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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괴산(槐山)은 산(山)이 들어있는 군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방이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명산 아래로는 화양구곡, 선유구곡, 갈은구곡, 쌍곡구곡 등 굽이굽이 계곡의 기암절벽과 노송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그중 쌍곡구곡은 군자산, 보배산, 칠보산, 시루봉, 악휘봉, 막장봉, 장성봉 등 900여m의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다.

 

지난달 31일, 몽벨서청주 산악회원과 괴산 막장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막장봉은 괴산군 칠성면과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광산의 갱도처럼 긴 계곡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라 막장봉이라 불린다.

 

 산행 기점인 제수리재
산행 기점인 제수리재 ⓒ 변종만

막장봉(해발 868m) 산행은 해발 530m 제수리재 동쪽 능선에서 시작해, 절말 쌍곡휴게소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이 코스는 힘이 덜 들고 시간이 단축되는데다 주변에 있는 명산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능선의 조망이 좋다. 여러 형태의 바위가 멋진 풍경을 만들고, 로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바위벽이 막장봉까지 이어지는 것도 흥미롭다.

 

 이빨바위
이빨바위 ⓒ 변종만

제수리재에서 막장봉까지는 약 3.5㎞ 거리다. 간단한 준비 운동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초입의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처음 만나는 이빨 바위는 동물 형상의 입과 사람의 이를 빼닮은 모습이 신기하다. 

 

능선을 따라가며 숲길을 오르내리고, 조망이 좋은 바위에서 추억을 남긴다. 바위 위에 서면 백두대간 연봉들이 파도처럼 넘실댄다. 멀리서 보면 투구처럼 생긴 투구 바위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투구 바위 남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라 조망이 좋다. 물을 마시며 시간을 끌고 싶을 만큼 경치가 좋아 발길을 붙든다.

 

바윗덩어리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를 지나면 바위가 많은 바위 지대를 만난다. 그중 화산이 폭발한 분화구가 불쑥 하늘로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바위가 의자 바위다. 대야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북쪽 칠보산을 비롯해 주변 산이 수석전시장을 닮았다. 보배산·대야산·중대봉·갈모봉·가령산·낙영산을 비롯해 앞쪽으로는 막장봉 정상, 뒤편으로는 방금 지나온 바위지대가 보인다. 제법 험한 바위벽이 나타나 서로 도와가며 세미 클라이밍을 한다.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엄마 품을 떠난 둘리 바위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렇다. 이곳에서 댐 바위와 코끼리 바위가 내려다보이는데, 그 뒤편이 막장봉 정상이다. 댐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오랜만에 산행을 따라나선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으니 더 맛있었다.

 

비경 앞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산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 어느새 막장봉 정상에 올라섰다. 작은 돌무더기와 낮은 정상석이 맞이한다. 몇 년 전 아내와 다녀간 곳이지만 수술한 무릎이 아파서 고생하며 올랐기에 보람이 컸다.

 

정상을 지나서 장성봉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절말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절말까지 5.2㎞ 거리.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해 기분이 좋다. 높은 산길은 낙엽 속에 얼음이 숨어 있어 발길이 조심스럽다. 하산 길에 얼음이 남아있는 폭포를 만나고, 쓰러진 나무 밑을 통과하고 계곡의 물가와 산죽 사이를 걸으며 낭만도 누린다.

 

비가 온 끝이라 계곡물이 제법 불었다.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며 낮은 물길을 찾아 냇물을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한쪽 발이 물에 빠졌는데, 시원한 계곡물이 오히려 피로를 풀어준다. 물길이 세찬 쌍곡폭포를 돌아보고 내려와 쌍곡휴게소 옆 계곡물에 아예 발을 담갔다.

 

우리는 전쟁터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아등바등 피 말리는 삶을 산다. 날마다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어떤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냥 바람과 구름처럼, 산과 물처럼 살 수 있다는 게 최고의 행복이다.

 

 육우 갈비 맛있게 먹은 육품정클러스터
육우 갈비 맛있게 먹은 육품정클러스터 ⓒ 변종만

쌍곡휴게소를 출발한 버스가 청원군 북이면 대율리의 '육품정클러스터'에 도착했다. 농업회사법인 '육품정 클러스터'는 양질의 소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인근 축산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육우 전문점이다. 이날 신광복 산대장이 이끄는 몽벨서청주 산악회 회원과 숯불에 구운 육우 갈비를 맛있게 먹으며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덧붙이는 글 | 괴산이 자랑하는 35개 명산과 계곡은 괴산군명산지킴이(http://www.35mt.com)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괴산35명산#쌍곡구곡#막장봉#둘리바위#몽벨서청주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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