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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사랑이 남다른 짐바브웨인들
 핸드폰 사랑이 남다른 짐바브웨인들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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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 도착한 지 2주가 지났다. 그런데도 짐바브웨의 메마르고 먼지 풀풀 날리는 날씨가 낯설다. 한국과의 시차 7시간은 나를 새벽형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시차 적응이 안 된 것을 가지고, 체질이 개선됐다고 스스로 기특해 했다.

짐바브웨 도착할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짐바브웨 한인교회 목사님 댁에서 지내고 있다. 처음 도착하여 핸드폰이 없었던 시절,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는 목사님 휴대폰을 빌려서 사용했다. 언제나 선뜻 핸드폰을 빌려주시는 목사님이었지만 죄송스럽고 부담스러워 핸드폰을 사려고 했다. 내 주머니에서 돈을 쉽게 꺼내지 않는 나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노키아 스마트 폰을 짐바브웨에서도 사용하려 했지만, 당시 컨트리락이 걸려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끼면서도 적당한 핸드폰을 살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그때 목사님께서 딸이 쓰던 핸드폰이라며 충전기까지 챙겨주셨다. 그것은 많은 짐바브웨 사람들이 사용하는 바 형태의 삼성 핸드폰이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선 스마트 폰 사용 불가능?

돈이 없는 현지인들은 주로 저런 핸드폰을 구입하여 쓴다. 위에 진열된 핸드폰은 그나마 새것도 아니다.
▲ 핸드폰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핸드폰 돈이 없는 현지인들은 주로 저런 핸드폰을 구입하여 쓴다. 위에 진열된 핸드폰은 그나마 새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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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와 같이 빈부격차가 심하다. 소수의 잘 사는 사람은 정말 한국의 부자보다 잘 살지만 그 외의 다수인 대부분은 가난한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도 어떻게 해서든 가지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가발'과 '핸드폰'이다.

짐바브웨 사람들의 핸드폰 소유욕은 한국 사람만큼 되는 듯하다. 비록 돈이 없어서 최신형 스마트 폰이 아닌 바 형태의 핸드폰을 가장 많이 들고 다니지만 핸드폰 없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또 시골에 들어가면 핸드폰의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핸드폰 보급률은 아프리카에서 최고란다(가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다).

전화와 메시지만 되는 바 형태의 핸드폰은 시내에 나가면 20~100달러 정도에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애용한다. 그 바 형태의 핸드폰의 대부분이 '노키아'제품이라는 것이다. 노키아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전 세계 판매량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프리카 대륙 덕분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프리카 사람들의 노키아 사랑은 엄청났다.

그런데 최근들어 짐바브웨에도 스마트 폰의 보급이라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급속도로선진화 되어버린 핸드폰 기술과 시장, 점점 나아지는 경제가 적절한 시기에 서로 쿵짝을 이루며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익숙해진 노키아를 버리고 삼성, LG 혹은 HTC와 같은 브랜드로 이동한 변화는 삼성과 LG의 핸드폰 점유율을 높여주었다.

이는 3G 통신망을 통한 핸드폰 데이타 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들어 하라레 교민들 사이에 스마트 폰 열풍이 불었다. 아이들은 변화에 빨라서 이미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른들도 스마트 폰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꼭 국제전화가 아니더라도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저렴하게 가격으로 한국과 실시간으로 중요한 내용이나 서로간의 연락을 쉽게 할 수 있고, 이메일이나 한국 뉴스 등을 이동하면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짐바브웨에서도 판매하는 아이폰이나 갤럭시S2를 구입할 수 있지만 한국처럼 약정 제도가 없기에 800달러 이상의 현금을 주고 사기엔 부담스러워 주로 한국을 다녀오는 교민들이나 짐바브웨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중고 스마트 폰을 부탁해서 구입하곤 한다.

짐바브웨로 출발하기 전에 고민했던 문제 중의 하나가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을 사가지고 가야하나? 현지에 가서 구입해야 하나? 그러던 차에 삼성(Nexus S) 핸드폰을 중고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혹시나 싶어서 한국에 있는 짐바브웨 명예 영사관(한국에는 짐바브웨 대사관이 없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런데 짐바브웨에서는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가서 작은 핸드폰을 사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고서는 구입을 포기했다. 그런데 짐바브웨에 막상 와보니 명예 영사관 측의 설명과 달리 한인교회의 한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좋은 핸드폰을 싼 가격에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프리카에 와서 고생하는 한국말

현지에서도 갤럭시 S, S2, 노트 모두 판매한다.
▲ 짐바브웨에서도 파는 갤럭시S2 현지에서도 갤럭시 S, S2, 노트 모두 판매한다.
ⓒ 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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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이 주신 핸드폰으로 부모님께 전화하기 위해 집 앞의 사거리에 있는 선불카드를 팔 고 있는 현지인에게 갔다(짐바브웨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선불카드를 판다. 현지인들이 대량으로 싸게 구입해서 개당 1달러에 판다). 현지인에게 3달러를 주고 카드를 구입하여 충전하는 법까지 배웠다. 먼저 2달러를 충전한 뒤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부모님과 5분 정도 통화하는데 갑자기 끊어졌다. 돈을 다 쓴 것이다. 2달러치를 더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참고로 짐바브웨는 국제전화와 국내전화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목사님댁 거실 텔레비전 옆에다가 핸드폰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 핸드폰을 꺼내어 드는데 이 핸드폰의 주인인 목사님 막내딸이 이렇게 말했다.

"삼촌이 그 핸드폰 Charge했어?"
"응, 삼촌이 이 핸드폰 차지했어!"

막내딸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에 잠시 생각해보니 그 '차지'가 아니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짐바브웨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한국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보다 영어를 편하게 생각한다. 그 막내딸은 'Charge(요금)'를 말한 것이었고 나는 목사님이 주신 핸드폰을 '차지'했다고 답한 것이다. 이처럼 동문서답한 것에 대해 막내딸에게 설명하면서 우리 둘은 한참동안 웃었다.


태그:#짐바브웨, #여행,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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