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한 소형 SUV ‘트랙스(Trax)’.한국 소형차 SUV 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사진제공ㆍ한국지엠>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한 소형 SUV ‘트랙스(Trax)’.한국 소형차 SUV 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사진제공ㆍ한국지엠>
ⓒ 한국지엠

관련사진보기


완성차 업계 세계 1위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ㆍ이하 지엠)는 지난해 순이익 76억 달러, 주당 이익 4.58달러를 각각 기록해 글로벌 판매 1위를 탈환했다.

지엠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1503억 달러로 2010년 1356억 달러보다 11%(=147억 달러)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83억 달러)도 32.9%(=13억 달러)나 늘었다.

최근 한국지엠에 따르면, 지엠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10억 달러, 주당 이익 0.60달러를 달성했다. 지엠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78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 매출액보다 16억 달러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22억 달러로 2억 달러 증가했다.

이렇듯 지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지엠의 영업이익은 초라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지엠이 지엠에 황금알만 낳아주는 거위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지엠 2011년 매출액 15조 원인데, 순이익 1200억 원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은 지난해 매출액 43조 원을 기록, 영업이익 5조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지난해 15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 1100억 원, 당기순이익 120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지엠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2010년에 매출 12조5974억원, 영업이익 756억7000만원을 기록했으며, 당기 순이익은 5855억 원으로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경영실적을 2010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2조4000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80억 원, 4600억 원이 준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자그마치 3600억 원, 당기순이익은 4200억 원 줄어든 초라한 실적이다. 현대차는 차량 판매단가를 높여 대당 116만 원의 판매 이익을 남긴 반면, 한국지엠은 대당 8만 원을 남긴 셈이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할까?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글로벌 소형차 쉐보레 아베오[Aveo : 미국 판매명 소닉(Sonic)]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최근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소형차로는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글로벌 소형차 쉐보레 아베오[Aveo : 미국 판매명 소닉(Sonic)]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최근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소형차로는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국지엠

관련사진보기


수출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 ... 한국지엠 더 일하고 덜 벌어

한국지엠과 현대차의 이 같은 차이는 두 회사의 수출 구조에서 발생한다. 현대차는 신차를 개발하고 양산해 그에 걸맞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데 반해, 한국지엠은 지엠 본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수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대당 판매가격은 2007년에 비해 27% 올랐지만, 한국지엠은 12% 정도 인상됐다.

게다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노동생산성은 현대차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편성효율(Line Balance : 생산라인을 구성하는 각 공정에 있어서 소요시간의 Balance 상태)이 현대차보다 30% 이상 높다. 차량 생산에 투입되는 인건비 역시 현대차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엠 생산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 강도로 일하고, 임금은 덜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이 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더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과 비교해보면, 먼저 원자재 가격은 많이 인상됐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수 원자재인 열연철판의 가격이 2007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부품비도 20% 가까이 올랐다. 이런 이유로 한국지엠의 차량 생산 원가(CKD 포함)는 2007년에 비해 24%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 여건은 2007년에 비해서 훨씬 나았다. 그 원인은 환율 때문이다. 원화 환율은 2007년 900원대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1100원대다. 달러로 계약하는 수출구조 특성상 똑 같은 달러 액수로 수출하면 20% 가까이 더 버는 셈이다.

그런데, 2011년 대당 제조원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2007년에 비해 24%나 증가했지만, 매출액은 20%밖에 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15조 원으로 사상 최대임에도 불구, 당기순이익은 1200억 원밖에 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생산체제의 허상... "종속적 관계 청산 없이는 악순환 되풀이"

그러면 이 같은 현상은 왜 나타날까? 그 이유는 한국지엠의 수출 가격이 지엠 본사에 철저히 종속돼 책정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엠의 글로벌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의 생산량과 판매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차 생산으로 비용이 늘어나도, 지엠 본사에서 그에 합당한 가격으로 올리지 않으면, 한국지엠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문제다.

한국지엠은 2010년에 옛 'GM대우' 브랜드를 버리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했다. 또한 6종이 넘는 신차를 생산해 세계 50여 개 국가에 공급했다. 한국지엠이 개발비부터 신차 양산에 따른 각종 투자비를 댔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지엠의 대당 수출가격은 완성차의 경우 2007년에 비해 12% 올랐을 뿐이다. 원자재 가격이 두 배가 넘게 오르고, 부품비도 20% 넘게 상승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식이면 더 많이 수출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신차 생산을 위한 개발비 등 투자비 문제도 심각해 보인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6600억 원을 투자했고, 신차 생산을 위한 설비에도 2800억 원 가까이 투자했다. 2007년에 비해 연구개발비는 10%, 신규설비투자비는 85% 늘어났다.

이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비는 지엠의 글로벌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이 지출한 것이다.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판매 이익을 챙기는 지엠은 2007년에 비해 67억 원만을 추가로 지원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측은 "한국지엠이 글로벌 지엠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훨씬 더 많아졌는데, 그에 비해 지엠 본사에서 지원하는 돈은 쥐꼬리만큼만 늘었다는 이야기"라며 "한국지엠은 신차를 생산하고 더 많은 개발 투자를 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지엠의 한국지엠에 대한 수탈형 투자 방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한국지엠이 글로벌 생산체제 속에서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지엠 측은 "그런 시각이 있으나, 신차 개발비는 지엠 자회사가 글로벌 생산체계로 개발한다. 연구비도 공동 분담해서 개발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스파크와 아베오 개발은 전액 한국지엠이 투자해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알페온, 말리부 등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생산 체제로 개발된 차종은 로열티도 내지 않아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엠에 황금알 낳는 한국지엠, 수익은 쥐꼬리?

한국지엠지부가 주장하듯이 한국지엠은 지엠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내수판매는 14만705대로 2010년보다 11.9% 증가했고, 완성차 수출도 66만 7604대로 6.7% 늘었다. CKD(=부품을 수출해 목적지에서 조립해 완성품으로 판매하는 방식)도 124만 3665대를 기록해 2010년보다 14% 증가했다. 매출액도 2010년보다 18% 늘었다.

전 세계 쉐보레 승용차 판매대수가 344만 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지엠이 전 세계 쉐보레 판매의 6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힘입어 지엠은 지난해 1500억 달러 매출에 93억 달러 순이익을 남겼다. 원화로 10조 원이 넘는 규모다. 북미ㆍ중국ㆍ동유럽 신흥국에서 판매 증가가 원동력이었다. 동유럽 신흥국에 판매되는 쉐보레 상당수는 한국지엠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물량이다.

한국지엠지부는 2012년도 임금ㆍ단체협약 협상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지엠 관계자는 "쉐보레를 생산하는 한국지엠의 위상은 지엠 내에서 상당하다. 재무실적이 나오기 전부터 노조와 2대 주주로 참여하는 산업은행에 실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무적으로 꼼수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GM(지엠), #현대자동차, #한국지엠지부, #쉐보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