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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국회의원 총선거, 꼭 선거 해야 하는데 누굴 찍을까?
 4ㆍ11 국회의원 총선거, 꼭 선거 해야 하는데 누굴 찍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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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해라고 난리다. 안철수, 이외수, 명진 스님, 김미화, 김제동, 조국, 그리고 중앙선관위원장까지….

그런데 직업 정치인들은 "찍어 달라"고는 하는데 "투표하라"는 소린 뒷전이다. 이유는 따로 있다. 투표율이 "50%와 55%가 다르다"는 거다. 투표율에 따라 웃는 정당이 다르니 그럴 수밖에.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 된 셈이다. 그렇다고 치자.

"쓸 만한 놈 있으면 추천 해주숑~^^"

후배가 어제 오후 느닷없이 보낸 문자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려 사람을 구해달라는 건지? 통 무슨 뜻인지 헷갈렸다. 전화를 했더니, "4·11 총선에 찍을 사람을 권해 달라"고 한다. 난 또 뭐라고…. 선거하겠다는 표현이라 반갑다.

문제는 어떤 놈을 찍을 것인지 모른다는 거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야그다. 실상 그렇다. 후보자들은 자기가 대안이라고 목청 높이지만 옥석을 가릴 기준은 너무 미약하다.

선거 홍보 등을 보면 별 차이가 없다. 후보는 분명 다른데 구별할 기준은 차별 없이 비슷비슷하다. 후보자 판단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후보자가 쏟아져 나온 곳에서 후보 변별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전남 여수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시의원, 도의원 보궐선거까지 한꺼번에 이뤄진 터라 "누가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소연이다. 쓸만한 놈 추천해 달라던 후배는 전화에서 자신이 사는 동과 친인척과 지인이 사는 동 이름을 댔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이름과 선거구를 확인한 다음 추천할 만한 인물을 골라 문자를 날렸다. 국회의원 선거이니 국회의원만큼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회의원 후보를 제외하고. 그랬더니 국회의원 후보까지 추천해 달란다. 헐~^^. 그래도 알아서 해라고 미뤘다.

4ㆍ11 총선거의 투표 준비도 마무리 됐다.
 4ㆍ11 총선거의 투표 준비도 마무리 됐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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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집으로 오던 길에 팔십 일 세,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아이, 투표 누구를 해? 네 번이나 해야 되는데 고를 수가 없다."
"엄마, 지금 버스 안이니까 집에 가서 전화 할게요."

그랬는데 버스 안 앞자리에 앉았던 두 아주머니의 대화가 오간다.

"○○에서 내리려면 언제쯤 내려야 하죠?"
"아직 멀었어요. 여섯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세요.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 왔어요."

헉. 선거 전날 여행이라니…. 4·11 국회의원 총선거인데도, 국민의 권리인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인데도 투표를 마다하고 여행길에 오른 여행객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저 인간은 도대체 어떤 국민인가?'도 싶다. 어떤 사람들은 권리를 찾기 위해 이런 말로 투표를 독려하는 판이니까.

안철수 교수는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투표율 70%가 넘으면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했다. 명진 스님은 "빨간 가발을 쓰고 눈썹을 밀고 법복 대신 힙합 바지를 입고 개다리 춤"을 추겠단다.

게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능환씨는 "주인이 나를 대신해 일할 사람을 뽑는데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은 곧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이런 이야기 재미없다. 다시 현장 속으로 가보자. 집에 도착해 어머니께 전화했다. 후보 고르는 판단이 어렵다는 어머니께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이름을 댔다. 어머니께서 "알았다"고 하셨다. 판단 기준이 혼란스러워 혼동인 어머니께 죄스러웠다. 복잡한 세상에 사는 미묘함이다.

어떤 게 좋고, 어느 게 나쁜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해졌다. 잘할 사람과 못할 사람 구분이 사라졌다. 미사여구를 동원해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 죄, 정치인에게 있다. 그 판단을 못하는 죄도 정치인에게 있다. 몹쓸 정치인….

한참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나자, 밤 열시가 넘는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얼굴이 있다. 투표일에 투표를 포기하고 여행 떠나왔다는 그 여행객이다. 물론 원인은 썩은 정치로 썩은 나라를 만들어왔던 정치인 탓이다.

그래서다. '좌'와 '우'가 아닌,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 정치인을 뽑자는 거다. 모두가 함께 부대끼며 위로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4.11 총선, #투표, #안철수, #이외수,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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