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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 아이. 말을 엄청나게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잘 했습니다
 둘째 딸 아이. 말을 엄청나게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잘 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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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참 못합니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말을 많이 더듬었지만 요즘은 조금 낫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내는 정말 말을 잘합니다. 왠만한 사람들과 논쟁에서 뒤지지 않지요. 말을 똑부르지게 잘해 마음 한켠에서는 은근히 질투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를 닮았는지 말주변이 없습니다. 지난 2월 23일 진주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주관한 '겨자씨가정축제'에 참가했습니다. 동생네 큰 아이와 둘째 그리고 우리 집 세 아이가 함께 했습니다.

어 생각보다 말을 잘하네

저녁 모임때 자기 자랑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이야기, 자기 꿈을 따위를 나눴습니다. 둘째 딸 아이가 나섰습니다.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이 말을 더 잘하는 것처럼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을 잘합니다. 물론 딸 바보 아빠이기 때문에 든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장사도 팽귄과 함께 한 딸 아이. 돌아오는 길에서 히말라야에 오른 돼지 3마리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하는지 배꼽을 잡았습니다
 장사도 팽귄과 함께 한 딸 아이. 돌아오는 길에서 히말라야에 오른 돼지 3마리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하는지 배꼽을 잡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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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제가 유머여행이라는 책에서 읽었습니다"면서 주절주절 읽은 내용을 전하는데 아빠로서 어마나 배꼽을 잡았는지 모릅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별로 웃지 않았습니다. 그럼 딸 아이가 전한 유머 여행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음 날 장사도 여행을 끝난 후 차 안에서 전한 이야기를 옮깁니다.

히말라야 정상이 코 앞인데, 단무지를 안 가지고 온 돼지 3마리

돼지 3마리가 히말리야를 올랐습니다. 정상이 엎어지면 코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돼지들 답게 배가 고파 김밥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단무지'가 없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히말라야 정상이 코 앞인데 단무지를 가지려 다시 내려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돼지들은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돼지 1이 졌습니다.

"너희들 내가 올 때까지 김밥 먹으면 안 돼!"(돼지1)
"알았어 걱정마 우리 안 먹을게"(돼지 1,2)

하지만 돼지1이 내려가자 돼지 3이 말했습니다.

"우리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20년 걸렸다. 그러면 40년이다. 어떻게 기다려"
"그래도 돼지1이 신신당부했잖아."


돼지 3은 돼지 2 말을 듣고 참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참고 참았지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돼지 1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던 돼지 2가 이번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도무지 못 참겠다. 딱 하나만 먹자."(돼지2)
"조금만 더 기다리자. 하루 남았잖아."(돼지3)
"그냥 하나만 먹자. 진짜 못 참겠다."

"그래 나도 더 이상은 못참겠다. 딱 하나만 먹자."

그 순간 돼지 1이 짜잔하고 나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

"내가 이럴줄 알고 망보고있었지"라고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났습니다."

축구선수가 꿈인 막둥이, 웃다가 내려갔어요

막둥이 꿈은 축구선수입니다. 물론 경찰관, 소방관 아저씨도 되고 싶습니다. 하다가 하다가 안 되면 '목사'가 되겠다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축구선수가 꿈인 막둥이 답게 축구경기 스케줄은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골을 넣고, 어느 선수가 공을 잘 차는지 이날도 나와 축구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웃음 짓고 내려갔습니다.

"체헌아 축구 이야기 해봐"(엄마)
"히히히"
"너 오늘은 무슨 경기, 오늘은 어느 팀과 어느 팀, 박지성 선수, 박주영 선수 잘 알잖아. 해봐."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기는 왜 몰라. 잘 알고 있잖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

생긴 모습은 엄청 잘 할 것 같지만 엄청나게 말을 잘 못하는 막둥이
 생긴 모습은 엄청 잘 할 것 같지만 엄청나게 말을 잘 못하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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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아이들, 웃음주고 똑똑하고...

우리 집안에서 꿈이 가장 당찬 동생네 둘째딸은 자기 아빠 소개를 멋지게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소를 키우시고 엄마는 회사에 다니고, 할머니와 언니, 동생이 있다면서 가족 소개를 했습니다. 이 아이만 보면 내일이 밝다는 생각을 합니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우리 집안에서 아마 큰 일을 할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동생네 둘째 딸. 다섯 명 중에 가장 명석합니다. 하지만 말은?
 외교관이 꿈이라는 동생네 둘째 딸. 다섯 명 중에 가장 명석합니다. 하지만 말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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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큰 아이는 아빠를 닮아 노래를 참 잘 부릅니다. 이날도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들인 푸른 언덕"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마음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큰 아빠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우리 집에 오면 말합니다.

"큰 아빠 집이 좋아요. 큰 엄마는 음식도 잘해요."
"너희 엄마도 음식 잘 해."
"아니에요. 큰 엄마가 우리 엄마보다 훨씬 잘해요."


그런데 이 녀석이 대안학교에 들어가는 바람에 요즘 잘 만나지 못합니다. 며칠 전 전화를 했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큰 아빠를 잘 따르고, 섬깁니다. 아마 선하고, 아름답고, 다른 이들을 위해 사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어른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마음도 넉넉한 동생네 큰딸입니다.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마음도 넉넉한 동생네 큰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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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렇게 웃음을 줍니다. 이 아이들 살아가는 세상이 함박웃음이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궁금한 것 하나 과연 돼지들은 단무지 없는 김밥을 먹었을까요. 딸 아이도 그것은 모른다고 합니다.


태그:#말,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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