나 동기 등을 설화로 들려주며 설명하고 있습니다.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표지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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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가정에 평화가 있은 뒤에 부처님 법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남편이 절에 가지 말라면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남편 몰래 절에 간다는 것이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이런 경우 남편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절에 대해 잘 인식시켜준 뒤에 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몰래 절에 가면 남편이 오히려 절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로인해 부부가 싸우게 되면 불화가 일어나고 아들딸들로 하여금 부모를 좋지 않게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불법을 믿는 것은 서로 평화스럽고 좋기 위해 믿는 것인데 이로 인해 가정에 불화가 일어나게 된다면 잘못입니다. 그러므로 남편을 이해시키고 평화스러운 가운데 서로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정성과 방편을 써야 합니다. -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92쪽-

석암 스님은 불자가 되기 전에 화합하고 소통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먼저 강조하십니다. 참으로 지당하고 백번 맞는 말씀입니다. 전도나 포교라는 미명하에 천당과 지옥을 들먹거리며 혹세무민하고 있는 일부 종교인들이 본받아야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계(戒)'는 원광법사의 화랑도 세속오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는 것을 이르고 있는 내용입니다. 석암 스님은 강설을 통해 마음을 닦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지혜 등과 어떻게 연관되는 가를 그릇과 물 그리고 달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계·정·혜를 사물에 비유해 말을 할 때 계를 그릇에 비유하고, 정(定)을 물에, 지혜는 달빛에 견주어 말합니다. 그릇이 견고해야 물을 담을 수 있고(戒) 물이 흐리지 않아야(定) 지혜의 달(慧)이 잘 비친다는 뜻입니다. 계기견고(戒器堅固)하야사 정수징청(淨水澄淸)하여 혜월정명(慧月長明)이라 합니다. 그 뜻은 계의 그릇이 견고해야 선정의 물이 맑게 되고, 물이 맑아야 지혜의 달이 환희 비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96쪽 -

초등학생 때 배운 어떤 내용의 자구(字句)는 시간이 지나면서 까마득해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통해서 자구의 내용을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한 우리는 자구의 내용을 기억하게 됩니다. 석암 스님께서 강설하신 범망경이 그렀습니다.  

'범망경'에 실린 자구 전부, '범망경'에 실린 십중대계와 사십팔경계 모두를 외운다거나 암송하는 건 힘들겠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설하고 있는 석암스님의 강설을 통해 범망경에 실린 부처님의 가르침과 오십팔계가 무엇인지는 쉽게 이해하며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수나라 때에 경사(京師:서울)에 술 만드는 사람 왕오(王五)가 매양 술독과 물속에 파리가 빠진 것을 보고 곧 집어내어 마른 재로 덮어 주었다가 살아나서 날아가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냈는데 우연히 다른 사람의 무고를 입어 사형을 언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록하는 전형관(典形官)이 판결을 쓰려고 할 때 파리 두 마리가 붓 끝에 앉아서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게 했습니다. 전형관(典形官)이 혹 왕오(王五)에게 억울한 일이 있지나 않은가 의심하고 그 일을 조정에 보고하여 다시 조사를 받아서 무죄로 석방한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방생살생현보록(放生殺生顯報錄)』에 실린 실록입니다. -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 181쪽 -

제 아무리 달빛이 좋아도 그릇이 견고하고 물이 맑아야 달이 비출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달빛이 좋아도 그릇이 견고하고 물이 맑아야 달이 비출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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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팔계 중 으뜸, 십중대계 중 첫 번째인 제1중계, 죽이지 말라(不殺戒)를 강설하시며 살생계의 제정 경위에 이어 응보를 설명하시는 내용입니다. 뱀 무리를 모두 태운 응보로 멸족을 당하고, 사슴을 쏘려다 아들을 쏘고, 개미떼를 보호해 준 응보로 수명을 연장 받은 이야기 등으로 왜 죽이지 말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불살계'라는 말은 기억하지 못해도 누구든 '죽이면 안 된다'는 건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훔치지 말라는 투도계偸盜戒, 음행하지 말라는 불음계不婬戒…… 불법을 파괴하지 말라는 재48경계 파법계破法戒까지를 설화 등으로 응보를 이야기해주고 제정경위를 설명하고 있으니 저절로 오십팔계를 알게 되고 지계(持戒)의 필요성을 익히게 됩니다. 

깨진 그릇을 봉합 해주는 풀이나 아교 될 것

작금의 한국 불교계는 몇몇 불미스런 일로 깨진 그릇처럼 물이 새고, 달이 비추지 못하는 깜깜한 밤중 같습니다. 석암 스님께서는 이럴 때를 경계해 누구든 범망경을 쉽게 새길 수 있도록 이토록 재미있고 알차게 설하셨나 봅니다.

출가수행자들은 물론 재가불자 모두가 석암스님이 강설한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을 두루 읽고 익힌다면 깨진 그릇은 봉합되고, 멀쩡한 그릇은 더 견고하게 해줄 심줄과 덧살, 풀과 아교로 기여할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석암스님 범망경 강설>┃편찬자 석암문도회┃펴낸곳 불광출판사┃2012. 5. 24┃값 25,000원┃



범망경 강설 - 석암 스님

석암문도회 편찬, 불광출판사(2012)


태그:#석안스님 범망경 강설, #석암문도회, #불광출판사, #계,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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