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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일몰...
▲ 자전거 길... 낙동강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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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로 이어지고...
▲ 자전거 길... 길에서 길로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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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에 개통했다는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을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나란히 자전거 산책을 해본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좀처럼 자전거 타고 개통된 자전거길을 가 볼 시간이 마땅찮아 이제나 저제나 미루다가 드디어 일부러라도 시간 내보자 싶어서 오늘(20일) 오후에라도 시간을 내보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부산 낙동강 하구둑 끝에서부터 인천까지 달려보고 싶지만, 일단 가까이 있는 원동역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서부터 경북 안동댐까지는 389km이고, 부산에서 인천까지는 1757km 거리다. 자전거를 타고 그만큼 가려면 제법 여러 날 잡아야할 것 같으니 아쉬움을 달래며 가까운 길이라도 만나고 오자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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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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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두 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보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고 좀 먼 거리를 달려보는 것도 꽤 오래된 것 같다.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대문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나와 길을 건너고 자전거로 달려 물금 김밥집에서 김밥 몇 줄을 사서 낙동강 가 쪽으로 향했다. 등에 맨 가방에는 여벌옷과 물통, 참외 두 개, 방금 산 김밥 몇 줄이 들었다. 예전에 이맘때쯤이면 낙동강변 쪽에 있는 넓디넓은 밭에서는 감자를 캐느라 한창이었고 우린 수확하고 난 감자밭에서 미처 다 챙겨가지 못한 감자를 줍고 캐곤 했다. 이젠 감자밭은 사라지고 비어 있었다.

낙동강 옆에 하얗고 긴 자전거길이 나 있었다. 시원한 나무 아래 정자 앞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자전거길 위에 올라섰다. 우리 앞에도 뒤에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두 바퀴를 저어 천천히 나아갔다. 물금취수장을 지나 편백나무가 빽빽한 서늘한 길을 거쳐 물문화전시관 앞에 당도했고 황산잔도 베랑길이 눈앞에 이어졌다. 왼쪽에 넓고 긴 낙동강을 옆에 끼고 오른쪽엔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 자전거 바퀴 저어가는 길은 황산 베랑길과 끝이 없을 듯 이어지는 자전거길이다. 상쾌한 강바람이 불기까지 해서 기분 좋게 달리는 길이다.

황산 베랑 길...
▲ 자전거 길... 황산 베랑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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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잔도 베랑길. 황산은 낙동강의 옛 이름이고, 잔도는 깎아지른 벼랑길을 뚫거나 선반을 달아놓은 듯이 만든 다리를 말하며, 베랑은 벼랑의 경상도 사투리다. 황산잔도는 조선시대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대표적인 길인 영남대로의 3대 잔도 중 하나였다고도 하고,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향하던 청운의 발걸음이 만든 길인가 하면, 골짜기에 사는 농부와 강을 터전으로 삼은 어부들이 만든 길이었다고도 한다.

강물과 바람과 햇빛과 나날이 싱그러운 오월의 숲, 산을 끼고 이따금 열차와 함께 동행 하며 자전거 바퀴를 굴렸다. 황산 베랑길 바닥재는 나무 바닥재를 깔았고 지날 때마다 다리 밑에서 교각을 감아 도는 강물이 쿨럭 쿨럭 소리를 냈다. 황산 베랑길 끝에는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종주 인증센터가 세워져 있었다. 빨간 빛깔의 공중전화 부스인가 싶었지만 옆에 가서 보니 인증센터라고 쓰여 있었다. 강가에 서 있는 인증센터는 자전거종주 시작점인 셈이다. 이곳에서 인증 스탬프를 찍어 안동으로 인천으로 가서 다시 인증서를 받아 오는 것인 듯했다.

쌩 쌩 신나게 달려오는 아이들...
▲ 자전거 길... 쌩 쌩 신나게 달려오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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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위를 걷고 있는 남과 여...
▲ 자전거 길... 모래톱 위를 걷고 있는 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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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눈이 부시다 못해 시렸고 강바람은 상쾌했다. 자전거길은 대체적으로 고도가 거의 없이 평지 길로 우리 앞에서 나타나고 지나가고 또 나타나면서 끊임없이 길은 강을 끼고 길에서 길로 이어졌다. 이대로 하염없이 자전거 두 바퀴 굴려가다 보면 삼랑진을 지나고 밀양을 거쳐 안동에 이르고 또 멀리 멀리 인천까지 닿겠다. 자전거 종주길 끝에서 끝까지 가다보면 며칠이나 걸릴까 궁금했다.

화제 마을 앞쪽에 있는 자전거길에는 체육시설을 갖춘 쉼터가 있었다. 강가를 바라보고 있는 벤치도 있어 앉아보았다. 강가 모래톱이 있고 강물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바람 따라 끊임없이 잔잔한 무늬를 만들며 바람의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온 길 옆에는 오봉산이 멀리 우뚝했다.

원동까지 갔다가 되돌아 가는 길...
▲ 자전거 길... 원동까지 갔다가 되돌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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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휴식 후 일어나 다시 출발, 오후 3시가 넘어서 집에서 나왔으니 원동까지 갔다 오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힘껏 밟아온 길은 우리 뒤에 길게 깔리고 가지 않은 앞에 길은 또 부지런히 우리 앞에 나타나고 뒤로 물러났다. 숲과 강을 끼고 돌기도 하고 잠깐 강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강을 만나 벗하며 돌기도 하고 이따금 나타나는 기차와 함께 달리기도 했다. 강바람에 꽃가루가 하염없이 날리는가하면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롭고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은 자전거 길을 달려 원동까지 닿았다.

이제 왔던 길 따라 다시 자전거 바퀴를 저어갔다. 꽤 긴 길인가보다. 다리에 힘이 풀려 조금 힘들었고 어느새 몸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바람마저 마주 불어서 자전거 바퀴는 더디 굴러갔다. 다시 방향을 바꿔서 가는 길은 또 다른 배경을 우리에게 안겨주곤 한다. 화제가 가까워지면서 오봉산을 마주바라 보며 가는 길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꽤 오래 오봉산을 바라보며 달렸다. 어느새 해는 서녘 하늘로 기울고 조금씩 낙조가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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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일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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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황산베랑길 자전거종주 인증센터 앞에 이르자 마침 강물이 노을빛으로 빨갛게 물들어갔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동안 황산 베랑길 앞에서 낙동강을 마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점점이 물들어가는 서쪽 하늘과 낙동강물이 조금씩 표정을 달리하면서 붉디 붉게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분초마다 표정을 달리했다.

붉게 변하는 해와 점점 붉어가는 해의 빛깔 따라 변해가는 강물의 표정.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노을빛 풍경이었다. 마침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강물 위에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이 있어 멋진 그림을 연출해주었다. 해가 기울면서 짙게 물들었다가 다시 엷은 빛을 띠면서 강물 위로 붉게 번지더니 다시 엷은 빛깔로 흐려지면서 해는 서쪽 산 뒤로 숨어들었다. 황홀한 일몰이었다.

이 노을빛 보고 싶어서라도 낙동강 일몰을 보기 위해서라도 자주 나와야겠다, 생각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도착했을 땐 어둠이 출렁거렸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 면서 장장 4시간 동안 왕복한 자전거길. 휴~ 집에 돌아오자마자 녹초가 되어 뻗어버렸다. 내 마음속에 오늘 만났던 자전거길, 그 중에서도 황산 베랑길에서 바라본 황홀한 일몰이 어른거렸다.

황산베랑길에서 만난 황홀한 낙조...
▲ 자전거 길... 황산베랑길에서 만난 황홀한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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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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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종주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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