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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이 1969년에 창건한 대전 학하리(동) 자광사 전경. 택지개발 사업으로 주변이 휑하다.
 탄허 스님이 1969년에 창건한 대전 학하리(동) 자광사 전경. 택지개발 사업으로 주변이 휑하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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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게 예언입니다. 일방적인 확인이나 부정이 쉽지 않으니 어떤 것이라도 가능합니다. 당장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맞거나 틀리거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게 예언입니다. 누구의 예언은 들어맞지만 대다수의 예언은 헛소리였다는 게 판가름 납니다.

앞일을 내다보는 능력을 예지력(豫知力) 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불교사에 한 획을 그으며 당대를 앞서간 수많은 선지자 중 탄허 스님이 보이신 예지력이 다시금 세간에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1983년에 입적하셨으니 30여 년 전 쯤 한 예언,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육필로 남긴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톱니바퀴 이빨 맞아 돌아가듯 흐르는 세월에 맞춰 착착 맞아 들어가고 있으니 경이로울 뿐입니다. 

유·불·선을 아우르는 선지자 '탄허 스님'

<탄허록> 표지사진
 <탄허록> 표지사진
ⓒ 한겨레출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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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생인 탄허 스님은 22살이 되는 1934년까지 사서삼경과 같은 유학(儒學)과 도덕경과 같은 도학(道學)을 공부합니다.

그러다 22살이 되던 1934년에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수행중인 한암 스님을 은사로 입산 출가합니다. 유학과 도학을 공부하고 이를 계기로 불교까지 섭렵하게 되니 탄허 스님이야 말로 유불선을 아우르는 선지식입니다.

일생 71년 중 49년을 출가 수행자, 구도자의 삶을 살다간 탄허 스님이 남긴 수많은 유무형의 업적 중 하나는 유불선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과 100년 후를 내다보는 예리한 예지력입니다.  

탄허 스님의 예지력은 스님 생전에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고, 스님이 입멸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니 경이로울 뿐입니다.

탄허 지음, 한겨레출판(주) 출판의 <탄허록>은 탄허 스님 생전에 당신의 경험과 불가의 가르침을 엮은 두 권의 책, <부처님이 계시다면>과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 두 권을 한 권으로 모아 묶었습니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내용 중 1장에서는 대한민국은 물론 주변국의 미래를 본 탄허 스님의 예지력이, 2장에서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국운의 방향타가 될 지도자의 역량이 무엇인가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한국의 정치사, 불신과 반목이 팽배한 한국 정치사를 수십 년 전에 미리 예견한 듯 정곡을 찌르듯이 정확하게 예견하며 펼치는 가르침이 생생합니다.

3, 4장에서는 유불선을 넘나드는 철학과 생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고 마지막 5장에서 종교에 관한 내용, 미래에 다가올 종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질문, 궁금증을 확 뚫어주는 명쾌한 답변

┃문17┃ 달마 스님은 왜 그리 무서운 얼굴로 생겼습니까?

달마 스님은 원래 미남자였다. 그런데 도교(신선교)에 시해법이란 게 있다. 시해법이란 몸을 한 곳에 머물러 두고 정신은 수만 리라도 다니는 것을 말한다. 달마 스님이 시해법을 했다. 신선교를 하는 사람 중에는 시해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 신선교에 시해법하는 사람이 지나가다 보니 자기는 험악하게 생겼는데, 달마 스님은 몸이 미남이라. 달마 조사가 시해법하느라 잠시 몸을 벗어 놓은 사이 시해법하는 사람이 '기회는 이때다!'라고 생각하고 달마 스님의 몸에 들어가 달아나 버렸다.

그리하여 달마 스님은 어쩔 수 없이 흉악한 신선의 몸에 들어갔다. 결국은 본신은 빼앗기고 남의 몸을 대신해서 얻은 것이다. 그래서 달마 스님의 상이 그리 흉측하게 생겼다고 한다. -<탄허록> 233쪽-

달마 대사
 달마 대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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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라는 울타리에 억매이지 않는 경지

책의 말미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는 'Q&A 탄허 스님에게 듣는다' 중 한 꼭지의 글입니다. 기상천외한 32개의 질문 마다 속 시원하게 궁금증을 확 뚫어주는 명쾌한 답변입니다.

10년 동안, 원고지로 6만 2500장이나 되는 <화엄경>을 집필한 불자 중의 불자이지만 탄허 스님의 글은 '불교'라는 울타리에 억매이지 않았습니다. 유·불·선, 그 어느 것에도 억매이지 않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선지의 경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부처는 49년 동안 설법을 행하였고, 탄허 스님께서는 49년 동안 구도자의 삶을 사셨습니다. <탄허록>은 저자이기도 한 스님께서 49년 동안 구한 구도의 결실 중 하나이기에 읽는 이들의 가슴에 천년의 우담바라로 피어나기에 충분합니다. 탄허 스님은 가셨어도 스님이 보이신 예지력과 가르침은 구구단의 칠칠 사십구처럼 불멸의 진리로 지속되리라 확신합니다.

덧붙이는 글 | <탄허록>┃지은이 탄허┃펴낸곳 한겨레출판(주)┃ 2012. 04. 10┃ 12,000원



탄허록 -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에게 남긴 100년을 내다본 지혜 모음

탄허 지음, 휴(休)(2012)


태그:#탄허록, #탄허, #한겨레출판(주), #자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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