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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광장에서 12일째 농성을 진행 중인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 희망광장'(이하 희망광장) 참가자들 7명이 청와대 인근에서 연행됐다. 사흘째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21일 오후 희망광장 참가자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원접수를 위해 청와대로 가는 도중 경찰과 충돌이 일었다. 지난 19일 이들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원접수를 하려 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이튿날 경찰과 3명의 대표단만 민원실을 방문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나 경찰은 또 다시 대표단을 저지했다. 연이어 사흘째 민원접수가 막히자 참가자들은 연좌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유명자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장 등 5명이 연행됐다.

 

이에 앞서 기자회견 도중 길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이명박이 책임져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리고 구호를 외치던 최일배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구미지부 조직부장과 최상하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도 연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KEC지회, 쌍용차지회, 콜트콜텍지회,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등 지난 수년 동안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 소속의 노동자들 20여 명이 참석했다.

 

"FTA로 미국 노동자들 살렸으면 국내 노동자도 살려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한웅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세금으로 사는 공무원"이라며 "우리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말 살기 어려워서 절박해서 갈 데가 없어서 대통령에게 호소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호소를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막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대우자동차를 GM에 내주고, 쌍용차를 인도 마힌드라에 주고, FTA로 미국 노동자들을 그만큼 살리고, 그렇게 좋은 세계화를 그만큼 했으면 이제 죽음의 벼랑 끝에서 절규하는 국내 노동자들도 살려야 하지 않느냐?"며 정리해고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는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정리해고 없는 날' 집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현실을 알리고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청와대로 행진할 것임을 밝혔다.

 

유명자 지부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가 희망광장을 연 것은 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정규직이 되거나 해고당할지 모르는 1700만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쫓아내는 비정규직법과 정리해고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자동차에서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국가의 잔인한 폭력, 노조탄압에 열을 올리는 자본가들의 간악함 속에서 희망을 잃고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며 "이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청와대로 행진합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주에 이어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 펼쳐진 '희망광장'에 퇴거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경찰도 오는 26일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로 인해 해당 구역이 이날 정오부터 경호안전구역으로 설정돼 희망광장 참가자들에게 자진 이동을 요청했다.


태그:#희망광장, #이명박, #정리해고,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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