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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허가 된 분향소  폐허가 된 분향소 옆에선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고 있었다.
페허가 된 분향소 폐허가 된 분향소 옆에선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고 있었다. ⓒ 이명옥

어제(24일) 는 참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곳곳에서 경찰과 용역에게 짓밟히는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일상에 충실한 동안 대한문 앞에서는 아침 9시 반부터 분향소를 철거해 음식물 쓰레기차로 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분향소 물품을 음식물 쓰레기차에 처박아 실어갔다는 말에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에게 예의를 다하는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도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영상과 사진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부서진 분향소 앞 부서진 분향소 앞에 사람들이 몇 명 앉아 있다.
부서진 분향소 앞부서진 분향소 앞에 사람들이 몇 명 앉아 있다. ⓒ 이명옥

시민들은 어찌할 수 없어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겠지요. 트위터가 잘 뜨않아 오후 2시경에야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두 번째의 경찰 침탈로 대한문 앞은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가버린 폐허와 흡사한 모습이더군요.

두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3번째의 경찰 침탈이 일어났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은 이미 6월 22일까지 범대위(쌍용자 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집회신고를 마쳐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는 사실이지요.

범대위 측은 천막이며 현수막 개수까지 신고를 마쳤고 집회 허가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남대문 경찰서 경비과장은 합법적인 집회장소의 침탈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언론사와 영상팀들이 동영상으로 녹화를 떠 명백한 증거나 남아 있는 상태니 부인할 수 없을테지요.

범대위 측이 법적 자문을 받은 결과 경찰 측의 명백한 범법 행위임이 밝혀졌으니 경찰은 어떤 형태로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경찰이 천막 덮개를 뺏고 있다. 경찰이 갑자기 달려들어 천막  덮개 천을 빼앗아 가고 있다.
경찰이 천막 덮개를 뺏고 있다.경찰이 갑자기 달려들어 천막 덮개 천을 빼앗아 가고 있다. ⓒ 이명옥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도착해 심란한 풍경을 지켜보다가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경찰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천막 천을 빼겠다는 것이었고 여성 분들과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 서로 팔을 끼고 자리에 누웠습니다만 역부족이더군요. 경찰은 끝내 그 천막 천을 잡아당겨 가져가려고 학생들을 드러내고 밀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사진을 짝다가 경찰에 밀려 무릎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미는 바람에 무릎을 다쳤다.
사진을 짝다가 경찰에 밀려 무릎 부상을 입었다.경찰이 미는 바람에 무릎을 다쳤다. ⓒ 이명옥

힘없는 여성들은 울부짖었고 사진을 찍던 저는 경찰에 밀려 무릎이 부딪히면서 심한 통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져 진통제를 바르고 쉬고 있는 중인데 이건 누구에게 보상을 받아야 하나요? 전 엄연히 사진을 찍어 올리는 1인 미디어이고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자 <서울의 소리>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인데 말입니다.

경찰의 막무가내식 침탈에 항의하던 학생과 한 시민이 경찰차로 끌려들어갔습니다. 항의 과정 중 몸싸움이 일어나 경찰이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였지요. 먼저 침탈을 해 천막 천을 강탈하는 범법을 저질러 원인을 제공했고 서로 몸싸움 과정에 벌어진 일인데다 학생도 있으니 경찰차에서 내보내달라고 하자,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맞은 경찰이 잡아간 것이라 자기는 풀어줄 권한이 없다며 발뺌을 하더군요.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럼 분명한 범법 사실임을 알면서 명령에 따라 무조건 침탈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침탈을 한 후 명령에 따라 자리를 비키는 경찰 경찰이 침탈을 한뒤 자리 이동을 하고 있다.
침탈을 한 후 명령에 따라 자리를 비키는 경찰경찰이 침탈을 한뒤 자리 이동을 하고 있다. ⓒ 이명옥

자신이 책임지겠다던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과 경찰들은 합법적인 집회장에 무단침탈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물러서더군요. 3차에 걸친 침탈에 의한 분향소 철거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퇴근 후 속속 몰려들었습니다. 천막이나 자리 하나 없는 폐허 속에서 시민들은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자유발언도 하며 강고한 연대를 약속했습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백기완 선생님이 이명박 정부는 머리를 조아려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백기완 선생님이 이명박 정부는 머리를 조아려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이명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발언을 통해 3 가지 당부를 하시더군요.

첫 번째는 ' 쌍차 문제를 풀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이명박 정부 사과나 대안 제시는커녕 대한문 분향소 강제 철거를 통해 쌍용차에 칼끝을 들이댔다. 이것은 쌍용차 노동자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칼끝을 겨눈 것이다. 그러니 진실이 현장을 보고 돌아가는 학생과 시민들은 이 사실을 가족과 친구에게 알려  많은 이들이 대한문 앞으로 모여올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지요.

두 번째는 '통합진보당 내부 문제를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진보운동 전체를 탄압하고 말살하려는 것이니 그대로 좌시해선 안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방송 노조간부들을 모두 감옥에 넣겠다고 위협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 정부의 언론장악을 위한 음모다. 현 정부는 조·중·동·매 4개의 종편 방송을 허가했고 MBC·KBS·YTN 등의 방송사를 짓밟고 억압하고 있는데 이것은 박근혜에게 정권을 이어가게 하려는 사전 작업이니 언론 장악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노동의 권리는 철저하게 파괴되고 탄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새벽은 밝아 오는 법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사실은 진리니까요.

자리를 지키는 이학영 국회의원 당선자 이학영 국회의원 당선자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자리를 지키는 이학영 국회의원 당선자이학영 국회의원 당선자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 이명옥

이제 노동자 민중들이 다시 뭉치고 일어서야만 합니다. 자유와 권리는 단 한 가지도 거저 주어진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제 다시 주울대(자존심)을 굳게 지키며 새녁빛(민중의 자존심으로 움터오는 새벽 빛)을 대한문 앞에서 함께 일궈봅시다.

우리 모두를 겨눈 칼끝에 쓰러질 수는 없으니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끈질긴 뚤매(부활)의 힘으로 함께 사는 사람 세상 만들어봅시다.

덧붙이는 글 | 서울의 소리에도 송고합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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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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