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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불법사찰의 청와대 개입 의혹과 입막음용으로 전달된 5천만원 돈다발 사진을 공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의 청와대 개입 의혹과 입막음용으로 전달된 5천만원 돈다발 사진을 공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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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 무마용'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5천 만 원 돈다발이 한국은행에 납품된 지 1년이 넘은 '묵은 돈'으로 드러났다. 이 돈이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출금된 돈이 아니라 장기 보관된 비자금이나 청와대 특수활동비 등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서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국장)에게 받은 5천만 원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2009년 하반기 한국은행 본점에 납품한 돈" 

한국은행 발권국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화폐 일련번호를 확인해보니 한국조폐공사에서 2009년 하반기 한국은행 본점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다만 납품받은 은행권은 무작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언제, 어느 금융기관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먼저 납품한 화폐가 먼저 지급되는 '선입선출' 방식이 아니어서 금고 구석에 있다 나중에 출고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5만 원 권을 처음 발행한 시점이 2009년 6월이고 당시 신권 수요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 금융기관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돈이 금융기관에서 오래 머물렀을 가능성도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선 5만 원 신권을 필요한 만큼 받아 그때그때 소진하기 때문에 1년 이상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류 전 국장이 장 전 주무관에게 5천만 원을 건넨 시점이 2011년 4월임을 감안하면 1년 넘게 어딘가에 보관해둔 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5만 원 신권은 발행 초기 기업이나 '큰손'들이 비자금용으로 대량 확보하면서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았다. 지금도 5만 원 권 환수율은 60% 수준에 그쳐 '비자금용'이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 창구에서 5만 원 신권이 '관봉'으로 묶인 그대로 지급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은행 VIP 고객이나 기업 고객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 오마이뉴스 <이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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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했다던 류충렬 "지인에게 빌린 돈" 말 바꿔  

애초 5천만 원 출처에 대해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라고 해명했던 류 전 국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나중에 십시일반 모으기로 하고 내가 미리 어디서 융통한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한 돈이 '관봉' 형태로 묶인 신권 돈다발로 밝혀져 '십시일반'이란 해명이 무색해진 탓이다.

지난해 4월 류 전 국장이 돈을 건네면서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장 전 주무관 증언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은 정부 중앙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사실을 진술한 직후여서 민정수석설에서 회유에 나선 것이란 의혹을 샀다.

다만 류 전 국장은 "청와대에서 전달 받은 돈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하면서 "지인이 누구인지는 검찰 조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류 전 국장 말이 사실이라면 출처 확인은 어렵지 않다. 2천만 원 이상 현금 인출시에는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등록돼 인출자 신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돈다발이 1년여 전 출금된 뒤 어딘가 장기간 보관돼 오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쳤다면 정상적인 유통 경로 추적은 쉽지 않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FIU에 등록되는 2천만 원 이상 금융거래가 하루 4만 건에 이르고 화폐 일련번호도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보면 거꾸로 이 돈이 정상적으로 '지인에게 빌린 돈'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비자금이나 청와대 특수활동비 등에서 나온 '수상한 돈'이란 의혹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5천만 원 출처에 관한 검찰 수사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전날(5일) 장 전 주무관을 불러 '관봉' 5천만 원 전달 과정을 조사한 검찰은 곧 류 전 국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태그:#민간인 사찰, #5천만원 , #장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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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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