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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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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화는 계속해서 울렸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저녁까지 인터뷰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있다고 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BOT) 방식을 꾸준히 비판해온 전문가다. 민간투자사업이란,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후 이에 대한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가 갖고, 민간은 한시적으로 관리운영권을 부여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가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을 공고하기 한 달 여 전인 지난 3월 2일, 박 연구원은 'KTX 민영화 모델이 궁금한가? 지하철 9호선을 보라'는 글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연구원은 지난 1995년부터 18년째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철도 노동자'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용산에 위치한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박 연구원은 "처음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작된 민간투자사업이 지금은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됐다"면서 "엄청난 특혜로 민간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민자사업을 "토건족들에게 꿩 먹고 알 먹는 최고의 투자사업"이라고 표현하면서, "지금 민자사업이 이렇게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 법적 보완장치 없이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보다 토건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겠다는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 연구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하철 9호선, 우면산 터널 등을 비롯한 서울시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크게 환영했다. 그는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굉장히 멋진 일을 했다, 이전 시장들과 달리 시민들 입장에 섰다"면서 "이번 사태는 사회 필수적인 인프라를 민영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해보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박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 

"토건족들에겐 꿩 먹고 알 먹는 최고의 투자사업"

지하철 9호선 열차 모습
 지하철 9호선 열차 모습
ⓒ 서울시메트로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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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9호선 공사비 3조4580억 원 중 민간자본이 투입한 비용은 5631억 원, 전체 공사비의 1/6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9호선 주식회사가 일방적으로 요금 50% 인상을 공고하는 등 '횡포'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뭔가.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웃음). 애초에 건설단계부터 주주 구성 문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2005년에 실시협약을 맺는 과정, 그 이후 진행되는 과정들을 보면 그야말로 특혜로 얼룩져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세금이 민간 투자자의 수익으로 가고 있다. 토건족들에게 민간투자사업은 꿩 먹고 알 먹는 최고의 투자사업이다. 첫째로, 민간투자사업이라고 하면 민간이 투자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 재정이 최소 50%에서 70%까지 들어간다. 반면, 민간 투자자는 자본 조금 가져와서 생색만 내고 운영권을 가져간다.

이러한 민자사업을 하게 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민자사업을 제안했을 때는 IMF 경제위기 이후 정부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이 갖고 있는 돈이라도 가져와서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민간이 경영을 하게 되면 비효율적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보다 경영실적이 좋을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서 확대됐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와는 무관하게, 민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을 마음만 먹으면 가져갈 수 있는 노다지 광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수익을 다 가져갔다. 단계별로 다 가져간다."

"재정부담 완화하려 도입했는데 재정악화 주범으로"

- 예를 든다면.
"처음 설계하기 전에 타당성 조사를 한다. 향후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예측수요를 부풀린다. (자료를 꺼내며) 인천공항철도 같은 경우에는 애초 예측수요를 하루 21만 명으로 잡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1만6000명에 불과했다. 이건 점쟁이만도 못한 거다. 건설단계에서 설계를 변경하면서 실제 실행비용도 뻥튀기된다. 인건비도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폭리를 취한다.

완공 후 수익구조도 문제다. 민간을 유치해야 하는데, 손해 볼 가능성이 있으면 민간이 투자를 하겠나.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통해 민간에게 최소한의 운영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지자체에 민간투자 방식을 끌어들인 사람들이 민간 투자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굉장히 멋진 일을 했다. 이전 시장들과 달리 시민들 입장에 섰다.

그 전에는 지자체장이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민간자본에 투자한 건설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요금을 억제하더라도 시민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 이명박 전 시장이 2005년 맺은 실시협약을 보면, 세후 수익률 8.9%를 보장해준다고 나와 있다. 운임 수입이 예상치보다 안 나오면 첫 5년은 예상운임의 90%, 10년까지는 80%, 15년까지는 70%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엄청난 특혜다."

- 그러한 특혜가 추후에 부담으로 돌아올 줄 몰랐을까. 
"처음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민간의 효율적 경영으로 인한 효과를 보고자 했는데 민간은 별로 경영할 생각이 안 드는 거다. 적자가 나도 정부보조금으로 보전 받고, 흑자가 나면 흑자가 난대로 가져가면 되니까. 경영개선 노력이 없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다.

그 결과, 지금은 민자사업이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됐다. 용인 경전철, 김해 경전철이 대표적인 예다.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부실이 너무 심해져서 철도공사가 인수했다."

"민영화가 옳은지 고민해보는 아주 좋은 계기"

지하철 9호선 환승게이트.
 지하철 9호선 환승게이트.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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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호선 주식회사가 금융감독원에 낸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대주주들이 챙긴 고금리 이자 461억 원 때문에 서울시로부터 326억 원의 '2010년 운임수입 보조금'을 받고도 당기 순손실 46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서울시민들이 대주주들의 이자비용을 다 대고 있는 거다. 지하철 9호선뿐만이 아니다. 민자사업 투자자들의 경우, 보통 돈을 어디서 빌리냐면, 자기 계열사들한테서 가져온다. 그리고 높은 이자로 계약을 한다. 돈을 이 쪽 주머니에 있는 걸 다른 쪽 주머니로 옮기는 거다."

- 민간자본의 '횡포'를 제재할 방법은 없나.
"이러한 문제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를 통해서 밝힌 게 뭐냐면,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민자사업이 이렇게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적 법적 보완장치 없이 민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보다 토건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겠다는 것 아닌가. 이러니까 민간투자사업 방침이 생기면 너도 나도 달려드는 거다.

지하철 9호선은 이명박 전 시장 시절에 급격히 추진돼서 최초의 민간지하철로 들어왔고, 이후 신분당선도 민간으로 들어왔다. 아마 지하철 9호선 문제가 안 터졌으면 민간투자자에게 계속 지하철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갔을 거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는 사회 필수적인 인프라를 민영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해보는 아주 좋은 계기다."

- 서울시는 최악의 경우 9호선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나.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당장은 큰돈이 들더라도 지방채 발행해서 장기적으로 볼 때는 공적인 시스템으로 되돌리는 게 좋다고 본다. 물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운영하는 1~8호선의 경우, 해마다 적자가 난다. 그런데 철도나 지하철이 갖고 있는 적자는 경영부실에 따른 적자라기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적자, 즉 적극적 적자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생긴 적자라는 것이다.

이 경우, 요금을 아주 많이 올린다면 적자가 개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책임을 각 개인들에게 지우는 것이다."


태그:#박흥수, #민간투자사업, #지하철 9호선, #박원순, #민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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