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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 '대선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중 "새누리당 누가 후보가 되든 궁극적으로 45%는 얻을 수 있다"며 "51%로 확장하지 못하면 진다. 이번 대선 경선은 확장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 '대선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중 "새누리당 누가 후보가 되든 궁극적으로 45%는 얻을 수 있다"며 "51%로 확장하지 못하면 진다. 이번 대선 경선은 확장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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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제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8일 대선출마 선언 일성으로 '박근혜 킹메이커론'을 꺼내 들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대선후보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도발'한 것이다. '친박'계는 "지지도가 낮은 후보가 본인 몸집 키우려고 제일 센 사람을 공격하는 전략"이라고 발끈했다.

임 전 실장은 11일 종로의 오피스텔 '대선캠프'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서도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은 50% 정도지만, '선거의 여왕'인 그가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남보수와 호남진보라는 두 축이 한국사회의 기본 갈등구조인 상황에서 영남보수의 상징인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돼도 이 같은 갈등은 계속된다"며 "현재의 정치적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힘이 있는 박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에서뿐만 아니라 '갈등해소'라는 가치측면에서도 박 위원장이 킹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의아하다. 새누리당에서 3선의원과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 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으로서 현재의 정치상황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그가 '제3자'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대선경선 때 '후보가 아니라 당에 줄을 서야 한다'며 당 중심모임을 만들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을 맡을 때도 친이도 친박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영남이나 호남, 당내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결정하는 분이다 보니 현실 정치의 틀 속에서 청와대와 여의도가 분리됐고 국정운영이 힘들어지면서 노동부 장관이던 내게 대통령실장을 맡겼다"며 "이후 여당과도 야당과도 조율하면서 일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중간자'로 위치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경기도 성남출신으로 분당을에서 3선을 한 수도권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 "임태희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주의 후퇴, 양극화 심화의 'MB 시즌2'가 될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MB의 아바타', 'MB 시즌2'라고 하는 건 대통령께서 내게 뭔가 지원해주지 않겠냐는 의심이 깔린 얘기"라며 "그런데 지금 대통령께서 도와주시면 나한테 도움이 되겠나. 논리적으로, 그렇게 보고 문제를 제기하시는 건지 묻고 싶다"고 받았다.

다음은 문답 전문.

- 언제부터 대선 출마를 생각했나.
"대선준비는 아니지만 국가 아젠다에 대해선 2002년부터 고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되는 정치상황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실장으로 여러 정치적 상황에 직접 대응하고 구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남보수와 호남진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정치의 구태의연한 틀을 깨지 않으면 어떤 유능한 대통령이 취임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한국사회 갈등의 기본구조다. 동서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풀 수 없게 돼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비교적 영남-보수와 호남-진보로 나뉜 두 축과 다른 특성을 갖고 출범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의 기본틀은 그대로였다. 국정을 운영하며 양쪽 모두에게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 두 개의 축에만 안주하는 정치, 항상 이 틀에서 한국정치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 출마선언하면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대선을 포기하고 킹메이커가 돼 달라고 했다. 친박에서는 "지지도가 낮으니까 본인 몸집 키우려고 제일 센 사람을 공격하는 전략"이라고 한다.
"지금의 구태의연한 정치 틀이 그대로 있는 한, 박 위원장은 영남보수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돼도 지금의 갈등은 계속된다. 시대는 현재 정치인들에게 이 틀을 깨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도 그런 국민의 요구가 간접적으로 드러난 것 아니겠나. 무엇보다 박 위원장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은 50%정도다. 하지만 '선거의 여왕'인 박 위원장이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100%에 가깝다. 5%지지도의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 교수의 지지로 당선된 것도 이런 것 아닌가.

박 위원장에게 '킹'이 되지 말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킹메이커로서 역할 하는 것이 더 승산이 높고 현재의 정치적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힘이 있는 박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영남보수 틀 안에 있는 정부다. 또 임 전 실장 본인도 현재 상황을 만드는데 직접 관여한 인물임에도, 관계가 없는 '제3자'처럼 말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당선자 비서실장 맡을 때 난 친박도, 친이도 아니었다. 2007년 대선경선 때도 '후보가 아니라 당에 줄을 서야 한다'며 당 중심모임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 선배는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 그러다 너 공천 못 받는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영남이나 호남, 당내 여론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이다. 모든 것을 실용적, 중도적으로 결정하는 분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 정치의 틀 속에서 청와대와 여의도가 분리됐고 국정운영이 힘들어졌다. 대통령이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내게 대통령실장을 맡긴 건 '양쪽을 조율해달라'는 뜻이었다고 이해한다."

- 중간자적 입장이었다는 것인가.
"가급적 그렇게 여당과도 야당과도 조율하면서 해왔다. 하지만 지방선거, 총선이 다가올수록 기존의 구태의연한 틀을 벗어나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꼈다. 즉, 시도는 좋았지만 성공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너무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 않나. 엄밀히 얘기하면, 그 지적은 이 대통령이 계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이 대통령이 정치를 비효율로 본다는 시각도 있다. 또 계보 관리는 이상득·이재오 의원이 대리한 것 아닌가.
"내가 구태의연한 틀이라고 지적했던 걸, 대통령은 '비효율'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도 그런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득·이재오 의원은 어떤 정책이 있을 때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니 도와달라'고 계속 부탁만 한 것이다. 부탁만 하고 반대급부는 안 주는, 결국 계보 관리를 안 한 것이다. 그러니 두 분의 힘이 없어지니 바로 (친이계가) 와해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이 MB정부와 단절하고 대선승리하면 '정권교체'라고 보겠나"

새누리당의 대선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새누리당의 대선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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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박 의원은 이재오 의원이나 임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 장관, 대통령실장으로 이 정권의 의사결정그룹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대선출마가 아니라 현 정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더라. "여당은 이 정부가 성공하도록 다 협조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한 번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했다면 보완해서 고쳐나가고 성공하면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그분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민들은 그것을 '정권교체'로 보겠나. 만약 이를 놓고, '정권재창출이다', '완벽히 단절했다'고 한다면 그건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잘한 정책은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역사에서 단절이 어디 있나."

- 출마선언문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유신악몽을, 문재인 당선자는 '잃어버린 10년'을 연상시킬 것이라 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당선되면 민주주의 후퇴, 양극화 심화, 남북관계 악화의 'MB시즌2'라고 하지 않겠나.
"(나더러)'MB의 아바타', 'MB 시즌2'라고 하는 건 대통령께서 내게 뭔가 지원해주지 않겠냐는 일종의 의심이 깔린 얘기라고 본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정권책임론 들어가면 어려우니까 현 정부와 단절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계승할 건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떤가, 그분들 말씀대로 대통령께서 저 도와주시면 도움이 되나, 어떤가.(웃음) 논리적으로 그분들께 묻고 싶다. 그렇게 보고 문제를 제기하시는 건지."

- 정두언 의원이 트위터에 임 전 실장을 겨냥해 "SD(이상득 의원)의 양아들 중 장남이 있죠. 이 정부에서 온갖 영화를 다 누렸죠"라고 비판했다.
"아흔두 살이신 어머니가 오늘 아침 '얘야, 누구 얘기를 들으니, 네가 어디 양아들로 들어갔다는 데 무슨 소리냐'고 물으셨다. (웃음) '굉장히 친한 친구인데 농담 한 마디 한 게 그렇게 커진 모양'이라고 답하고 나왔다. 아마 (정 의원이) 날 띄워주려고 하나보다."(웃음)

"누가 후보돼도 45%는 나와....6%이상 더 얻어야 대선 승리"

- 4·11 총선결과는 새누리당에 적신호인가, 청신호인가.
"국정운영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그만큼 새누리당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특히 득표율을 분석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이나 젊은층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어떻게 결과가 달라질지 모른다. 또 영·호남 지역 갈등도 더욱 확연해졌다. 중도층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나. 수도권, 젊은층, 중도층.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에게 제시된 메시지는 이 세 가지다."

- 그 세 가지가 박근혜 위원장의 약점이라고 보는 건가.
"총선보다 표가 확장돼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 이번 총선은 결속력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에서 치러졌다. 대통령은 물론, 나도 (낙천한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걸 막고 다녔다.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얻은 승리다. 대선에선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최소한 6% 포인트 이상 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보수진영의 대선 득표율을 45% 정도로 보지 않나(기자주: 4·11 총선에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은 42.8%, 자유선진당은 3.28%를 득표했다). 누가 후보가 되든 궁극적으로 45%는 얻을 수 있다. 51%로 확장하지 못하면 진다. 이번 대선 경선은 확장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친박에서는 비박 대선주자들이 박 위원장보다 수도권에서 표를 더 얻을 수 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더 나온다. 45%의 기초 위에 플러스가 얹어져야지. 여기에 차질 생기면 정말 정권재창출은 어렵다."  

-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완전국민경선제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미국식의 완전국민경선제인지, (야당이 요구하는) 모바일투표까지 포함한 완전국민경선제인지. 명칭은 같지만 사람마다 뜻하는 바가 다르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이나 김문수 지사 역시 표의 확장성을 위해 개방하고 참여를 늘리라는 취지로 (완전국민경선제를)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

앞서 얘기했듯 '플러스 6%'가 경선의 목표가 돼야 한다. 투표인단만 아니라 참여 후보에 대해서도 개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란 새로운 인물이 새누리당 후보가 되려고 하거나, A의 지지자들이 투표인단에 참여하려 해도 당비 납부 등을 따지게 돼 있다. 하지만 확장성을 얻기 위해선 그런 부분도 개방해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

- 김문수 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에 이어 임 전 실장까지 비박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이 모두 대선에 출마했고 완전국민경선제를 요구하고 있다. 집단적 논의가 있는 상태인가.
"아니다. 그런 논의는 한 적 없다."

- 이재오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를 고리 삼아 도전하고 비박 대선주자 중 이긴 사람이 박 위원장과 맞붙자고 제안했는데.
"당내 경선을 세싸움으로 보는 시각에서 그런 구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 들어가 함께 해야겠단 생각을 하진 않았다. 세력을 만들거나 세싸움으로 몰고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을 직접 국민께 호소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며 내 길을 가려고 한다. 당 지도부도 경선을 개방형으로 치르자는 민심의 흐름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라고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범친박'인 황우여 의원이 당대표로 유력한 상황이다. 이 같은 당내양상을 어떻게 보나.
"당내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이미 다 나와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예상이 필요한가. (웃음) 어쨌든 대선 승리를 위해선 '플러스 6%'가 필요하다. 이게 키포인트다. 새로 구성될 지도부가 지금의 경선룰을 고집하면 안 된다. 아니면 '플러스 6%'를 위한 대안을 내놓던가 해야지. 단지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인사하며 다니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이길 수 있겠나."

"이명박 대통령, 도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

새누리당의 대선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새누리당의 대선출마를 선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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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뤄졌다는 1987년 이후 출범한 정부 모두가 높은 기대 속에 출발했으나 결국 깊은 절망만 안기고 말았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고 보나.
"87년 이후가 아니라, 40여 년 동안 반복된 일이라고 본다. 1969년 대선 이후 10월 유신이 시작됐다. 당시 한쪽은 얼마나 한을 갖고 있었겠나. 다른 한쪽은 이를 억압하지 않으면 정권을 지탱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정부도 다 그런 구조다. 모든 선거가 사활을 건 싸움처럼 됐다. 정치 구조도 앞서 말한 영남·보수, 호남·진보란 두 축에 줄서기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 기회에 풀어야 한다. 동서갈등을 풀지 못하면 남북관계도 풀지 못한다. 대통합형 정부가 나와야 전진할 수 있다."

-구상하는 대표공약이 있다면.
"한 마디로 '리빌딩 코리아(Rebuilding Korea)'다.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기 힘들다. 정부도 그 틀 속에서 줄 서기, 기업도 그 틀에서 줄 서기, 언론도 그 틀에서 줄 서기, 이건 아니다. 어떤 정책이라도 국회에 가면 정치적으로 낙인찍히고 색깔 입혀진다. 합리와 상식이 자리 잡을 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 중도적인 사람들이 정치를 믿겠나. 이번 대선이 이를 바꿀 찬스다. 이번에 못 바꾸면 앞으로 전개될 시대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빨리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이게 리빌딩 코리아의 출발이다. 구체적인 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

- 현재 지지도가 낮은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거야말로 비책인데 다 공개하면 되겠나. (웃음) 민심이 천심이란 걸 믿고 나왔다. 16대 총선 당시 당내에서 저 말고 지지도 높은 사람 많았지만 당은 과감히 날 분당을에 공천했다. 상대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한 분은 6선 의원이었고 다른 한 분은 정보통신부 장관에 KT 사장이었다. 반면, 난 기획재정부의 초임과장일 뿐이었다. 하지만 당선됐다. 그때 민심은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다. 지금도 시대적 요구를 느끼며 출마했다."

-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총괄기획과장의 가족들에게 지난 2010년 9월 금일봉을 전달한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난 민간인 사찰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청와대로 들어갔다.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는 역할이었다. 금일봉 문제는, 인간적인 정리로 성의를 표한 것이다. 추석인데 그 가족들이 고생한다고 하니, 고기나 과일이나 사서 위로해주라고 했다. 가장은 구속돼 있지만 가족들은 딛고 일어서야 하지 않겠나."

- 이인규 지원관이나 진경락 과장을 평소 알고 있었나. 같이 근무한 적은 없는데.
"그렇긴 하지만 장관은 인사를 하는 입장이다. 본적으로 각 부처에서 상급기관인 청와대와 총리실에 파견나간 직원은 우수한 직원이다. 그래서 기억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당시 산하 공단에서 자꾸 사고가 발생했다. 감찰활동을 해야 하는데 감사관을 할 만한 이가 누구 있냐고 물었더니 다들 '총리실에 가 있는 이인규가 제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총리실장에게 '이인규를 인사해도 되겠냐'고 묻기도 했다. 진 과장 역시 고용노동부 내에서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그리고 엊그제까지 엘리트 공무원으로 통하던 이가 감옥 가면 가정이 파탄난다. 애들은 학교 안 간다고 그러고 부모는 앓아눕고 아내는 병 걸리고. 그런 이들을 내버려둬라? 몰인정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이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이상득 의원도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괴롭다.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정말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이 대통령은 세뱃돈이 없다. 그런 생각도 없지만 현금도 없다. 월급도 다 기부하는 형편이니. 영부인이 집사람에게 '손자, 손녀에게 해주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고 한 적도 있단다. 그런데 세뱃돈이 나온 적이 딱 한 번 있다. 2010년 1월 1일 국무위원들을 불러 떡국을 먹는데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이 준비해서 세뱃돈을 나눠줬다. 그 봉투 안에 얼마나 들어가 있을 것 같나. 50만 원이었다. 대통령의 세뱃돈치곤 참 약소한 액수다. 그만큼 이 대통령은 돈에 대해 정말 잘 모른다."

-부자대통령이라는 게 보통 인식인데.
"이 대통령이 대선 때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금이 없었다. 건물과 땅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당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집을 담보 잡고 당비를 냈다. 그런 식이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할 때도 직접 돈을 만진 적이 없다고 한다. 집에 보내는 생활비를 회장 비서실에서 알아서 했다고 하니깐."


태그:#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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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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