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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온ㆍ오프라인 투표에 총체적 부실과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온ㆍ오프라인 투표에 총체적 부실과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인정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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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죽어라 전투를 벌이고 오니 사령부가 개판이다."

2일 오전 통합진보당 당선자 간담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오병윤 통합진보당 당선자는 "이런 당 운영은 처음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상조사위가 몇 명인지, 팩트가 뭔지 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간담회는 당 자체 진상조사위에서 비례대표 경선에 대해 "선거관리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고 발표한 직후 열렸다.

당초 이날 오전 9시에 진행하기로 한 당선자 간담회는 당사로 장소를 옮겨 오전 11시경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노회찬·심상정·이석기 당선자를 제외한 10명의 당선자가 참석했다.

대부분의 당선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는 '비례대표 사퇴 등의 수습책'등에 대한 질문에 "인터뷰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비례대표 3번 김재연 당선자 역시 "질문에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권파인 김선동 당선자는 "조사 결과를 아직 못 봤다"고 말했다. 비당권파인 박원석·김제남 당선자는 "지금은 개인의 입장을 얘기하기보다 당에서 논의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비례대표 부정 선거' 수습책에 '침묵모드' 돌입

이처럼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격랑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은 수습책에 대해 '침묵모드'에 돌입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현 상황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 질 것인가에 대한 수습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밤 조사위 결과에 대해 보고 받은 대표단은 대응책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권파는 일단 조사위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당권파인 이의엽 4·11총선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였다고 하는데 무엇이 어떻게 이뤄진 건지 사실관계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며 "조사위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 같은 의견 발표가 이정희 공동대표와의 논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공동대표는 하루 전 있었던 대표단 회의에서 조사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습책에 대해서도 당권파는 비례대표는 사퇴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 부정의혹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2일 오전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워크숍이 돌연 취소됐다.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 부정의혹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2일 오전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워크숍이 돌연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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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당권파 "비례대표 1~3번만 사퇴하고 끝날 문제가 아냐"

그러나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사퇴는 필수로 보고 있다. 비당권파 내 '구 민주노동당계'는 비례대표 전원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참여당계의 핵심 관계자 역시 "비례대표 순위 투표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권파가 구태를 끊지 못한 책임은 분명 있고 이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출신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비례대표 1~3번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비당권파인 또 다른 당의 핵심 관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비례대표 1~3번만 사퇴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기 위한 경선 자체가 무효"라며 "순위투표 비례대표 대신 전략·영입으로 비례대표가 채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단의 진퇴 문제에 대해서는 당권파를 대표해 이정희 공동대표가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정선거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위해 공동 대표단이 총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금순 당선자가 속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날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전원과 대표단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단, 당 내 갈등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대로 가면 정말 당이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민참여당계 핵심 관계자는 "대표단의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정희 공동대표 단독 사퇴도 문제 해결의 방법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표단 전체 사퇴 문제도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장이다. 

그는 "이 문제는 계파간 갈등이 아니"라며 "당 내 다수인 당권파가 악습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도 함께 망한다고 생각한다"며 '계파 갈등론 확산'을 경계했다.

공동 대표단은 일단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대표단은 3일 오전 대표단 회의를 통해 수습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태그:#통합진보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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