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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가 코앞입니다. 예상 관람객이 천만 명입니다. 많은 이들이 낯선 여수로 차를 몰고 오겠네요. 여행을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난감합니다. 더 곤혹스러운 일은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연료 표시등은 바닥을 치는데, 주유소가 안 보이면 안절부절하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여수에서 순천쪽으로 달리다 보면 소라교 인근에 덕양교차로가 있습니다. 국도 17호선과 여수-순천 자동차전용도로가 나뉘는 곳입니다. 그곳에 도로 표지판이 있는데, 글씨가 이상합니다. 낯선 운전자들이 혼란스럽겠네요.

 

직진하면 새로 개통한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우회전하면 여수공항으로 간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우회전(여수공항 표시 방면) 해서 '국도 17호선' 타도 고속도로에 닿는데 말이죠. 안타깝지만 표지판에는 그런 표시가 없습니다.

 

박람회를 구경한 분이 집으로 향할 때, 기름이 부족하면 국도 17호선을 타야할 텐데 말이죠. 시내로 들어 갈 순 없잖아요. 길이 막힐 테니까요. 집으로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주유소가 한 군데도 없답니다.

 

문제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품고, 고속도로까지 닿았더라도 쉬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유소는 곧 나타나지 않죠. 30킬로미터 더 달려야 합니다. 결국, 자칫하면 차가 도로에 서버리는 황당한 일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국도 17호선에 즐비한 주유소와 충전소, 그리고 식당에 들러 충분한 준비를 마치면 좋겠네요.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표지판에는 마땅한 표시가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국도 17호선 주변에 있는 상가들입니다. 전용도로가 생기는 통에 국도 17호선이 한가해졌기 때문이죠. 장사가 안 돼, 울상인데 도로표지판까지 도움이 안 됩니다. 주말과 휴일이면 더 심각하답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도로표지판까지

 

도로에 차가 없으니, 상가들이 일찍 문을 닫습니다. 귀신이 나올 정도로 조용하다네요. 당연히 주유소와 식당은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뚝뚝 떨어졌죠. 현대 오일뱅크를 운영하는 이해진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이해진 사장은 "새로 난 길 때문에 직원을 두 명이나 내보냈다"고 하소연합니다. 매출도 70% 이상 줄었고요. 또 다른 주유소는 아예 문을 닫았답니다. 국도 17호선 주변 상가들 시름이 깊어갑니다.

 

맛난 음식과 친절한 웃음 가득한 '국도 17호선'

 

울고 싶은 심정인데 도로표지판까지 속상하게 만듭니다. 국도변 사람이 뜻을 모았습니다. 여수시에 표지판을 고쳐달라며 진정서를 냈습니다. 약 800명 정도가 국도 17호선에 기대 생계를 잇고 있답니다. 그러니 표지판이라도 제대로 세워 달라는 겁니다.

 

이 사장의 말을 계속 듣자니,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매출 감소는 예상했던 일이랍니다. 더 큰 일은 엑스포 관람하고 돌아가는 손님 중에 기름이 부족한데도 무턱대고 전용도로를 타는 분들이 생길까 봐 걱정이랍니다.

 

또 "그렇게 가다 기름 넣을 곳이 한군데도 없어 차가 도로에서 멈추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니 "지역경제도 살리고 엑스포에 대한 좋은 추억도 간직하고 갈 겸해서 국도를 이용해 달라"며 "기름 부족한 분은 꼭 국도 17호선을 들러 달라"고 호소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그분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듯합니다. 좋은 구경하고 집에 돌아가다 기름이 떨어져 컴컴한 도로에서 차가 멈추면 큰일이니까요. 또 그 일로 가뜩이나 밀리는 도로에 기다랗다 정체구간을 만들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연료 등에 불 들어온 분들은 자동차전용도로 옆길 '국도 17호선'을 타보세요. 그곳에는 주유소뿐 아니라 맛난 음식과 친절한 웃음이 가득한 집이 즐비하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세계박람회, #자동차전용도로, #국도17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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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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