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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
 작가와 함께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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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이 끝나는 구세군 교회의 백년 역사가 있는 건물을 전시장으로 쓰고 있는 정동갤러리 공간루에서는 4월 5일부터 4월 14일까지 사진가 집단 루 Luz(김규형, 박순경, 박종하, 우재오, 장인환, 정성태)의 사진전 'I looked 한때, 나는 이렇게 보았다'가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에 참가하고 있는 6인의 작가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지역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전이 아닌 각 작가가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으로 표현한 6개의 에피소드형식의 전시 형태이다.
 
'한때, 나는 이렇게 보았다'라는 부제에서 말하듯 각 작가가 본 시점의 흔적을 통하여 그들이 본 개념을 작가의식이 투영된 결과물로 드러내고 사진 너머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메타포를 만나게 하는 의도적 전시이다.
 
경기도미술관의 최효준 관장은 이들의 작품을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유미주의적 작업도 아니고 기록적인 작업도 아닌데, 남다른 진정성을 가지고 주제가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드러나게 하는데 천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평했다.
 
대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여 이해하고 각자의 주제의식을 작업에 투영하는 사진 예술의 정석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들은 시간의 흔적, 그 흔적이 남은 공간에 시선과 마음을 머물게 하여 시간에 대하여 성찰하는 작업에 몰두하여 작업하고 그 작업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찾아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합체 해 놓은 전시이다.
 
 푸른 정물 - 김규형 -
 푸른 정물 - 김규형 -
ⓒ 김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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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정물'을 발표한 김규형은 내 집부터 골목길 나와 어디서든 존재하는 담벼락과의 인연을 표현했다. 담벼락에는 세월이 있다. 그 세월은 시간이고 그 시간 속에는 사연이 숨겨있다. 그런 많은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 흔적을 만든다.
 
작가 김규형은 이러한 담벼락의 풍경을 속속들이 느껴 보기로 했다. 그는 햇살이 내리 긋는 담벼락에 기대어보거나 막다른 골목길 한복판에 서서 자신이 그 풍경의 일부분이 되어보기도 했고 이러한 행위들에서 익숙한 풍경은 또 다른 의미로서 작가의 마음에 들어오게 되고 이때부터 작가에게는 가까운 풍경들을 채집하는 수렵인의 모습이 되어지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은 그림자며, 햇살이며, 버려진 혹은 잊어버린 기억이기도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바닷물 속에서 보았던 푸른 정물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에는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선이 존재하고 골목길을 휘젓던 활기찬 시절의 기억의 편린들을 보듬어 안는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과거라는 시간은 철저히 용도 폐기되지만 김규형의 풍경 속에서 흘러간 시간들이 용케 살아 남는다.
 
김규형 작가는 영남대 조형대학원에서 사진예술을 전공했다. 대구에서 살면서 도시 공간의 변화과정과 눈여겨보지 않았던 자투리 공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도 위에 지나온 행적을 그려 넣고 한 번도 걸어보지 않았던 도시 공간 이곳 저곳을 직접 걸어 다니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빨간 가방 - 박순경 -
 빨간 가방 - 박순경 -
ⓒ 박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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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경의 사진은 OHP필름에 모노톤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선명한 빨간색의 여행 가방이 화면을 채운다. 10대로부터 10년 주기로 등장하는 연령별 여성은 각자의 욕망을 들고 산다. 
 
작가 박순경은 빨간 가방을 "가슴속 한 구석에 잘 갈무리해둔 이상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이상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 이상을 펼쳐 보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고 도전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빨간 가방은 10대의 여성에게나 60대의 여성에게는 여전히 닫혀있는 모습이다.
 
빨간 가방은 주인의 연령대는 변하여도 가방의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결코 채워지지 않아 늘 변치 않는 욕망, 그것은 짐스러운 짐가방임에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스려 버려야 할 대상이지만, 우리들은 변치않는 그것을 무덤까지 끌어안고 가게 되는 대상이다. 현대인들에게 버리라고 하는 작가의 언어가 무게감 있게 전해져 온다.
 
박순경은 2011년 동제미술전시관에서 기획전_"여름안에서"에 참가했고 제이드갤러리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KARMA - 박종하 -
 KARMA - 박종하 -
ⓒ 박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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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하의 'KARMA'는 연꽃을 가지고 세월을 이야기했다. 그는 천년 사찰의 단에 있는 연꽃 조각을 보고 현대에 있는 생화 연꽃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수 천 년의 시간을 넘어선 인연이고 화합이다.
 
그가 보는 세상의 인연이란 불교적인 연기에 우리들의 의식, 욕망을 더하여 그것들이 함께 얽히고 섥혀 한없이 복잡한 것이 되었다. 박종하는 "오랫동안 우리 의식을 지배해온 집단 무의식의 강고함 아래 흘러간 시간은 그저 흘러 가버린 것이 아니고 오늘 여기 나의 삶을 질긴 인연의 끈으로 옭아매어 지배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시간과 공간적 차이는 오래도록 또 다른 인연을 만득리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KARMA인 듯 싶다.
 
그는 레이어 작업 과정을 통하여 가느다란 선들의 궤적을 포함시켰는데 그 선들은 세계육상경기대회 축하 불꽃놀이에서 불꽃의 궤적을 변형시킨 것이라 했다. 그것은 실체 없고 허망한 인간의 욕망 일 뿐, 순간의 영화 일 뿐이다. 우리들이 버리지 못하는 욕망은 실타래와 같이 얽혀 지고 그 얽힘의 삶이 인연으로 긴 시간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금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박종하는 동아미술관, 덕영아트홀, 대구문화 예술회관, 대백프라자갤러리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CIRCULATION - 우재오 -
 CIRCULATION - 우재오 -
ⓒ 우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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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과 사진을 함께 전시한 우재오의 'CIRCULATION'은 생명이야기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검정색의 십자가 9개가 걸려 있다. 바라보는 기자에게는 죽음의 의미로 다가왔지만 작가는 도리어 생명으로 말한다. 그는 죽음과 생명은 순환되고 그 차이는 잠시 사라지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의 순간의 차이라 말한다. 삶과 죽음은 시간의 흐름이고 그 흐름은 되돌아오는 순환의 모습으로 말하고자 한다.
 
칼라와 흑백, 화려한 꽃과 떨어진 꽃잎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고 있는 듯하나 사실은 같은 공간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우재오는 설명한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순응해야할 실재적 사실이라 말하고 시간의 흐름을 통하여 삶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찰이라 말하고 있다.
 
그는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언제부터인가 삶과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에게 상실의 슬픔과 아픔을 주지만 동시에 긴장감과 갈등을 완화시키고 때로는 완전히 해소 시켜 버리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즉, 삶과 죽음에서 삶만 강조하기 보다는 죽음을 통해 삶을 재조명해보고 그로 인해 삶에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자 했다.
 
경북대학교에서 공법학을 전공한 작가는 지금은 사진과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11월 동제미술전시관 기획으로 "Circulation"이란 주제로 또 한번의 개인전을 마쳤다. 6월에는 독일에서 진행되는 NordArt 2012 International Exhibition에 초대받아 전시할 계획이다. 고민과 숙성의 시간을 거쳐 창작이 완성될 때, 즐거움과 흥분으로 많은 이들과 행복한 순간을 나누고 싶어한다.
 
꽃 - 장인환 -
 꽃 - 장인환 -
ⓒ 장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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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행복하게 바라보기라 정의하고 사진하는 목적이라 말하는 장인환은 대구MBC에서 17년을 TV와 라디오 진행자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공인으로서의 생활을 통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배워왔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 '꽃'은 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많은 수의 대중이 서로의 생각과 말을 던져 내듯 하나의 꽃 속에 많은 꽃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서로 복잡하게 엉켜 있다. 그럼에도 장인환의 꽃은 드러나 있다. 어둠속에서 빛이 더 밝게 존재하듯 환하다. 대중 안에서 살고 있는 그의 직업관이 자연스럽게 표현해 놓은 것일까?
 
그는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의 표상이지만 바라보는 시각과 갖고 있는 고유의 파장 그리고 선택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심상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꽃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심상적 이미지의 표현을 위하여 그가 선택한 사진적 표현법은 다중노출이다. 다중노출을 통하여 실제로 보여지는 모습과 심상에 갖고 있는 모습 그리고 서술되어 지는 형태의 다중성을 한 곳에 모아 한꺼번에 보이고자 했다.
 
장인환은 2010년엔 대구 사진비엔날레 화랑/갤러리 기획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고 수 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목적을 향해 달리는 동안 머리 속을 채워가는 상상들로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삼덕맨션 - 정성태 -
 삼덕맨션 - 정성태 -
ⓒ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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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구의 중심가인 삼덕동의 삼덕맨션은 재개발의 미명으로 그 존재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1974년 건축되어 긴 시간을 대구 도심 속에서 오랜 세월 버팅겨 오며 많은 이들의 보금자리로 존재해 왔던 삼덕맨션의 흔적을 정성태는 추억해 보았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간이다. 살기에 편하고 재미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반드시 포장되고, 오로지 정방형의 마천루가 선사될 필요는 없다"는 정선태는 사라져 간 삼덕맨션을 통해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것의 사라짐과 잊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경기도미술관의 최효준 관장은 그의 작품에 대하여 "사라지고 버려지는 도시의 한 구석, 인적 없는 오후의 햇살 아래서 정성태는 흘러간 시간의 기억들을 육화된 렌즈로 스치는 바람결 같이 쓰다듬는다"고 했다. 일상에서는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 흔하디 흔한 풍경을 정성태는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하여 소외되어 버려지고 사라지는 대상에 우리의 시선을 다시 불러들인다. 그것들이 원래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이었는지 되묻게 해주고 덧없이 소비해 버린 지난 시간의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일깨우고 기억하게 해준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막힌 근경이 한 구석을 차지하여 답답한 느낌을 주되 그 너머 흘끗 보이는 중경이나 원경으로 숨통을 틔워주어 관람자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감춤과 드러냄의 조화가 부드럽게 표현되어 현장감을 전시장에서 느껴볼 수 있다.
 
정성태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경관의 선호특성을 연구하였고 뉴캐슬 대학에서 사진미학에 대해 체험했다. 네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사진전에 초대되었으며, 2008년엔 2030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두 권의 사진집과 몇 차례의 전시 기획 경험이 있다.
 
오픈식에서 정성태 작가
 오픈식에서 정성태 작가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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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집단 루 Luz는 6명의 사진가가 모여 만든 사진모임이다. 이들의 활동무대인 대구는 국제사진비엔나레를 주최하는 등 사진적 기능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탄탄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타지역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면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시도라 하겠다.
 
루의 탄생은 4년 전 대구 사진계의 지도자격인 사진인이 모인 세미나를 하는 중에 뜻을 함께 하여 구성하였으며 단순히 사진만 찍는 모임이 아니라 연구하고 발표하며 지역사회의 사진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모임이다.
 
목적에 합당하기 위하여 매년 2, 3명의 사진과 대학생들을 선정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어 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또한 세미나 등을 열어 지역 사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정성태씨는 전문작가 뿐만 아니라 사진의 묘미를 즐기고 마음으로 느끼는 아티스트를 꿈꾸는 모든 이들과 아마추어 작가들의 숨김없는 소통과 표현의 구심점이 되고자 하는 것이 사진가집단 루의 목적이라 말한다.
 
오픈식에서 박종하 작가
 오픈식에서 박종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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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진모임 루, #I LOOKED, #김규형 박순경, #박종하 우재오, #장인환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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