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자도 투표를 했다. 직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회사를 다니게 된 덕분에 출근한 지 3일된 수습기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다만 미처 주소지를 서울로 옮기지 못한 덕분에 급히 지난날 밤 본가가 있는 경북 김천으로 '정치적 귀향'을 해야 했다.

4월 11일 총선일 아침. 기자는 경북 김천시 대곡동 김천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후, 한 젊은 부부 정경호(36)·도현주(31)씨를 만났다. 결혼한 지 7년 됐다는 부부는 5살 된 딸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방문했다. 투표를 마친 부부에게 다가가 '가족 투표 인증샷'을 직접 찍어주겠다는 제안을 하며 몇 마디를 나누었다.

4월 11일 총선일 아침 경북 김천의 투표장에 딸과 함께 찾은 정경호 도현주 부부는 "딸이 아직 어리지만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동행했다"고 말했다.
 4월 11일 총선일 아침 경북 김천의 투표장에 딸과 함께 찾은 정경호 도현주 부부는 "딸이 아직 어리지만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동행했다"고 말했다.
ⓒ 강연준

관련사진보기


- 어떤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나?
정경호 : 오늘만을 기다렸다.(웃음) 현실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의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투표 아닌가? 그래서 모든 투표는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도현주 : 과거에는 나도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회의 여러가지 변화들을 보면서 투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 어떤 변화들에 주목했나?
도현주 :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이념이 어쩌고 이런 어려운 말들만 하지 않았나? 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고 생활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니 그런 부분들을 충족 시켜 줄 공약들이 늘어났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딸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정경호 : 투표가 밥 먹여 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웃음)

경북 김천지역도 경북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지지세가 높다. 김천시와 금릉군이 통합되고 치러진 1996년 15대 총선 이후를 살펴보면 15, 16, 17대를 (당시 한나라당) 임인배 전 의원이, 지난 18대에는 (당시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현역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고 있고, 상대는 민주통합당에서 배영애 후보가 나섰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이철우 의원이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천 지역구의 선거를 어떻게 예상하나? 정경호 : 아마 이철우 의원이 쉽게 이기지 않을까?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지역인데다가 의정활동을 나름 잘했다는 평가도 있고,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고, 상대의 존재감도 미약하고.

도현주 : 그래서 조금 걱정도 된다. 한 사람이 너무 일방적으로 당선되면 투표율 믿고 자만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견제도 필요하지 않을까?

-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나?
정경호 : 사실 그 부분이 제일 불만이다. 사실 뉴스나 신문을 봐도 주로 서울이나 대도시에 지역구를 둔 유명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지 않나? 그것도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뿐이고.

도현주 : 선거 공보물이 집으로 배달되긴 하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일방적인 홍보성 내용이라 잘 신뢰가 가지 않는다. 누군가 이런 것들을 판단하고 검증해 줘야 하는데, 개인이
이것을 일일이 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당이나 인물에 대한 인지도로 당락이 결정되는 '인기투표'가 되는 것 같다.

정경호 :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줄 지역언론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김천 지역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전부 유세 소식뿐이고.

특히 사회복지사(노인복지)로 일을 하고 있는 도현주씨는 정당들의 사회복지 관련정책에 관심이 높다.

- 주부의 입장 말고 사회복지사로서는 이번 선거 어떻게 평가하나?
도현주 : 사회복지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지만 현업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아직 돌봐 드려야 할 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상황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또는 예산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들의 정책 설정에 있어 너무 추상적인 정책들이 많은데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이다. 너도나도 돈쓰자는 얘기는 하는데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대책이 없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투표하고 직지사에 벚꽃구경을 하러가기로 했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두 부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경호 : 투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생활의 일부분이다. 딸이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 동행했다. 어리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나지 않을까? 지금은 투표율 70% 넘겨보자고 얘기가 많던데, 내 딸이 투표할 나이가 되었을 때쯤엔 투표율 90% 넘었다는 소식이 별 뉴스가 안 되었으면 좋겠다.

도현주 : 정치인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최근 열흘 동안 했던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복지관에 인사하러 오는 후보자들을 보면 말 그대로 '낮은 자세'다. 연기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김천, #가족 투표, #인증샷, #정경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