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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개최 당시 코엑스 전경(2010년 11월 12일 자료사진)
 G20 개최 당시 코엑스 전경(2010년 11월 12일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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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의 도심형 복합 엔터테인먼트 상업시설로 개관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코엑스몰이 개장 12년 만에 리모델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엑스몰 매장을 임차해 사업을 하던 임차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코엑스몰을 운영하고 있는 무역협회의 자회사인 '코엑스㈜'(아래 코엑스)가 해당 임차인들에게 지난 3월 27일 '임대차 계약 종료 및 갱신거절'(종료일 : 2012년 5월 31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운데, 200여 임차인들은 "기존입점자에 대한 재계약 보장을 해달라"며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 "세계적인 랜드 마크로 거듭나겠다"

코엑스몰이 밝히고 있는 계획에 따르면 리모델링 대상은 260여 곳의 점포, 15만2118㎡이고 1600억 원 가량의 리모델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터미널과 영화관, 아쿠아리움, 호텔 지하 쇼핑몰 등은 리모델링 대상에서 제외됐다.

리모델링 공사는 현재 지하 1~2층에 있는 코엑스 몰에서 수평으로 땅을 파내 증축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예정 공사부지는 코엑스몰 동쪽과 영동대로 사이에 있는 무역협회 부지 지하다. 또 지하 1~4층에 걸쳐 1개 층마다 1650㎡(500평) 가량의 추가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코엑스는 지난 2월 설계업체 공모를 마치고, 우선협상대상자인 정림건축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3월 22일에는 코엑스몰 리모델링 건설사업관리(CM) 용역에 대해 입찰을 공고하기도 했다. 사업과 관련해 무역센터내 트레이드타워 등 6개동 등 약 15만2118㎡에 대해 설계 시공(감리 포함) 준공 후 건설사업관리에 대해 용역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코엑스 측이 밝히고 있는 일정에 따르면 3월부터 하반기 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시행하고, 내년 1월께 단계별 공사가 시작된다. '코엑스몰 그랜드 오픈'은 2014년 하반기로 잡혀 있다.

임차상인, '상권 살려 놨는데 무역협회가 토사구팽해...'

코엑스몰 임차인들이 지난 10일 오후 재게약 거절 통보와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있는 중이다.
 코엑스몰 임차인들이 지난 10일 오후 재게약 거절 통보와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있는 중이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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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는 지난 3월 27일, 상인들에게 '임대차 계약 종료 및 갱신거절' 안내 통지문을 보냈다. 통지문에는 '향후 리모델링 공사는 일시에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단계별로 시행됨에 따라 매장의 공사 개시시점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인도 시기는 달라 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엑스의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임차 상가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된 임차인들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의 불만은 '지난 12년간 상권을 일궈놨는데, 무역협회가 상생의 정신을 내팽개친 채 자회사인 코엑스를 앞세워 자신들을 토사구팽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일(목) 코엑스 지하에 있는 '코엑스몰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한창규 위원장을 만나봤다.

"12년을 공들여 가꿔왔는데... 나가라니"

- 코엑스몰 상권은 어떻게 형성이 됐는가.
"2000년도 아셈회의 직후 무역협회는 당초 지하주차장이던 이곳에 상가를 조성하겠다며 설계도면이 나온 상태에서 신문 등 매스컴 통해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상인들을 모았다. 당시 입찰에 응한 상인들은 지하주차장에 경계표시선만 그어 놓은 상태에서 코엑스 측에서 준 도면만을 보고 현장 확인 한 번 못한 상태에서 입찰을 받았다. 이후 상인들이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직접 벽체를 세우고 천정부터 바닥까지 인테리어를 한 후 그해 5월에 영업을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상가라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사실 거의 망한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은 1년 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2001년도 재계약 당시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했다. 대략 70개 업체가 넘었다. 나같은 경우에도 40평대 매장을 맡았다가 1년 만에 3억 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동선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손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1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도 재계약 당시에는 50여 개 상가가 코엑스몰에서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경우, 2003년부터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상가가 자리를 잡는 동안 어렵게 매장을 꾸려 왔던 것이다. 이런 사정은 나머지 상인들도 대동소이하다."

- 코엑스의 재계약 거절 통보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곳에서 지난 12년 동안 큰 행사를 세 번 치렀다. 아셈회의, G20, 핵안보정상회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상인들은 큰 손해를 봐야만 했다. 그런 행사를 한 번 치르려면 기관원들이 실시하는 보안 관련 정책 때문에 거의 1달 정도 영업을 못한다. 지난 핵안보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도 경찰이 상주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는 행사 기간 중에는 전철까지 정차시키지 않고 무정차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인들은 '국가적 대사이니 협조하자'는 마음에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핵안보정상회담이 끝나는 그 날부터 코엑스는 우리 상인들에게 '재계약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보냈다. 이에 앞서 경영진들은 그동안 우리 상인들에게 '나중에 리뉴얼하게 되면 재입점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했음에도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계약종료 및 갱신거절' 문서를 받게 된 것이다.

핵안보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하루쯤이라도 더 있다가 문서를 보냈다면 분이 덜 할 것이다. 핵안보정상회담 관련 상인들의 협조를 받을 때까지는 아무 소리 안 하다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공문을 보내온 처사는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영세상인은 발 붙일 공간이 없을 것"

코엑스몰 비상대책위원회 한창규 위원장
 코엑스몰 비상대책위원회 한창규 위원장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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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엑스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코엑스 측은 상인들이 이달 말로 예정된 재계약 종료와 관련해 자신들이 통보한 것에 협조한다면, ▲ 공사를 4단계로 하니까 그동안에는 장사를 하게 해주는 것 ▲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 입점업체를 모집하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제한입찰 방식으로 해 현재 임차 상인들에게 10%의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같은 코엑스 측의 입장은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회의실에 전체 임차인들을 모아놓고 전후 사정은 이렇고 대책은 어떻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코엑스 측에서는 임차 상인들을 개별로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코엑스의 리모델링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약 2~3년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리모델링 공사를 하게 되면 매장이 어떻게 구성된다는 등의 청사진을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단지 '수수료 매장화(化)'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코엑스가 두 가지 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영세상인들 대신 브랜드 업체나 대형 업체들로부터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아 챙기면서 수입을 안정적으로 챙기겠다는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현재 영세 임차상인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 코엑스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코엑스는 사기업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무역협회라는 공기업의 자회사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염두해야 하는 '대의'를 망각하고 있다. 물론 공기업이라고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반성장이라는 대의를 잊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코엑스 몰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 대기업 같은 경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광고 효과만을 노려 이곳에 안테나숍이나 이미지숍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상인들은 현실적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가의 입찰 금액을 적어 넣을 수 없다.

실제로 한 제과업체는 평당 1억 원에 달하는 입찰금을 넣고 가게를 운영하다가 도저히 수익을 맞추지 못해 나갔다. 또, 지난 12년을 돌이켜 봤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 나간 영세상인들 임대매장을 H백화점에서 차지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2014년 입점을 다시 할 때, 현재의 임차상인들은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코엑스가 갱신거절 통보를 했다.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12년 동안 갑을관계로 (입찰금을) 올려 달라는 대로 다 올려줬고, 협조해 달라면 다 협조해줬다. 그런데 어떻게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가. 무역협회라는 공기업이 먹고사는 문제를 가지고, 상인들의 생존권을 가지고 한마디 말도 없이 (리모델링을) 밀어부치는 것은 몰상식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내쫓을 때는 대화라도 해서 '기준선이 이거니까.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나가'라고 하는 게 상식 아니겠는가.

큰 프로젝트를 가지고 구상을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관계다. 더군다나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소상인들이기에 서로 협의를 하고, 해결안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끝으로 하고픈 말은.
"우리는 무역협회와 상호 협의할 때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뒤 현재의 임차상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우리는 이 원칙이 지켜질 때까지 싸울 것이다."

코엑스, '부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

코엑스 측은 임차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관련 법적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코엑스는 지난 5월 1일 법원으로부터 '부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임차상인은 양도양수나 제3자에 대한 전대 등의 재산권 행사가 금지된다.

임차상인들의 반발과 관련해 코엑스, 무역협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11일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무역협회 홍보실은 "알고 있는 게 없고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또 코엑스 홍보실은 "무역협회 자산이니 무역협회에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답을 피했다. 하지만, 무역협회 쪽에서 리모델링에 관련한 공식 답변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5월 15일 무역협회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코엑스, #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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