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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 해라' 그들만의 버스연애장면
 '네멋대로 해라' 그들만의 버스연애장면
ⓒ MBC홈페이지(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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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딸래미 전경(이나영 분)이 소매치기 남자 고복수(양동근 분)를 사랑하게 된다. 소매치기 남자 고복수도 부잣집 딸래미 전경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부잣집이라는 타이틀도, 소매치기라는 직업도 보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정작 그들에게 '부잣집' '소매치기' 이런 단어는 없다. 전경과 고복수는 상대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했다.

전경과 고복수는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주인공답게 멋지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난 매회, 눈가가 쓰라리도록 눈물을 꾹꾹 누르며 그들을 지켜봐야 했다.

그들처럼 사랑하며 살고 싶었다. 그게 앞으로 내가 시작할 사랑의 모토라며, 저런 사랑이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며 부르짖고 다녔다. 그게 벌써 약 10년 전쯤? 그때부터 전경과 고복수는 내 친구인 셈이었다.

<네멋대로 해라> 방영이 끝난 이후에도, 사는 게 모래 씹는 것 마냥 버석버석하고,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나지 않을 때, 혹은 엄청나게 울어버리고만 싶을 때. 나는 그 드라마를 몇 번이고 봤다. 아마도 수십 번은 됐을 것 같다. 내 순수함이 퇴색된다고 느낄 때마다 씻어내기 위해서 보고, 또 봤다. <네멋대로 해라>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보는 이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말이다. 밴드 키보디스트 전경, 소매치기에서 마음을 다잡고 스턴트맨으로 전향하게 되는 고복수. 그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과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전경은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했고, 자신이 음악을 생산해내고, 배출해내는 일이 큰 행복이었다. 안타깝게도 부잣집 아빠는 그런 딸을 싫어한다. "음악 하라고 음대 보냈더니 이렇게 병신 짓만 하고 있다"며 본인의 친구 앞에서 딸에 대해 말하는 아버지는 딸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아버지다. 그에게 딸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다. 고복수는 아버지에게 상처 받는 이런 전경을 위로해준다.

이런 고복수는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매치기를 하면서 쉽게 번 돈을 반성하게 되면서 스턴트맨의 세계에 뛰어든다. 한 컷의 장면을 담기 위해서 위험천만함을 무릅쓰고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스턴트맨에게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돈을 이렇게 버는 거였구나."

고복수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쉽게 번 돈이 어떻게 쉬이 써지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어도 참고 어렵게 번 돈은 쓰기 아까울 정도의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 가르쳤다. 소매치기였다가 뇌종양까지 걸려버린 그 남자가 말이다. 드마마 속 시한부의 청년은 내게 행복을 물었다. 그 행복을 찾고, 또 지키려 애까지 쓰는 고복수와 전경의 삶에 하이파이브를 치고 싶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트러블 메이커 20대의 수다

'네멋대로 해라'의 전경이 밴드공연을 하면서 키보드 연주를 하는 장면
 '네멋대로 해라'의 전경이 밴드공연을 하면서 키보드 연주를 하는 장면
ⓒ MBC홈페이지(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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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살자" "할 말은 하고 살자" "행복은 돈이 아니다" 

어쩌다보니 친구들과 막걸리를 홀짝이며 떨었던 수다는 내게 <네멋대로 해라>의 전경과 고복수를 떠올리게 했다. 참 오랜만이다. 경이와 복수를 만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잊고 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써 떠올리지도 않았따.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잡은 나와 내 친구들. 이제 막 스무살,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20대의 핵심들이 어쩌다보니 다 모였다.

"그 땐 그래서 행복했다."
"돈에 쫓겨 일을 시작했을 때 불행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 더 놀아보고 싶다."
"내안에서 집중해서 고민해보니 이 일을 그만두고 무엇을 하게 될지 그림이 그려진다."

수다를 떨면서 나 내 친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막걸리 때문에 벌겋게 된 것인지, 이야기에 퍽 취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내 멋대로, 네 멋대로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만한 나이의 우리들이 모여 하는 얘기들은 그야말로 절실했다. 그리고 진솔했다.

각자의 삶에서 싸안고 있던 모든 고민들을 모두의 앞에서 놓아버리는 순간, 모두가 행복해졌다. 얘깃거리, 고민거리들이 맞닿은 지점엔 늘 선택이 존재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닿아 있기 때문에 섣부를 수 없는 일이다.

안정된 직장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의 고민, 좀 더 프리(free)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님 얼마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절대 프리하지 않은 삶을 선택할 것인가. 분명 나는 젊은데, 젊지 않다며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의 트러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가 트러블메이커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게 아닌가'라는 자조 섞인 웃음도 나왔다.

불치병에 걸리지 않아도 행복을 택할 것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가 스턴트맨 연습실을 찾은 장면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가 스턴트맨 연습실을 찾은 장면
ⓒ MBC홈페이지(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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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계속 다가올 것이다. 그때마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택에 있어서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만이 젊든, 늙든 행복과 청춘을 외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달, 내년, 내후년, 시간이 계속 흘러 10년 뒤, 20년 뒤... 그 즈음엔 우린 무얼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우리는 그 때도 자유를 부르짖으며, 행복을 희망하며 막걸리 사발에 막걸리를 붓고 있지 않을까.

그러할 것임이 분명한 우리는, 그때도 청춘일 것이며 그때도 행복할 것이다. 분명 고복수처럼 뇌종양 말기가 되고 나서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치열하게 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린 불치병에 걸리지 않아도 충분히 삶의 소중함과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태그:#20대, #행복, #네 멋대로 해라, #전경, #고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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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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