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 공무원인지, 미국 공무원인지 모르겠다."

 

서규용 장관을 비롯한 농림수산식품부 관료에 대한 정범구 민주통합당 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비판이다. 1일 오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신뢰를 얻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규용 장관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한 여야 의원들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2008년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해 비판하자, 서규용 장관은 "국회에서 만든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8년 수입중단 약속 파기 비판... "사기업이면 허위 광고", "대국민 사기극"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제주 제주을)은 "2008년 정부 광고에만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는 것이냐?'는 강기갑 의원의 질의에 '확실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범구 의원은 "정부가 2008년 약속을 했는데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서규용 장관이 거짓말하고 있거나 2008년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운천 장관 등 정부가 똘똘 뭉쳐 대국민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며 "촛불집회를 무마하려고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면,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이다"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도 정부의 거짓말을 강하게 비판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약속도 했고, 국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검역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경기 안성)은 "2008년 정부 광고는 사기업으로 치면 허위 광고"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규용 장관은 "당시 정부가 수입 중단을 약속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후 국회가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수입중단을 명문화하지 않았고 '정부가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재량권을 줬다, 검역·수입 중단을 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법과 규정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남 의원은 "엉뚱한 답변"이라며 "당시 국회의원들이 '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요청 때문에 임의조항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검역·수입 중단 요구에 "그 짓을 왜 하나?"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한 정부 조사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부 조사단 9명 중 8명이 전·현직 농식품부 공무원이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은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같은 정부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왜 포함이 안 됐느냐"고 묻자, 서규용 장관은 "특정 이익단체 소속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인물은 배제했다"고 답했다.

 

강석호 의원이 "정부는 비판적인 의견도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서규용 장관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면 100% 듣겠지만, 매건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시책을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정부가 정부에 반대하는 학자들과 촛불시민들을 극단주의자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촛불집회가 없었으면 수입위생조건이 바뀔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만 하고 있다, 광우병 우려가 들끓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서규용 장관은 수입 중단을 '그 짓'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은 "수입 중단 권한이 있는데 왜 그렇게 안 하느냐"고 묻자, 서규용 장관은 "요건에 안 맞고 문제가 없는데, 왜 그 짓을 하느냐"고 답했다.

 

이후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충남 보령·서천)이 "수입중단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자, 서 장관은 "워딩이 잘못됐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2008년 맺은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을 (검역·수입 중단을 명문화한) 캐나다 수준으로 재협상", "쇠고기 이력제와 축산 농가 대책의 신속한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태그:#광우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