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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반 학생들이 수돗가에서 비눗방울 불기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우리반 학생들이 수돗가에서 비눗방울 불기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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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과학의 달이다. 전국의 학교에서 여러 가지 과학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과학독후감 쓰기, 과학상상화 그리기, 물로켓대회, 로봇대회, 고무동력기 날리기, 탐구대회 등 여러 행사가 치러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년에 따라 이 중에 한두 가지 행사에 의무 참여하고 비싼 돈을 들여서 사야 하는 로봇대회 등은 일부 학생들만 참여하여 시상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1년에 가장 많은 상장이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학생들이나 교사는 과학을 귀찮고 힘든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우리 학교도 오늘(19일) 전교생이 과학의 달 맞이 행사를 하였다. 그런데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치뤄져 교사와 학생 모두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우리 학교는 과학행사를 일부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체험행사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과학담당교사의 제안에 따라 계획을 세웠다. 두 번의 회의를 거쳐 모든 교실에 체험장을 마련하고, 각 학년별 과학교육과정에 나오거나 학생들이 흥미로워할 내용을 고민하였다. 또 1, 2학년은 담임교사가 인솔하고, 3~6학년은 무학년제로 섞어 7~8명씩 7조로 나누었다.

체험활동은 비눗방울 만들기, 스노우 글로브, 물로켓과 풍선로켓, 젓가락으로 쌀 집기 등 10여 개가 진행되었다. 체험 장소는 각 교실과 수돗가, 과학실, 돌봄교실, 학습도움반, 운동장에 마련되었다. 교사 손이 부족해서 학부모님도 여러 분이 일일교사가 되었다.

비눗방울, 문방구에서 산 것보다 잘 불어져요

 종이비행기를 접어 운동장에서 날리며 공기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입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운동장에서 날리며 공기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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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행사 날 아침, 다목적실에서 행사 진행 방식을 듣고 나서 체험마당이 시작되었다. 2학년인 우리 반은 먼저 수돗가에 마련된 비눗방울 만들기를 하러 갔다. 아이들이 아침에 교실마다 붙여진 체험 제목을 보고 비눗방울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일일선생님이 물, 세제, 하얀 병을 두고 각 재료를 섞은 다음 빨대로 불어보면서 비눗방울이 잘 불어지도록 조절을 해보라고 설명하였다. 아이들은 각자 종이컵에 재료를 섞어 부는데, 순식간에 비눗방울이 알알이 커지고 손은 물론 발에까지 넘쳐 흐르자 놀랐다. 문방구에서 사서 부는 것보다 잘 불어진다고 신나하였다. 그리고 집에서와 달리 비눗방울이 잘 불어진 것은 바로 하얀 병에 든 물질, 즉 글리세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신기해했다.

그 다음에는 5학년 교실에서 스노우 글로브라는 걸 만들었다. 미리 집에서 가져다놓은 작은 음료수병에 물과 글리세린을 부은 후 반짝이를 뿌리고 거꾸로 흔들면 눈 내리는 풍경이 연상된다. 아이들은 집이나 문방구에서 반짝이나 물고기 같은 걸 담아 흔들던 것이 바로 이 원리였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다.

저 멀리 날아간 물로켓, 정말 신기해요

 짝을 지어  풍선 로켓을 만드고 날리는 체험행사입니다.
 짝을 지어 풍선 로켓을 만드고 날리는 체험행사입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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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교실에서는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종이 한 장으로 손쉽게 만들지만, 하늘을 나는 원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이 신나하는 활동이다. 우리 반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접고, 고학년은 학습지를 보고 접는데 많이 어려워했다. 만든 비행기를 들고 운동장에 가서 바람의 방향을 생각하며 비행기를 날렸다.

그러다 운동장의 물로켓 체험장이 비어서 우르르 달려갔다. 물로켓은 하루 전에 6학년이 미리 만들어놓은 것이다. 선생님이 물로켓 발사대에 장착하는 법, 조준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쏘게 했다. 이 체험은 시간이 많이 걸려 아쉽지만 2명만 해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물이 쏟아지며 멀리 날아간다는 자체를 신기해하고, 아주 멀리 간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오후에 과학체험행사 소감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는데, 물로켓을 그리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다.

돌봄교실에서 하는 풍선로켓은 두 명이 짝을 지어 풍선에 빨대를 붙이고, 낚시줄을 빨대에 끼워넣은 후 풍선을 놓으면 발사되는 것이다. 힘들게 풍선을 불었다가 줄끝까지 발사되는 걸 보며 공기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외에는 병에 쌀을 가득 넣어 압력을 높인 후 젓가락을 찔러 드는 것이나 동전을 쌓은 위에 사탕을 놓고 맨 아래만 쳐내는 활동, 뱀 모양 종이를 잘라 양초 위에서 춤추게 하는 활동 등이 이어졌다.

과학실에서 진달래꽃잎을 실체현미경으로 관찰하고는 세포를 봐서 신기하다고 하였다. 처음에 행사를 준비할 때는 학년별로 수준이 달라 과연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제 나름에 맞게 과학적 원리를 체감하고 모든 활동에 다 집중하였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냐고 할 정도였다.

 젓가락은 장사 체험인데 쌀을 꾹 눌러 젓가락을 꽂으면 병이 들리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했습니다.
 젓가락은 장사 체험인데 쌀을 꾹 눌러 젓가락을 꽂으면 병이 들리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많이 신기해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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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체험행사로 장애인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다

과학체험행사도 좋았지만, 장애체험마당도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활동이 되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0교시>등 영상을 보여주고 글쓰기와 그리기 공모 등 후속행사를 하지만 피상적인 행사에 그친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장애체험행사까지 같이 넣어서 하게 되었다. 학생 수가 적어 평소에 학습도움반에 있는 장애 학생들도 다 알고 서로 잘 지내고 있지만, 장애 학생들의 내면을 조금 더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담당 선생님이 미리 휠체어와 하얀 지팡이, 점자책, 목발 등을 빌려와서 많은 학생들이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특히 장애인을 보고 절대 놀리지 말자고 강조하였다.

이 체험을 하고 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였다. 휠체어를 타고 복도를 다니는 것이 힘들다, 재미있다 반응이 엇갈리는데, 속으로는 모두 만약 몸이 불편해서 계속 탄다면 정말 힘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학생들은 눈을 가리니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처음부터 눈이 안 보였으면 엄마 얼굴을 못봐서 슬프겠다고 하였다.

고학년 여학생들은 점자에 관심이 많았다. 점자판을 가지고 점자 새기는 활동도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체험이 끝난 뒤 점심 시간에도 가서 활동을 이어갔다. 우리 반 아이들하고는 여러 도구들에 과학적 원리가 이용되었고, 과학이 장애인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장애인의 날에 공부하기로 하였다.

 학습도움반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장애체험 도구를 가지고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체험을 하고 나니 장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학습도움반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장애체험 도구를 가지고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체험을 하고 나니 장애인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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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주인 되는 과학행사,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

체험 행사를 하는 내내 학생들은 신이 났다. 되도록 과학교육과정과 연계된 활동을 고르긴 했지만 선행학습이나 사전지식이 없이도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기회가 주어지고, 잘한 학생을 뽑아 상을 주는 경쟁방식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한 명 한 명 제대로 체험하고 즐기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체험 뒤에 학생들은 과학을 매우 즐겁고 흥미로운 것으로 이해하고 그간 경험했던 것을 다시 되새기며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일반적인 행사는 어떻게 이루어질가? 보통 저학년은 과학상상화, 고학년은 독후감이나 글짓기가 필수인데, 문제는 과학시간은 흥미롭지만 이런 과학행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교과서의 내용과 연관이 없는 것도 많다. 현장의 눈으로 보기에 이런 과학행사의 목적은 과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과학 '행사'를 잘하는 학생을 뽑아 상을 주고 줄세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과학상상화는 미술학원에서 준비하고, 비싼 값을 들여서 도구를 사야 하는 종목은 가난한 학생들은 만져보지도 못하는 것도 있다. 교사들의 승진점수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국대회를 치루는 종목은 공공연하게 특정 회사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불평이 수 십 년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이런 행사가 지속되는 것은 진학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고 일부 교사나 단체는 승진과 연계해 꼭 행사를 치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너무 오래되어 행사 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 학교에서 이런 체험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학교 교육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성장에 도움을 주며 경쟁과 선별보다는 과학의 재미를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행사에 필요한 도구들도 대부분 과학실이나 학급에 있던 물건을 사용하여 불과 10만 원의 예산으로 해결되었다. 보통 교사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더라도 교장, 교감선생님의 시각이나 학부모님들의 협조가 아니면 진행하기 힘든데, 다행히 우리 학교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사실 일상 행사에서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진행하면 학생들이 모두 즐겁게 참여하고 과학에 흥미를 가지는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이번 체험행사가 일회성 과학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과학수업 및 생태중심의 학교체험행사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가 계속 확장되도록 해나갈 생각이다. 다른 학교에서도 전시성 행사보다는 학생들의 과학적 소양과 흥미를 기를 수 있는 과학 행사로 많이 바뀌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사는 학년교육과정과 연계되고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과학행사를 체험행사로 바꾸니 교사도 학생들도 너무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과학의 날 행사#작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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