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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한민국 1%라니 으하하하ㅏㅎㅎㅎ하하ㅏ핳ㅎ핳(@fair****)"
"내가! 대한민국 0.4%다! 다 나와!!!(@oden**)"

지난 4월 11일. 총선 개표 방송을 통해 각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이 공개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진보신당과 녹색당 지지자들의 '멘붕('정신'을 뜻하는 멘탈과 붕괴의 합성어)'이 이어졌다. 최종 집계 결과, 진보신당은 1.13%, 녹색당은 0.48%. 유권자 수로 환산하면 각각 24만2995표, 10만3811표의 지지를 얻었다. 새누리당이 '버린'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으로 선거를 치른 영남신당 자유평화당은 정당 득표율 0.85%를 기록했다.

선거 다음 날인 12일, 중앙 선거관리위원회는 진보신당과 녹색당을 비롯해 정당 득표율 2% 미만인 정당 18개에 대해 정당 등록을 취소했다고 공고했다. 정당법 제 44조에 1항에 따르면,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에서도 2%를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선거 다음 날 자동으로 등록이 취소된다. 기존 당명도 향후 4년 간 사용할 수 없다.

[진보신당] '반MB 야권연대' 물결 속에서 '노동문제' 의제화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가 3월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비례대표 후보 1번에 청소노동자 김순자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을 배정했다.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가 3월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비례대표 후보 1번에 청소노동자 김순자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을 배정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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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이 그렇게 멀리 있는 당인가 봐요."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는 쓰게 웃었다. 그는 "김순자 후보가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맡아주시면서 지지세가 결집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뛰어보니까 김순자 후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통합진보당 후보라고 생각하시더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부대표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를 6.8%p 차로 이긴 서울 동작을 지역에서 5.1%의 득표율을 얻었다.

"지역에서 운동할 때 정몽준 후보를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못 찍어주고 대신 정당 투표에서는 주변에 통합진보당 많이 찍으라고 하겠다고 응원 말씀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오죽했으면 '우리는 16번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만들었겠어요. 하하."

"절친한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이름에서 옷 색깔까지 빼앗길 상황(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에서 치른 선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를 알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진보신당의 상징인 빨간색 점퍼를 맞춰 입었다. 당의 간판스타였던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당선자)에 이어 유일한 현역의원이었던 조승수 의원까지 당을 떠나면서 비례대표 번호는 16번까지 밀려났다. 김종철 부대표는 야권연대의 물결에서 배제되는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의도와는 다르게 야권연대에 일부러 불참한 것처럼 비춰지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MB'와 '야권연대'가 모든 이슈를 뒤덮었던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이 노동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안효상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쌍용차, 재능교육 등을 비롯한 20여 개 사업장과 함께 '희망운동본부'를 꾸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인 노동문제를 총선이라는 공간에서 의제로 삼으려고 했다"면서 "선거 결과와는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았지만 제도 정당뿐만 아니라 운동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이러한 노력을 인격으로 표현한 것이 김순자, 정진우 후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인 김순자씨는 비례대표 후보 1번을,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던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은 비례대표 후보 4번을 배정받았다. 김순자 후보는 "정치는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주로 하는데, 그들이 우리를 절대 대신해줄 수 없다"면서 "우리도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하 진보신당 홍보실 국장은 "비례대표 후보 1번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였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에서 가져가지 못한 '노동자 정치'라는 상징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다"면서 "노동자들을 위해 삼성 자본과 싸웠던 김한주 변호사가 거제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것 역시 노동 정치적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총선의 성과에 대해 김 국장은 "지난해 진보대통합 논의를 거치면서 얼마 안 되는 지지기반도 와해되는 상태였는데 홍세화 대표 체제에서 수습을 쭉 해오다가 선거 기간에 들어서는 진보대통합(통합진보당) 쪽으로 간 사람들 말고 남은 사람들의 지지는 어느 정도 회복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국장은 "원래 있던 지지기반을 회복하는 데도 많은 역량이 필요했고, 확장을 모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역구는 물론이고 비례대표 의석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진보신당은 '재정난'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받아오던 국고보조금이 끊기게 되면서 온전히 당비로 당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 상황.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총선 전에 사회당과 통합한 진보신당은 이후 노동, 학계 등과 함께 제2의 창당을 계획했다, 저희의 그 계획은 참담한 총선 결과 앞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으로 다시 국민들을 만나뵙겠다"라고 밝혔다. 

[녹색당] 탈핵-탈토건 전면에 내걸고 창당 한 달 만에 10만 표

녹색당 이유진 후보(비례 1번)와 당원들이 3월 2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최근 심각한 고장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고리1호기 원전 수명연장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비례후보 1번 민병주 후보 규탄 및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녹색당 이유진 후보(비례 1번)와 당원들이 3월 2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최근 심각한 고장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고리1호기 원전 수명연장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비례후보 1번 민병주 후보 규탄 및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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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해야 하는 때가 있거든요. 더 늦기 전에 4월에 해야 하는 농사 마무리해야죠."

핵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던 박혜령 후보에게 '낙선' 이후 근황을 묻자 수화기 너머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탈핵농민후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출마했던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2.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96년 귀농해 17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박 후보는 영덕 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선거 결과에 대해 박 후보는 "선거 준비를 오래 한 것도 아니고, 선거 캠프가 조직된 상태도 아니다 보니 지역 현안인 핵 문제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선거를 치러 아쉽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주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아직 미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그래도 핵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서 이슈화 했다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탈핵을 염원하는 이들의 힘이 하나로 모이는 구심점이 마련됐다"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다. 박 후보는 "그 전에 이 지역은 핵발전소 반대 의견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딱 10명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선거에서 핵 반대의견이) 몇 천 배가 늘어났다"면서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영덕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가 출범 당시 회원은 10여 명,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는 지역구 주민 총 2300명의 지지를 받았다.

3월 4일 창당한 신생정당인 녹색당에게 4.11 총선 선거운동 기간은 녹색당을 알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탈핵'을 전면에 내세운 정당은 이제까지 없었는데 이를 많은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 사무처장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에서 녹색당이 내세운 '탈핵 및 에너지 전환 기본법' 제정 공약을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한 것 역시 성과로 꼽았다. 2030년 '탈핵'을 목표로 수명이 끝나는 핵발전소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해 나가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박혜령 후보가 '탈핵'을 상징한다면, 녹색당 비례대표 2번이었던 유영훈 후보는 '탈토건'을 상징한다. '농지보존 친환경 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지난 3년 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팔당 두물머리를 지켜왔다.

"녹색당이 얼마나 표를 얻을 수 있느냐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세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라고 생각했다"는 유 후보는 "공보물도 1600만 장 밖에 못 찍어서 가가호호 전달이 안 됐고, 중앙 언론이 잘 보도를 안 해 준 상황에서 10만 표를 얻었다"면서 "녹색당이 역사적으로 필요한 정당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0만 표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녹색당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유 후보는 "그동안 녹색당을 준비하기 위한 몇 번의 시도들이 있다가 번번이 안 되면서 이번에 조금 서둘러서 창당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운동이나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다시 창당을 하게 되면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풀뿌리 조직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유 후보는 "녹색당이 우리 사회 속에서 구체적인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 조금 더 확장성을 가지고 정치 속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후보는 "2014년 지자체 선거가 2년 정도 남았다, 잘 준비해서 지자체 선거 때는 좀 더 실제적인 성과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냥 사그라지면 안 돼요. 다시 일으켜야죠."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재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녹색당은 득표율 2%가 안 되면 정당등록을 취소하고, 재등록을 할 때 동일한 당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정당법 조항에 대한 헌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승수 사무처장은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태그:#진보신당, #녹색당, #4.11 총선, #정당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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