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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광산 입구
 가학광산 입구
ⓒ 윤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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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가학동에는 폐광이 하나 있다. 가학광산이다. 1912년부터 1972년까지 60년 동안 광물을 채굴하던 광산이었다. 옛 이름이 시흥광산인 가학광산의 면적은 87만8538평으로 1912년에 채굴을 시작해서 60년 동안 500여 명의 근로자가 하루에 250톤의 은과 동, 아연 등을 캤다고 한다. 가학광산은 1964년에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한 광산이었으나, 1972년 문을 닫았다.

가학광산은 수직갱도 길이가 420m로 내부 갱도의 전체길이는 7.8km, 깊이 275m로 8개의 레벨로 구성되어 있는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다. 폐광이 된 뒤에는 사시사철 내부온도가 일정해 새우젓 저장소로 사용되었다. 가학광산의 내부온도는 늘 12도 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조규진 광명시 공보팀장의 설명이다.

한때 잘나가던 가학광산에 대한 기록은 광명시에서 펴낸 <광명·철산동지>에도 남아 있다. 젊은 시절 가학광산에서 일했다는 장원화씨는 가학광산이 문을 닫을 당시 마지막까지 일을 했다고 증언을 남겼다. 장씨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직접 열쇠로 회사 문을 잠그고 떠났다고 한다.

"그중 시흥광산이 가장 컸다하고 가장 많을 때는 600명 정도의 광부와 직원이 있었다. 당시는 노동쟁의 같은 것을 하면 바로 퇴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쟁의는 감히 생각도 못했다. 회사는 채광부, 선광부(돌을 분류하는 부서), 공작부(기계수리), 수송부(운송)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공작부 소속으로 채광 관련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했다.

도고내 광산에는 나 같은 기술자가 20, 30명 있었고 광부들은 사택이라 불리던 합숙소나 단독주택 합숙소에서 생활했다. 나는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출·퇴근을 했다. 광산 아래 동네에는 색시집들이 있었다. - <광명·철산동지>에 실린 장원화씨의 증언

당시 가학광산에는 제련소가 따로 없어서 채굴한 금속은 시흥역까지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그곳에서 장항제련소로 보내졌다.

폐광인 가학광산을 지난 2011년 광명시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4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사들였다. 또한 광명시는 경기도·경기관광공사와 가학광산 동굴개발에 합의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한국동굴학회 등과는 관광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해 동굴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학광산 내부
 가학광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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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는 가학광산의 내부에 있던 새우젓 통을 빼내고, 내부의 일부를 다듬어 지난 2011년 8월 22일부터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광산 안에서 '동굴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27일, 가학광산을 직접 찾아갔다. 지금까지 천연동굴이나 폐광이 된 석탄광산은 구경하러 다녔지만, 광물을 캐던 폐광은 들어간 적이 없어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대체 어떤 형태의 동굴이기에 광명시가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애를 쓰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번 취재에는 이민선 시민기자가 동행했다.

광명시는 가학광산의 장점으로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았다. KTX 광명역에서 1.5km 정도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가학광산은 잘 개발된다면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의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올 수 있는 좋은 관광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가학광산동굴 입구는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가학광산은 현재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주말에는 관람객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수시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광산 해설사가 안내를 하면서 내부 소개와 더불어 가학광산의 역사 또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광명 시민들이 동굴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1년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가학광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곳에서 간부회의를 열기도 했다.

가학폐광산 안에 있던 새우젓 통을 꺼내고 있다.
 가학폐광산 안에 있던 새우젓 통을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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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새우젓 통들이 잔뜩 들어차 있어서 냄새가 엄청나게 지독했다. 바닥에도 물이 차서 질퍽거려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했다. 때문에 이게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조규진 광명시 공보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우젓 통을 치우고, 지하에 차 있던 지하수를 빼내고, 내부를 어느 정도 다듬자 폐광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가학동에서 소하동까지 이어지는 지하갱도의 수직거리는 420m지만 광산 내부는 지하갱도가 여러 갈래로 뚫려 있었고, 50여 개의 동공(洞空)이 형성되어 있다. 내부 갱도의 총길이는 7.8km이며, 전체가 바위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함께 광산탐방에 나선 조규진 공보팀장의 말이다.

가학광산동굴 내부로 들어가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1912년부터 1972년까지 광물을 채굴했던 광산의 내부는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인조 동굴이었다. 단단한 바위를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고, 광부들이 일일이 광물을 외부로 실어 날랐다고 한다. 사람의 손길이 갱도 곳곳에 배어 있었다. 광부들이 흘린 땀들이 알알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구불거리는 갱도는 동굴의 위와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가학산 아래에 숨어 있듯이 자리 잡은 가학광산의 깊이가 275m라는 것은 광부들이 그 아래까지 파들어 가서 광물을 채굴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광산 내부에는 조명시설이 되어 있었고, 위 아래로 뚫린 너른 동공 한 곳에는 음악회를 열 수 있게 무대와 객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오전에 광명시립합창단이 이곳에서 연주회를 연다고 한다.

가학광산에서 열렸던 동굴음악회
 가학광산에서 열렸던 동굴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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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이 된 뒤, 가학광산의 수직 갱도를 일부 시민들이 지름길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가학동에서 소하동으로 넘어가려면 길을 돌아서 가야 하는데 지하갱도를 통하면 금방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젊은이들 몇이 어두컴컴한 갱도 안을 지팡이를 짚으면서 지나갔다는 것이다. 혼자는 무서워서 못가고. 물론 이 길을 아는 사람들만 이용했겠지만.

지금 소하동으로 통하는 입구는 굳게 막혀 있었다.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그곳까지 걸어가서 직접 확인한 뒤, 다시 광산 내부를 둘러보았다. 광산 내부는 거대한 바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바위 표면에 붙은 광물이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기도 했다. 지금도 광산에는 광물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광물 채취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가학광산을 둘러본 뒤, 가학산 등산을 하는 것도 좋다. 광산 입구 옆에 있는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광명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상이 나온다. 가학산의 높이는 110m다.

한때 광물을 채취하던 폐광이라 볼거리는 이리저리 갈라져 나가는 갱도와 광물 채취흔적 밖에 없지만, 우리나라 근현대를 말없이 증언하는 유적이라는 점에서 가학광산은 의미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가 이 폐광을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탈바꿈해서 개발을 할 것인지 기대된다.

"가학광산, 국민제안을 통해 개발할 계획이다"
[인터뷰] 양기대 광명시장
양기대 광명시장이 가학광산동굴 앞에서 가학광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이 가학광산동굴 앞에서 가학광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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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학광산동굴을 둘러본 뒤 입구에서 양기대 광명시장을 만나 광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 시장은 취임하면서 가학광산에 관심을 갖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다. 시의회를 설득해 4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가학 폐광산을 구입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개발계획을 추진중이다. 양 시장은 밝은 표정으로 가학광산 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 내부를 둘러보고 예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어떤 개발계획을 하고 있나?
"전체 갱도 길이가 7.8km인데 절반 정도를 개발해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가학광산의 가 안전진단을 했는데, 금속광산이라 견고성이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하는데, 국민제안이나 국민공모를 통해서 마스터플랜을 짜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제안을 거쳐 좋은 안이 채택이 되면 기본설계를 시작할 예정이다."

- 시장님이 생각하는 마스터플랜이 있을 텐데?
"많은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연장으로 활용해서 공연과 행사를 하는 것도 있다. 동굴 안에 3D, 4D 상영관을 설치하는 것도 생각했다. 가급적이면 놀이시설이나 타는 기구는 설치하지 않고 지금의 형태를 살려서 문화나 공연, 예술 등에 포커스를 맞춰서 개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는 기초만 닦아 놓은 것이다."

-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할 것 같은데?
"그렇다. 만약에 예정대로 올해 안으로 기본설계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투자자를 모집해야 한다. 우리 시가 돈을 들여서 개발하기에는 재정형편 등 어려움이 많다. 국내외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할 예정인데, 지난 3월 20일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경기관광공사와 MOU를 체결했다. 전세계적으로 금·은·동을 캤던 금속폐광산을 개발한 예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라고 한다. 개발을 서두르다가 잘못되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개발할 예정이다. 제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설계를 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과정을 거치는 동안 검증을 하면서 할 생각이다."

- 현재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공개할 예정인가?
"개발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제한적이나마 계속 공개할 생각이다."

- 유료화를 하는 건가?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정식으로 개발이 되면 그 때는 유료화로 전환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무한정 무료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말에는 1천여 명 정도가 찾아올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


태그:#가학광산, #양기대, #광명시, #폐광, #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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