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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 초등학교 3학년 일기장 초등학교 일기장을 책으로 엮으려고  모아두었다.
아들아이 초등학교 3학년 일기장초등학교 일기장을 책으로 엮으려고 모아두었다. ⓒ 이명옥

<선생님과 함께 일기쓰기>라는 책을 받아 든 순간, 지금 스물 세 살인 아들의 초등학교 3학년 때 일기장이 생각났다. 그냥 두기에는 아까워, 언젠가 책으로 엮어 주려고 간직해 뒀었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정성스럽게 일기장에 댓글을 달아주셔서 글쓰기에 취미를 갖게 만든 선생님께 다시금 고마움을 느낀다.

아들의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셨던 김민정 선생님은 아이의 일기장에 검표만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정성이 담긴 댓글을 달아주시곤 했다. 아이는 선생님의 댓글에 힘입어 더 신나게 일기를 쓰고, 더 적극적으로 선생님과 소통을 했다.

현이의 일기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들아이 일기
현이의 일기초등학교 3학년 때 아들아이 일기 ⓒ 이명옥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일기 한 편과 선생님의 답글을 소개한다.

제목: 뉴턴의 제 3 법칙(4월  24일. 토)

어제 영재훈련원에서 작용. 반작용을 배웠다. 어떻게 해서 배웠냐면 수증기 배를 만들었는데 선생님이 작용, 반작용(배가 감, 배가 가지 않음)에 대해서 가르쳐 주셨다. 사고력이 시작됐다. 사고력은 단서 읽고, 이 물건이 무엇인지 찾기였는데…. 너무 헷갈렸다. 사고력은 숙제가 없는데, 과학은 뉴턴이 만든 제 3법칙 알아오기이다. 선생님, 아시면 저 좀 가르쳐 주세용!

김민정 선생님의 답글 선생님이 아이의일기장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답글을 달아주셨다.
김민정 선생님의 답글선생님이 아이의일기장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답글을 달아주셨다. ⓒ 이명옥

뉴턴의 제 3 법칙이라~~
어려운 내용을 현이는 벌써 공부하는구나.
선생님도 예전에 배운  거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 게 있지.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만나서 -> 이렇게 서로 밀면 분명히 앞으로 미는데, 배는 오히려 뒤로 가지? 자세한 얘기는 선생님이 따로 해 주마. (김민정 선생님 답글)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일기를 재미있게 썼다. 멋진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아들은 글쓰기에 취미를 붙여, 소년한국일보 비둘기 기자를 했다. 또, 과학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이메일 편지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유명 소설가가 된 신경숙도 선생님의 칭찬과  소설을 써보라는 격려가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선생님과 함께 일기쓰기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일기 71편과 선생님 일기 56편이 실려있다.
선생님과 함께 일기쓰기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일기 71편과 선생님 일기 56편이 실려있다. ⓒ 철수와 영희
<선생님과 함께 일기쓰기>는 같은 날 같은 사건을 두고 쓴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일기 71편과 선생님 일기 56편이 담겨있다.

어린이의 일기 만을 모으거나 교사의 일기를 모은 경우는 있지만,  같은 날 같은 사건으로 아이와 선생님의 일기를 함께 실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현장 학습날, 김밥에 대해 일기를 쓴 어린이 글 뒤에 선생님의 글이 함께 실린 부분을 소개한다.

김밥
동글동글 김밥 야채 쏭쏭
당근, 오이, 시금치, 계란, 치즈 등이 있다. 먹으면 아, 맛있다.  -황수현(어린이 일기)-

선생님 일기
현장 학습 날, 점심시간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누군가 돗자리를 대충 깔면 여기저기에 저절로 자리가 집힌다. 소나무 숲 끝 쪽에 oo이가 있었다. oo이는 김밥 대신 빵을 싸왔다. 다른 아이들이 김밥과 초밥을 먹는 동안 oo이는 빵을 먹었다. 빵 한 조각, 또 한 조각, 그리고 음료수는 없었다. 슬며시 옆에가서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김밥을 싫어한다고 했다. 음료수는 안 먹어도 된다며 빵만 먹었다. 김밥을 싫어하는 초등학생을 아직 본적이 없기에 대답 그대로 믿진 않았다. oo에게 다른 아이로부터 받은 김밥 한 줄과 음료수를 슬며시 건네주고 자리를 떴다.
"김밥도 먹을 만하지?"
"네."

사실 초등학교 때,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일기를 쓰는 것은 큰 고역이었다. 방학 때는 일기가 밀려서 한꺼 번에 쓰느라 애를 먹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아들과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고, 아이와 대화하는 소통의 창구로 활용을 한다면 일기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아이는 어쩌면 일기를 통해 남 모를 고민이나 속내도 선생님께 털어 놓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나 외톨이가 되는 경우를 미리미리 알아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초등학교 저학년 선생님이 아이에게만 일기쓰기 숙제를 내주지 말고, 함께 소통하는 도구로 일기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문현식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 영희/ 12,000원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

문현식 지음,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2012)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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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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