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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 일부 사진 캡쳐(출처.오마이뉴스)
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 일부 사진 캡쳐(출처.오마이뉴스) ⓒ 성호스님 제공

"108배 참회로 지난날의 과오가 과연 치유될까요. 이미 뼛속 깊이 상처 입은 2천만 불자들의 불심은 그 누가 치유해 줄까요. 정답은 자승 총무원장 스님께서 권력을 내려놓고 입적할 때까지 선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길일 겁니다."

저는 지난 기사(<"자승 총무원장 스님은 물러나시라">)를 통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조계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총무원장 스님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옳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최근의 진보당 내부 정파 권력의 헤게모니 싸움과도 연상되겠지만 불교계에서 오랫동안 만연된 종파별 헤게모니 투쟁으로 인해 이미 불자들의 마음은 거죽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기사에도 이미 밝혔다시피 자승 스님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은 이미 언론과 원로 스님들의 인터뷰 속에도 많이 공개가 되어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번 사건 말고도 불교계에선 이미 스님들의 곡차(음주)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스님도 사람인지라 왜 술과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습니까마는 그것도 중용의 도를 내세우며 조금씩 사부대중과 가까이 하기 위함이겠지요.

하지만 최근 드러난 도박사건을 접하면서 그 행태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자로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도덕적 타락의 행태들이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스님, 부처님의 법문을 잊으셨나요

역사 속 불교는 수많은 핍박과 압제의 굴레 속에서 산 속으로 쫓겨 다니면서도 민족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내기위해 정진해왔습니다. 허나 최근 수 년 사이 불교도 기독교 교회처럼 도시 속에 많은 사찰이 들어서고 열 집 건너 목탁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부대중과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는 불교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따뜻한 공동체 문화 창달을 위해 함께 정진하려는 숨은 가치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본래 취지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최근 들어 스님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형국입니다. 성추행, 폭행, 음주사고, 각종 이권개입 등 스님으로서는 행해서는 안 될 초유의 작태들이 불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도박 사건은 특히 자승 총무원장 스님을 추대했던 종단의 집행부 스님들께서 저지른 중대한 치욕으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탓에 국민들은 불교에 등을 돌리며 갖은 루머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단순히 108배 참회, 정진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도자라면, 특히 종교계의 수장이라면 스스로 자성과 쇄신의 결사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입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2000만 불자와 타 종교인들에게 백배 참회하는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최근 꾸려진 자승 스님의 새로운 집행부가 불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몰래카메라 동영상 배후를 캐겠다고 합니다. 또한 검증과 확인도 되지 않은 일부 스님의 발언을 그대로 언론에 내보내 무차별적인 흠집내기에 나선 언론들에게도 책임 여부를 묻겠다고 하니 참으로 당황스럽습니다.

진정성이 없으면 불교계 혁신은 없다

불교계는 MB정권 들어 종교편향정책 등의 사태로 말미암아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단결과 화합의 의미가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사태가 그동안 읍소했던 모든 종교평화의 메시지를 단박에 훼손시킬 수 있어 우려됩니다. 33대 조계종 총무원이 밝힌 4개년 계획처럼 이젠 스스로 불교계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수장이 먼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응당 옳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항상 불교계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이슈메이커를 자처했던 김영국 거사는 한 언론사의 칼럼을 통해 "진정성이 없으면 결코 불교쇄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렇듯 지금 필요한 건 자승 스님의 108배 참회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질 줄 알고 물러나는 개혁의 진정성인 것입니다.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지난 2010년 불교정화운동 50주년 학술세미나를 통해 "조계종단이 세속에 물들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사정치 집단화 되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부 기득권 종파세력의 정치놀음으로 인해 1600년 불교역사의 정체성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과 다름 없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종교인이었지만 항상 대중들의 마음속에 위대한 선각자로 존경을 마지않았던 법정 스님은 저서 <무소유>를 통해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가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스님은 또한 <오두막 편지>를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항상 의심하라"고 법문을 남기셨습니다.

2주가 지나면 부처님 오신 날의 봉축법요식이 봉행됩니다. 올해 조계종 법요식의 모토는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이라는 소박한 바람을 담았습니다. 진정 이 법구처럼 스님들 스스로가 사부대중들에게 마음에 평화를 주고 있는지, 세상에 행복을 보듬고 있는지 뼛속깊이 자문해봐야 할 때입니다.

혹시나 부처가 전한 법문을 악용해 신도들의 불심을 유린하고 있다면 이제 그만 불상 위에서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도 탐진치 삼독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 그만 권력의 탈에서 벗어나시길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법정 스님의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조계종 도박 사건#쇄신과 결사#자승 총무원장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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