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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리로 분장한 아이들이 가두행렬에 앞서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쿠마리로 분장한 아이들이 가두행렬에 앞서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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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하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대가 됐다. 신화 속에서나 존재하든가 아니면 상징적 존재였던 신. 네팔에는 살아있는 여신인 쿠마리를 모시는 쿠마리 사원이 있다. 여기서는 신상이 아닌 살아 있는 여자아이를 여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는 네와르족 사키아 계급의 여자아이들 중에서 선택된다. 선택된 쿠마리는 신화 속 탈레주 여신의 현신으로 숭배를 받게 된다. 쿠마리를 뽑기 위한 전형위원회는 승려, 왕실의 점성가, 브라만 등의 원로로 구성되어 있고 만장일치로 선택하게 된다.

힌두신인 쿠마리는 반드시 불교도만 갖는 직업인 금 세공업자의 딸 중에서 선발한다. 4~5세 사이의 여자아이들 중에서 간택한다. 건강하고, 천연두 자국이 없으며, 피부에 흠이 없어야 한다. 또, 까만 눈동자와 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로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며, 이가 가지런하고 온전해야 한다. 그리고 침착하고 겁이 없어야 한다.

비운의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

쉬바신의 탄신 기념일을 맞아 가두행렬하는 네팔인들
 쉬바신의 탄신 기념일을 맞아 가두행렬하는 네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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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리를 가려내는 마지막 심사는 달라이 라마의 환생지를 찾는 것과 거의 흡사한 과정을 거친다. 전임 쿠마리가 쓰던 소지품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발된 쿠마리는 가족과 함께 초경을 치르기 전까지 쿠마리 사원에서 거주하며 신으로 추앙받는다.

왕정 시대에는 국왕도 쿠마리 앞에서 경의를 표했으니, 네팔에서 가장 높은 지위인 셈이다. 이렇게 추앙받는 쿠마리도 초경을 치르면 신성을 잃은 것으로 간주 돼 사원을 떠나야 한다. 쿠마리는 사원에 격리돼 살다가, 매년 10월에 열리는 힌두 최대의 연례 축제인 '다사인'에 모습을 드러낸다.

쿠마리 사원
 쿠마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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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리는 상처로 피가 나도 여신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권좌에서 물러나면 나라에서 주는 연금으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쿠마리였던 여인과 결혼하는 남자는 비명횡사한다는 믿음 때문에 대부분은 결혼하지 못하고, 쓸쓸하게 노년을 맞이한다.

줄 양 끝을 잡고, 자동차와 아가씨를 못 가게 하는 아이들

2월 21일은 쉬바신의 탄신기념일이다. 카트만두 시내가 축제다. 군악대와 밴드부가 팡파르를 울리며 거리를 행진한다. 가장행렬에는 쿠마리 복장을 한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거리를 행진한다.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와 이들을 환영한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긴 노끈을 양쪽 끝에서 맞잡은 아이들이 골목을 막고 서 있다. 자동차와 아가씨들을 못 가게 길을 막는다. 아이들에게 돈을 쥐여주면 길을 열어 준다. 재미가 있어, 한참을 지켜봤다. 아이들은 인심 좋은 자동차 운전 수가 주는 돈을 한주먹 쥐고, 신나게 다닌다. 남자 어른들은 돈을 안 주고 혼내거나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아가씨들은 꼼짝 못 하고 돈을 주고 풀려난다. 나중에 보니, 모인 돈을 세어 서로 나눠 가진다.

아이들이 양끝에서 줄을 잡고 아가씨가 돈을 줄 때까지 길을 막고 있다
 아이들이 양끝에서 줄을 잡고 아가씨가 돈을 줄 때까지 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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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양쪽 줄 끝을 잡고 자동차를 못 지나가게 막는 아이들. 운전사가 돈을 주자 풀어줬다.
 골목길에서 양쪽 줄 끝을 잡고 자동차를 못 지나가게 막는 아이들. 운전사가 돈을 주자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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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여수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아이들이 새끼줄을 양쪽에서 잡고 상가를 찾아가거나 아가씨들을 둘러싼다. 상가에 들어가 "이 집에는 복도 많네"라고 선창하면 아이들이 후창으로 "어~얼싸 덜이덜렁"하면서 흥을 돋운다. 대개 상가 주인이 500원짜리 동전을 던져준다. 여수에서는 상가나 아가씨들이 표적인데, 네팔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까지도 표적이 되는 것을 보고 웃다가 '굽타 샨다리'라는 사람한테서 유래를 들었다.

"오늘 밤에 쉬바신의 탄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입니다. 그런데 아직 날씨가 추워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불을 피웁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무를 살 돈이 없어서, 양 끝에 줄을 잡고 자동차나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막아 구걸을 합니다. 그런 풍습도 요새는 변질 됐죠. 실제로는 아이들 용돈입니다." 

네팔 티베트 불교의 총본산 보다나트

보다나트 사원. 중앙 돔위에 부처의 눈이 보인다. 티베트 불교 양식 사원이다
 보다나트 사원. 중앙 돔위에 부처의 눈이 보인다. 티베트 불교 양식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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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커다란 종을 돌리며 티베트인들의 의식을 따라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커다란 종을 돌리며 티베트인들의 의식을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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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나트 사원 주변에서 참선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보다나트 사원 주변에서 참선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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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는 네팔 티베트 불교의 총본산이자 네팔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불탑인 보다나트 사원이 있다. 스와얌부나트와 함께 카트만두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유명하다. 보다나트의 지붕에는 '부다의 눈'이 그려져 있어, 그 눈을 쳐다보는 사람에게 부처가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마음이 찔리기도 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난다.

카트만두에서 판매하는 기념품 대부분에 그려진 눈 모양은 보다나트 스투파(불탑)에 새겨진 '부처의 눈'을 옮긴 것이다. 스투파 주변에는 수만 명의 티베트 난민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그 지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스투파에서는 탑을 따라 도는 코라(탑돌이)를 하거나 오체투지를 하는 티베트인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1월 5일부터 2월 24일까지 50일간 인도 네팔을 다녀왔습니다.



태그:#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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