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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출범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넉 달 반의 활동을 마감한 이준석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찾집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연말 대선 국면을 예측하며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극심한 이념 대립 때문에 '화합'이란 키워드를 중시하는 듯하다"며 "화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면, 박근혜 위원장 쪽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출범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넉 달 반의 활동을 마감한 이준석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찾집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연말 대선 국면을 예측하며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극심한 이념 대립 때문에 '화합'이란 키워드를 중시하는 듯하다"며 "화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면, 박근혜 위원장 쪽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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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던 27세 엘리트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이 풀이 팍 죽었다. 오는 15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넉 달 반의 새누리당 비대위원 활동을 마치는 이준석 비대위원에게 닥친 건 '그동안 잘했다'는 평가가 아니라 '경악할 만한 정신세계를 가진 박근혜 키드'라는 비판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특검, 문대성·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출당 요구 등 언제나 한 박자 빠른 대응을 주문하는 등 비대위원 활동을 통해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변모하는 데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이 비대위원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 하나를 잘못 올린 일 때문에 비판에 직면했다.

이 비대위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총선 당시 맞붙었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게 목이 잘린다는 내용의 만화 패러디물을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했고, 그 내용의 섬뜩함 때문에 사건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야당 대변인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는 한 박자 빨라야 한다'는 게 신조인 이 비대위원은 사과도 빨랐다. 8일 밤 패러디물을 링크한 게 비판받자 삭제한 뒤 다음 날 아침 전화로 문재인 당선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고, 이어 오후엔 문 당선자의 일정이 끝나길 기다려 직접 만나 사과도 했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언론사를 대동하고 가서 한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만난 이 비대위원은 피곤한 기색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해당 만화를 찾아서 보여줬다. 패러디물을 스마트폰으로 봤을 땐 위아래로 너무 길어 문제의 장면이 나오는 맨 밑 부분까지 보기가 어려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 비대위원은 문 당선자에게 찾아가 사과할 당시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가 9일 해당 장면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비대위원이 문 당선자를 찾아가리라 짐작하고 문 당선자의 동선을 파악해 취재진을 배치한 덕분이었다.

이 비대위원은 자신이 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내겐 또 다른 상처였다"면서 "사람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모습을 실감했다"고 했다.

15일 전당대회 사회 고사한 이유

인터뷰 도중에 이 비대위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15일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손수조씨와 함께 식전행사 사회를 맡으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이 비대위원은 "무슨 상황이어서 날 보고 사회를 보라고 하는지 일단 얘길 들어봐야겠다"고 했다. 결국 11일 이 비대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에서 전대 식전행사 사회자로 내정했지만 내 행동에 대해 자숙하는 기간을 갖고 있는 관계로 당의 뜻은 감사하지만 고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비대위원은 당분간 자숙하는 기간을 갖겠지만 언젠가는 정치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 비대위원은 4·11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권유가 있었지만, "아직은 능력이 부족해서" 출마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본인의 선의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자리"라면서 "그 위치에서 원 없이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당장 연말 대선 국면, 박근혜 후보 측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비대위원은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극심한 이념 대립 때문에 '화합'이란 키워드를 중시하는 듯하다"며 "화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면, 박근혜 위원장 쪽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급작스러운 폐지 논란이 되고 있는 MBC 인터넷 방송 <손바닥TV>에 출연하고 있는 이 비대위원은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밝혔다. 현재 고재열 <시사인> 기자와 짝을 맞춰 출연하고 있는데, 고 기자 또한 프로그램을 그만두겠다고 했기 때문에 자신만 계속 방송에 나올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다음은 이준석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취재진에 알리지 않았다... 진심 어린 사과가 의심받는 상황"

이준석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찾집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비대위원은 자신이 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내겐 또 다른 상처였다"면서 "사람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모습을 실감했다"고 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찾집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비대위원은 자신이 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내겐 또 다른 상처였다"면서 "사람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모습을 실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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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산빌딩 로비에서 이 위원이 문 상임고문을 찾아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목 잘린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산빌딩 로비에서 이 위원이 문 상임고문을 찾아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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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당선자가 손수조 전 새누리당 총선 후보에게 목이 잘리는 장면이 담긴 만화 패러디물을 페이스북에 링크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트위터에서 (만화가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알리는) 쪽지를 받았다. 첫 장면에 제가 나오고, 박근혜 위원장이 "준석아, 잠깐만"하고 손을 든 장면처럼 재밌는 표현이 있어 페이스북에 링크를 올렸다. 스마트폰으로 보니 내용이 굉장히 길더라. 문재인 당선자는 마지막 두 컷에야 등장한다. 근데 목을 베는 내용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바로 삭제했다."

- 그런데 한 트위터 이용자가 멘션으로 '그 목이 댕강인 장면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하신 건가요?'라고 묻자 이 비대위원은 "넹 ㅍㅍ 그래서 제가 올리기엔 부적절하다 소리 들을까 싶어 심지어 삭제 ㅋㅋ"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참수 장면을 알면서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제 트위터를 캡처해 그렇게 주장한 곳이 있던데, 그 캡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캡처 시각이 새벽 1시 반 정도이고, 그 멘션은 4시간 전에 썼다고 돼 있다. 밤 9시 넘어 만화를 삭제한 직후 '왜 지웠냐'는 질문에 답한 것이었다."

- 해당 멘션에서 'ㅍㅍ' 'ㅋㅋ' 이렇게 말한 것 때문에 오해를 산 것 아닌가.
"왜 지웠는지 답변하는 과정에서 한 것인데, 그렇게 (알면서 올렸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알았다면 그걸 올릴 이유가 전혀 없다. 선거 기간 중에 개인에 대해 폄훼한 일도 없고, 지금 이 시점에서 (문 당선자를 폄훼할) 아무런 이유가 없질 않나."

- 만화를 삭제한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됐나.
"당일 밤에 트위터로 사과드렸는데, 그렇게 올린 게 캡처가 돼 돌아다니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다음날 오전 4~5시쯤 문 당선자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친분이 있는 기자를 깨워서 오전 6시쯤 전화번호를 얻었다. 30분 정도 후에 비서님과 통화해서 '어젯밤에 문재인 당선자님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링크를 잘못 올렸다. 해명하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 시간쯤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안 됐고, 오전 8시께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문 당선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가 '이런 일로 전화 드리게 돼 죄송하다. 직접 뵙고 설명드리고 싶다'고 했다. 10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전 9시 20분쯤 서울에 도착하신다고 해서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근데 그날 안개 때문에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회의에 참석하려면 나와 대화할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문 당선자께서 '어떤 내용인지, 어떤 실수인지 이해하니까 전화상으로라도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포공항에 가서 기다렸다. 하지만 공항 귀빈실로 나오시는지, 일반 출입구로 나오시는지 공항 직원에 물어보니 귀빈실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일반 출입구로 나오셔서 결국 엇갈렸다. 다시 10시 회의 이후의 문 당선자의 일정을 파악해 여의도 금산빌딩으로 갔다."

- '취재진을 일부러 대동한 게 아니냐'며 그게 진정한 사과냐,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사과 현장에는 <오마이뉴스>, <뉴스1>과 SBS에선 제작국의 다큐멘터리 촬영팀만 있었다. 그분들(SBS 제작국 다큐 촬영팀)이 나를 주제로 밀착 취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고, <뉴스1>은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국회 앞이고 당사도 가까워서 취재기자를 대동하려 했으면 쉬웠다. 그 사이 기자들로부터 전화도 몇 번 왔는데 (인터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문 당선자가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목에서 취재진들이 근접촬영을 하려고 해서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니 촬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근데 문 당선자가 곧바로 선약이 있는 금산빌딩 다른 층으로 이동하셨다. 그래서 1시간 반 정도 기다렸다."

- 점심은 먹은 상태였나?
"안 먹고 기다렸다. 제 사과를 두고 진정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만약 진심이 없었다면 사과를 하려고 새벽부터 노력했겠나? 전화로 사과하고도 직접 만나려 했겠나? 저에겐 계속 마음의 짐이었다. 사람들이 제게 '사과하면 끝이냐'라고 한다. 사태 수습을 떠나 반성의 시작점은 사과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상호간 실수가 있을 때 사과가 늦고, 진실하지 않아 상대방과 관계를 회복하려는 다음 절차에서도 감정이 상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책임을 지든 간에 빠르고, 진심 있는 사과가 우선이라 생각했다."

- 기존 정치권에는 '빠른 사과' '진심 어린 사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사과를 미룰 이유가 없었다. 문 당선자에게 사과한 후 '왜 그렇게 빨리 사과하느냐, 그럴 필요 없다'거나 '굴욕이다'라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 사과를 빨리하는 이유는 그걸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사과하지 않으면 다음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에게 상처 준 일은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정성을 두고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흔들렸다. 제겐 또 다른 상처였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모습을 실감했다. 그동안 남에게 실수하면 우선 진실하게 사과하고, 관계를 회복하려 하고, 실수를 계기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정치에선 그게 아니더라. 정치에서 각자 상대방에게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그러나 빨리 사과를 해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거나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만 해도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 아닌가."

"정치인은 법관이 아니다... 한 박자 빨라야"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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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도 빨리하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에서도 먼저 특검을 주장하는 등 항상 빠르다.
"정치공방이 이어지는 모습이 이해가 안돼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서버) 디도스 공격 사건만 해도 '저건 시간을 끌 일이 아니지 않나' '어차피 진실이 드러날 텐데 왜 폭탄을 키우는 걸까' 싶었다.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조사를 안 할 건가. 빨리 문제를 해결하면 오히려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고, 그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 같았다. 결과가 안 좋을 때만 지나치게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결단력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했다. (정치인이) 시시비비가 분명할 때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면 정치인이 법관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정치는 한 박자 빠르게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한 박자 빠르게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사실관계만 따지다가 서로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 하지만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표절 문제나, 김형태 당선자의 제수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사실확인이 우선이라는 태도였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출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는 당시 '정치인은 70%의 확신만 있으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확신 70%'에 도달하냐는 비대위원들 간 차이가 있었다. 저는 문대성 당선자 논문을 확인하고, 또 김형태 당선자의 녹취록을 듣고 난 직후 확신이 70%를 넘었다고 생각했고, 다른 분들은 '아직은 50%'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신속해야 한다'는 기조는 변함없었다. 일주일 만에 결론이 나왔다. 그만큼이나 걸렸다고도 하는데, 사실 이 문제를 회의석상에서 논의한 지 두 번 만에 출당을 결정했다. 다만 첫 번째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출당조치를 하면 곧바로 국회의원 당선자 자격이 박탈되는 줄 알았다. 신속한 대응은 중요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개인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었다."

- 지난해 12월 비대위 영입 제의를 받을 때 '들러리 세울 거면 안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비대위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그 말에 비춰 자신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적어도 '들러리는 아니었다'고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까?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하는 순간 제가 들러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강하게 지양했다. 제가 한 일들의 공과는 전부 제가 지고 가는 게 맞다. 또 비대위 활동 기간에 실수를 해도 '어려서 모르고 그랬습니다'란 말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 했다. 내지르는 건 비대위원으로 하고, 두들겨 맞는 일은 '어리다'는 이유로 빠져나가기 싫었다."

- 과거 한나라당과 현재 새누리당은 무엇이 다른가.
"사람이 바뀌고, 원칙이 변했다. 그 원칙은 '신속대응'이다. 국민들이 가질 만한 답답함을 치유하려 했다. 물론 그 분위기를 주도한 게 저였으니까, 제가 물러나면 '신속하게 움직이자'는 주장을 할 사람이 당선자들 가운데 있겠느냐는 사람들의 의문이 있다. 하지만 신속 대응했을 때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오는지는, 비대위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을 것 같다."

- 4·11 총선에 나가라는 권유는 없었나.
"출마 권유가 없진 않았다. 지역구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생계형 정치인'이 되는 것이 싫었다. 설령 국회의원이 돼도 비대위원으로 가졌던 변화 의지를 '생계형 정치인'이 계속 갖고 갈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 '생계형 정치인'이 되면 개혁성이 잠식될 것이라는 얘긴가.
"(국회의원이 됐다면) 다음 임기 공천을 생각해야 할 테고, 살펴야 할 부분들이 많아진다는 점이 굉장히 부담됐다. 제가 비대위에서 가장 존경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이 '정치를 기술로 하면 안 된다'면서도 '의지와 결기로만 시작하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능력이 제약된다'고 했다. '불의를 보고 타협하지 않는 것과 어젠다(의제)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은 다르다"며 제게는 앞의 능력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뒤의 것은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해주셨고, 많이 공감했다."

- 그래서 어젠다를 설정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나.
"능력을 키운다기보다는, 그런 건 사회 경험을 쌓으며 배우는 듯하다. 제가 능력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 안 한다. 5년 동안 교육 봉사와 업체운영도 해왔기 때문에 교육이나 청소년 복지 관련 정책을 낼 능력이 많았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고충을 먼저 찾아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아직 못 갖췄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 그런 능력이 갖춰졌다고 판단된다면 정치에 뛰어들 건가?
"아니다. 하지만 의원님들이 많이 부럽긴 했다. 권한 때문이 아니라 지역구민들과 호흡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보였다. 국회의사당에선 한없이 강한 분들도 지역에서는 마주친 주민들에게 '지난번에 말한 것 바로 처리했던데 신세 졌네' 이런 얘길 듣는 걸 보면서, 국회의원이란 존재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구나 싶었다. 의원 본인의 선의가 있다면 굉장히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자리라고 여겼다. 그 위치에서 원 없이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지역구 선거를 치를 능력이 전혀 없다고 봤다." 

"이번 대선 시대정신은 '화합', 박근혜가 할 수 있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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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위원장이 잘못된 보좌를 받고 있다'고 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준석 위원이 본 바로는 이 말이 맞다고 보는지.
"경제민주화는 당의 정강·정책이 바뀐 것이다. 앞으로 그걸 따라가야 하므로 논란이 없을 거다. 만약 어떤 정책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분명 반대 의견이 나올 테고, 결국 (박근혜 위원장이) 그 방향으로 갈 테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저는 한 번도 박 위원장의 비합리성을 느낄 상황을 겪지 않았다. 잘못된 보좌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 위원장은 본인 의견을 잘 안 밝힌다. 비대위에서 의결하거나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아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분명히 영향을 발휘할 수 있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자리를 비웠다. 그 정도로 절차적 공정성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분이다."

-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선에는 시대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탈권위'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는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현시점의 시대정신은 '화합' 아닐까.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극심한 이념 대립 때문에 '화합'이란 키워드를 중시하는 듯하다. 현재 가장 중요한 화두는 민생인데, 여기엔 이념 대립이 없다. 그럼 (민생을 위해) 화합이란 가치를 제일 잘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냐. 보수가 진보를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진보가 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논리적으론 둘 다 가능하지만 총선 때 한 말을 보면, 박근혜 위원장은 화합을 얘기했고 야당은 심판을 강조했다. 화합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라면, 박근혜 위원장 쪽이 더 유리하지 않겠나."

- MBC의 인터넷방송 <손바닥 TV>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상호 기자가 BBK 보도 직전 방송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슈 밤'이란 코너에서 '이준석 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상호는 안 되고 이준석은 되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이제 안 한다. 이상호 기자의 프로그램 폐지 뒤 나와 같이 '이슈 밤'을 진행하는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이상호 기자에 대해 저렇게 하는데 나는 더 이상 출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래서 나도 이제 출연 않는다. 그 프로그램은 (진보성향인) 고재열 기자와 (보수성향인) 내가 함께 진행하는 것이어서 프로그램 형식이 성립이 되고 내가 출연이 가능한 것이었는데, 이제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만두는 건 당연하다."


태그:#이준석, #패러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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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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