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 부모님은 텔레비전 화면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얼굴이 나오면 종종 "불쌍하다"고 말을 한다. 아버지와 어미지가 '비명횡사'한 그녀의 엄마(육영수)와 아빠에 대한 고마움과 안타까움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박 위원장에 대한 측은지심의 표현은 한국전쟁 후 가난을 겪은 60대 이상에게 쉽게 듣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 '조국근대화'와 '강대국'의 꿈을 자기의 꿈으로 일치시켰던 부모 세대들에게는 독재자 박정희는 불멸의 영웅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 임기 동안의 '삐뚤어진 고성장'은 사후 30년까지도 그를 존경하는 대통령 1순위로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대해 기성 세대와 대화를 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지금의 세대는 보릿고개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진정한 배고픔을 모르기 때문에 박정희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른다"는 거다.

최근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박정희의 '신드롬'은 박 위원장에게 전가된 모양새다.

19일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인천 부평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출입 기자단, 인천지역 일간지 기자 등 기자만 50여 명이 몰렸다. 여기다 부평지역 새누리당 당직자와 지지자 200여 명이 박 위원장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뒤엉켰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일반 시민들도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가세했다. 여기다 최신형 스마트폰이 하늘로 솟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 한만송

관련사진보기


박 위원장이 차에서 내리는 첫 순간을 몇 장 찍었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대충 차가 어디서 서서 박 위원장이 어떻게 움직일까 미리 생각한 결과다. 프레임이 엉망이라 여러 사진을 버렸지만, 재미난 사진 한 장을 건졌다.

'할머니 파마'를 한 할머니 세 분이 젊은 사람이나, 기자들도 예측하지 못한 장소에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박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 손을 들어 찍은 사진엔 할머니 파마를 할머니 3분이 보이고, 웃으면서 악수하는 박 위원장이 앵글에 들어왔다.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왠지 맘이 짠했다. 바로 내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머리는 내 기억에 30년 이상 할머니 파마만을 해왔다. 돈 적게 들면서, 머리 관리할 시간이 없이 언제나 엄마는 할머니 파마를 해왔다. 미장원에서 싼 가격에 파마를 하면 6개월 이상은 머리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 어머니 세대들의 머리 스타일이다.

그런 분들이 18년 동안 헌법을 유린하면서, 영구 집권을 시도한 독재자의 딸에 열광하고 있다. 그의 손을 한 번 잡기 위해,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해서다. 1970년 평화시장, 이름 모를 봉재공장에서 자신의 청춘을 저당 잡혀서 키운 대한민국임에도 불구, 우리 부모님 세대는 왜 박 위원장에게 열광할까? 아니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되기를 오매불망 염원하고 있다. 앵글에 들어온 환하게 웃는 박 위원장과 할머니 파마가 내 맘에 남는다.

서민들이 먹는 술안주로 흔한 것이 '노가리(명태 새끼)'다. 박 위원장은 이날 도깨비 시장에서 김, 미역 등을 판매하는 노점 앞에서 섰다. 기자와 지지자 등 수십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박 위원장은 노가리를 가르키며, "이게 뭐죠"라고 물었다. 당연히 노점 주인은 "노가리"라고 답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박 위원장이다. 노가리 정도는 몰라도 서민들 맘 헤아리는 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서민들이 힘들어 직장 상사, 거래처 씹을 때 많이 먹는 노가리를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어린 시절 청와대에서 컸고, 폭풍 성장 후 침거 생활을 거쳤다고 하지만, 노가리를 모른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리에 있는 아무 호프집이나 들어가도 메뉴판에 있는 노가리를 모른다는 것은 술안주로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서민의 아들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생탐방은 카메라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을 보고 하는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은 내 생각이 '좌 클릭'되어 있기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박근혜, #노가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