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페라 '라보엠' 2막 카페 모뮈스 거리. 활기찬 파리의 거리에서 진지한
열정의 예술가들은 삶과 사랑, 예술을 의논한다.
 오페라 '라보엠' 2막 카페 모뮈스 거리. 활기찬 파리의 거리에서 진지한 열정의 예술가들은 삶과 사랑, 예술을 의논한다.
ⓒ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의 2012년 첫번째 오페라로 우리 한국 관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라보엠>을 4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였다. 파리 뒷골목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열정과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라보엠>은 국립오페라단이 새봄을 맞아 선사하는 첫 오페라로써 공연기간 내내 관객을 열광시키며 멋진 공연을 선사하였다.

1막이 시작하면 무엇보다도 첫눈에 눈을 끄는 것은 무대였다. 작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도 무대를 맡았던 프랑스의 로익 티에노 무대감독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의 공간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5층 돌기둥 다락집으로 표현하면서 심플하고도 효과적인 공간미학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치 달리의 '기억의 집착'을 보는 듯 세상과 동떨어진 정신의 세계를 보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미미가 부르는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Si,Mi chiamano Mimi)'라고 처음 소개하는 장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2막에서 무대는 카페 모뮈스 거리로 한번 바뀌는데, 돌기둥 다락이 위로 올라가며 아래쪽 층의 내부와 바깥거리를 사용한다. 마치 르느와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Le Moulin de la Galette'를 보는 듯한 파리 시장분위기의 연출은 흥겹고 떠들썩한 시내의 느낌을 물씬 주면서 활기차다.

오페라 '라보엠' 3막. 병에 걸린 미미(홍주영 분)와 로돌포(강요셉 분)가 
슬픔에 차 노래하고 있다.
 오페라 '라보엠' 3막. 병에 걸린 미미(홍주영 분)와 로돌포(강요셉 분)가 슬픔에 차 노래하고 있다.
ⓒ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4월 5일 공연에서 1막 달빛에 비친 미미를 바라보며 첫만남에 부르는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에서 테너 김동원은 터질 듯한 선명한 음색으로 테너다운 시원함을 선사하였다. 이어서 소프라노 김영미는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에서 부드럽고 농도 짙은 음색으로 감성의 미미를 표현하였다. 로돌프와 미미가 부르는 이중창 '오 사랑스런 아가씨(O soave fanciulla)'에서는 사랑스럽고 감미로운 노래와 호흡을 보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연륜에서도 느껴지는 바 풍부한 울림과 여유 있는 연기로 이 연극과도 같은 오페라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이끌고 있었다.

4월 2일 프레스 리허설의 소프라노 홍주영은 젊은 에너지에서 오는 좀 더 맑은 톤의 미미를 노래하여 신선함을 선사했다. 마찬가지로 도이치 오퍼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며 성악계의 아이돌로 떠오르고 있는 강요셉은 잘생긴 외모와 젊음에서 오는 에너지 넘치는 음성으로 열정의 로돌포를 보여주었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표현한 <라보엠>이므로 이 젊은 성악가들이 시각적 면에서는 즐거움을 선사하였으나 역시 음악적 면에서는 그래도 경험과 관록의 김영미-김동원 커플이 여유와 조화로운 음악을 구성하고 있었다.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박은주와 전지영, 그리고 로돌포의 친구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우주호와 공병우, 쇼나르 역 바리톤 김진추와 김주택, 콜리네역의 베이스 함석헌과 이형욱, 베누아와 알친도르 역의 임승종과 파피뇰 역의 김건우까지 모두 역할에 맞는 음색과 연기로 극을 더욱 알차게 만들었다.

오페라 '라보엠' 4막 중. 병에 들어 죽어가는 미미와 슬퍼하는 로돌포와 친구들.
 오페라 '라보엠' 4막 중. 병에 들어 죽어가는 미미와 슬퍼하는 로돌포와 친구들.
ⓒ 문성식 기자

관련사진보기



4막 다락방 안에서는 특히 소프라노 홍주영의 연기도 멋졌지만, 김영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단지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인데 무척 가녀린 모습의 병세가 악화된 젊은 미미를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4막은 죽어가는 미미와 그것을 슬퍼하는 로돌프와 친구들의 모습이 슬픔과 비장미 가득하게 표현되며 가슴을 저며 왔다.

또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오케스트라 반주는 유려함과 웅장함으로 더욱 빛나는 <라보엠> 구성에 한몫하였다. 합창단은 국립합창단, PBC 소년소녀합창단 등 대거 인원이 출동하여 웅장한 장면연출과 시원한 스케일의 음악구성이 좋았다. 두 주연만으로 구성할 때와 활기찬 대거인원의 장면이 대비적으로 구성되며 극의 다양한 배치가 훌륭하였다.  

지난해 <시몬 보카네그라>에서도 국립오페라단과 작업한 이탈리아의 마르코 간디니 연출은 이번 <라보엠>에서도 웅장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연출로 4일 공연을 흡족하게 이끌고 있었다. 활기찬 열정의 파리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뮤지컬이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과 집중력을 주었던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은 푸치니 오페라의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커튼콜까지 관객은 시종일관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로 화답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라보엠, #국립오페라단, #정명훈, #강요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