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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지난 4일, 청와대 쪽으로부터 받았다는 5000만 원짜리 돈 묶음 사진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 돈묶음 사진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출고되는 '관봉' 형태이고 포장번호까지 상세하게 찍혀 있어, 출처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로부터 휴대폰을 돌려받은 뒤 삭제자료 복구 프로그램으로 지워진 사진에 대한 복구를 시도해 봤고, 의외로 간단하게 복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혹시라도 휴대전화 분실 시 이처럼 폰내부 매모리저장소에 담긴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은 없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휴대전화 분실 및 정보노출의 위험에서 내 폰은 과연 안전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전하지 않다'가 정답.

그나마 스마트폰이라면 국내 주요 통신사들이 분실을 대비해 원격제어 서비스나 관련어플을 제공하고 있지만 2011년 말 기준 1459명에 이르는 2G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쓰는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분실한 휴대폰에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이며, 동영상까지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남의 손에 넘어갈 것이란 불안감까지 밀려온다.

지난여름 휴가 때, 여친이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나 내 몸매가 드러난 극히 개인적인 사진들이 간단한 프로그램을 거쳐 아무런 제한 없이 파일보기와 저장이 가능하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이야기다. 잠금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간단한 프로그램 앞에서는 이 마저도 무용지물이다.

최소한의 대책도 없다. 그저 이용자들이 사전에 주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다. 다시 쟁점화 된 휴대전화를 비롯한 정보기기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한 회사의 안내화면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한 회사의 안내화면 ⓒ 화면캡쳐

[가상사례①] 휴대전화 수리 맡겼는데... 이미 삭제한 '민망한' 사진이 유출?

중국 <금일조보>의 지난 3월 22일자 보도에 따르면, 저장성 닝보시에서 휴대전화 수리 센터를 운영하는 한 직원은 20대 초반의 A(여)씨가 접수한 아이폰을 고치던 중 내부에서 A씨의 나체 사진 여러 장을 발견했다. 문제는 그 사진들은 A씨가 아이폰으로 촬영했다가 이미 삭제한 사진들이었다.

이 직원은 나머지 나체 사진들을 복구한 뒤 이를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해 수리 센터를 찾는 불특정다수와 함께 감상(?)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특히 아이폰은 삭제사진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스마트폰의 개인정보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상사례②] 중고 디카 처분시 메모리카드는 덤으로? 아니아니~ 아니 되오!

한 남성이 성능이 좋은 디카를 중고로 처분했다. 친절하게도 이 남성은 기존에 사용하던 디카 안의 메모리카드는 덤으로 넘겨주기로 했다. 당연히 메모리카드에 담긴 데이터는 모두 삭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 중고 디카를 구입한 사람이 심심해서 그랬을까?

구입자는 이 메모리카드의 데이터 복원을 시도했다. 그 결과 기존 디카 주인이 여자 친구와 함께 찍었던 은밀한 사진과 동영상들이 대거 복구되었고, 여기저기 퍼트리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급기야 'OOOO녀'란 이름으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면서 P2P사이트를 중심으로 다수가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가상사례③] 구~래? 그럼, 자료복구 전문가 불러야겠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양. 어느 날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둔 디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친구들과 선생님들까지 동원되어 디카 찾기에 나섰지만 헛수고. 그렇게 5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 책상에서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기종의 디카가 발견됐다. 결국 두 학생이 디카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 학생의 부모가 모두 학교로 불려오고, '애들 싸움'은 급기야 '어른 싸움'으로 번졌다. 김양 아버지는 디카를 들고 경찰서로 향했고, 친구의 부모들도 죄 없는 아이를 의심한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고민하던 담당 형사는 궁리한 끝에 마침내 해법을 찾아냈다. 디카에 들어있는 메모리카드를 복구하자 디카를 잃어버린 김양의 가족사진이 나오고 말았다. 친구는 끝까지 죄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결정적인 증거'를 보고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하드디스크 박살 내지 않는 한 '복구가능'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한 회사의 안내화면. 복구가능한 데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한 회사의 안내화면. 복구가능한 데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 화면캡쳐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이 가상의 사례가 아닌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면? 그렇다, 이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메모리카드, USB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의 저장장치들은 '포맷'이나 '파일삭제'등의 작업을 통해 데이터를 삭제해도 복구가 가능하다.

디스크 상에서 '완전삭제'라는 작업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하드를 물리적으로 박살을 내지 않는 한, 데이터는 거의 복구가 가능하다. 저장장치의 속성이나 폴더 안에는 육안으로는 파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복구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거의 대부분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인터넷상에서 내려 받은 'OOO 데이터'란 프로그램으로 불과 10분 만에 지난해 5월에 삭제된 사진 중 일부를 복원했다. 원래 이 복구프로그램은 상용 프로그램이라 직접 구입을 해야 하지만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맛보기용으로 제공하는 데모 버전으로도 일부 복구가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후 휴대전화 전원을 켜고 연결하면 복원할 드라이브 설정 화면이 나온다. 휴대전화를 이동식 디스크 드라이브의 하나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복원이 가능했다. 휴지통에 버린 것까지 찾을 수 있으니 뭐, 놀랍지 않는가?

요즘 직장인이라면 사무용으로 한두 개씩은 가지고 다니는 USB메모리도 마찬가지다. 메모리카드는 꼭 본인 혼자서만 사용하고 절대 빌려주거나 남에게 넘겨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히 메모리카드를 친구나 선후배에게 빌려주는 일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얼마 전 메모리카드에 보관했다가 삭제한 내 공인인증서와 이력서, 그리고 스캔하여 그림파일로 저장했던 신분증을 그대로 넘겨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르고 건네줬건 고의로 복구했건 우연히 저장했건,  개인정보 도용이 가장 쉬운 사람은 바로 가까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동식 저장장치 빌려주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 '포기' 행위

특히 USB나 메모리카드 등 이동식 저장장치는 무조건 혼자서만 사용하고, 폐기할 때는 무조건 파손하여 버려야 한다. 버리기 아깝다고? 1~2만 원 아까워하다 돌이킬 수 없이 발목을 잡히고 싶은가. 저장장치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데이터의 영구 삭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라.

혹시 USB 메모리를 잃어버렸다면 메모리 값만 날리고 끝나면 좋겠지만 초점을 '저장된 내용'으로 바꿔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손가락 만한 메모리에 수십 기가까지 저장되는 요즘 추세에 잃어버린 USB 메모리가 악의를 가진 사람 손에 들어가 복원이 된다면 개인자료는 물론 사진이나 동영상이 무차별 유포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SB 메모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면 확실히(?) 초기화하라. 로포맷 프로그램이나 공개 소프트웨어인 'O레이저' 등은 빈 공간에 데이터를 수십 번 덮어 쓰는 작업을 반복하여 복구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또, USB메모리에 비밀번호를 걸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깔아 사용하면 분실로 인한 자료유출의 걱정도 덜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면서 무심코 대리점에 줘버린 내 휴대전화는 괜찮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no)'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도 최근의 내 사생활이 그대로 전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긴 후 후회할 때면 이미 늦다.

아, 휴대전화가 '손 안의 컴퓨터'로 진화되는 첨단시대가 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되돌아와 발목 잡는 또 하나의 애물단지가 되었으니 이를 어찌하오리까.


#데이터복구#삭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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