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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시아 축구 챌린지컵 준결승 경기가 메인스타디움인 다샤럿트(Dasharath)종합경기장에서 열렸다. 준결승에 진출한 팀은 전대회 우승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준우승팀인 투르크메니스탄, 필리핀, 팔레스타인이다.

 

이번 대회 또한 19일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북한 팀은 팔레스타인을 2:0으로 눌렀고 투르크메니스탄은 필리핀을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두 팀 모두 아세안컵 자동출전권을 확보했으며 이번 대회는 19일 폐막한다.

 

투르크메니스탄 결승 진출

 

먼저 사상 처음 준결승에 진출한 필리핀 팀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첫 경기를 펼쳤다. 북한 팀과 투르크메니스탄이 결승에 진출하여 패권을 겨루리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예상한 경기결과였다. 그러나 신예나 다름없는 필리핀은 경기를 주도했다. 이를 반증하듯 전반 25분 필리핀은 선제골을 넣으면 기선을 잡아나갔다. 이번 대회 준결승 진출로 이미 이곳 언론은 필리핀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기사 제목으로 필리핀 축구를 주목했다.

 

준결승에서도 필리핀은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가 싶었다. 후반전 들어서도 계속되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였지만 경기를 주도했다. 독일인 감독 한스 미첼 웨이스(Hans Michael Weiss)은 첫 골을 기록한 이후 전반과 후반에 세 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여유를 보이며 결승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였다. 전문가가 아닌 나의 눈에도 축배를 너무 일찍 마시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수 교체가 이어지며 경기는 맥이 풀려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필리핀의 1:0 불안한 리드는 후반 35분까지 지속되었다.

 

대부분의 팀들이 응원단이 없었다. 나를 비롯한 한국문화센타 멤버들과 같은 슬로건을 건 응원단도 없었고, 북한 응원단처럼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응원단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필리핀팀 응원단이 본부석 건너편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 이목을 끌었다.

 

이는 필리핀 축구가 사상처음 챌린지컵 결승진출과 아세안컵 본선진출권을 확보하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염원이 담긴 일일 것이다. 사실 후반전 들어서도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운동장을 누비는 선수들의 활기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가 싶었다. 후반 35분까지도 고지가 멀지 않은 필리핀의 응원석에서는 흥이 더해진 응원이 이어졌다. 그러나 35분 투르크메니스탄의 17번 선수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필리핀 응원석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가라앉았다. 그러나 곧 생기를 찾았다. 여전히 필리핀에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장전에 가면 마지막 불씨를 살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내내 경기주도권을 잡아온 필리핀이니 그런 기대를 해도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불과 5분을 남기고 다시 투르크메니스탄의 22번 아비로브(Abylov)선수의 쐐기골이 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을 준 후 양 선수의 실랑이 과정에서 골키퍼가 심판에게 욕설을 하여 퇴장 명령을 받았다.

 

내내 경기를 주도하고 앞서나가다 필리핀이 경기를 지배하고도 경기결과와 매너 등 모든 면에서 지는 결과를 보여준 아쉬운 장면이었다. 필드 선수였던 닐(Neil)선수는 안타까움에 골키퍼 복장을 하고 골키퍼가 되었다. 한 두 차례의 상대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하여 관중들이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볼거리를 제공한 것 말고는 아쉬움만 남은 것이다.

 

필리핀으로서는 결승 진출이 무산된 것보다 아세안컵 진출권을 목전에서 놓친 아쉬움이 더 큰 경기였다. 그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나고도 필드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필리핀 관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퇴장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필리핀은 챌린지컵 3, 4위 결정전이 남아있다. 3위도 4위도 필리핀 축구로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북한 축구 지난 대회 준우승팀 투르크메니스탄과 재격돌

 

북한 축구가 아세안컵 본선진출권을 확보하며 챌린지컵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북한 팀은 다샤럿트(Dasharath)종합경기장에서 어제 오후 6시30분(현지시각) 첫 야간경기로 펼쳐진 경기에서 팔레스타인 팀을 2:0으로 따돌렸다. 경기 초․중반 팔레스타인의 파상공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경기 전반 벤취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북한팀 윤종수 감독도 경기가 잘풀리지 않자 전반 10여분 후부터는 처음으로 호통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북한 팀은 일본에서 온 안영학 선수의 안정적인 뒷받침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위기를 모면해갔다. 여전히 승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보는 사람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갔다. 하지만 전반 종료직전 등번호 10번 박광룡 선수가 골문 안에서 혼전중 머리로 받아 넣은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후반 42분이다.

 

전반 추가시간 2분이 더해졌다. 곧 본래의 조직력과 투지가 되살아났고 경기경험이 많은 박남철 선수와 안영학 선수 등이 활발하게 좌우를 오가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본 모습을 찾은 북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응원단의 함성도 커졌다. 현지 네팔인들도 북한팀의 응원에 호응하며 함께 응원을 하였고 한국문화센타의 멤버들과 함께 한 네팔인들도 "잘한다! Korea!"를 외치며 응원을 함께 했다. 가끔 그들이 북한과 남한이 같은 말을 쓰느냐고 물어왔다. 참 안타까운 질문이다.

 

곧 쉬는 시간이다. 답이 어려울 것 없는 질문을 받았지만 사색은 더 깊어진다. 우리의 분단은 그만큼 한민족을 이색적으로 인식시키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동질성에 대한 홍보보다 서로의 갈등을 선전한 우리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전통 문화를 갖고 사는 나라 중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의 창피함을 모두가 알아야 할 일이다.

 

잠시 후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조금은 쌀쌀한 느낌이 드는 밤이지만 전광판에 환히 밝혀진 운동장 분위기는 이제 한층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응원하는 팀에 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지 네팔인들과 우리말로 응원하는 재미가 더해진 이유도 있다. 오늘도 북한 응원단의 두 어린아이는 응원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신이 났다.

 

그 중 여자아이는 자신의 흥이 나면 응원석 어디에서라도 "잘한다!"를 연호한다. 맑고 힘찬 그의 응원소리에 네팔사람들도 웃음을 자아낸다. 무슨 뜻인지 물어서 가르쳐주면 그들도 그 아이를 따라 응원한다. 일부 모자란 사람들은 저 아이에게도 붉은 색칠을 할까 염려된다. 그 아이에 호응하는 내게도 붉은 색칠을 주저하지 않으리라. 우리 내부에서 붉은 색칠을 멈추고 통일을 가져오지 못하는 한 오래도록 인류사에 조롱받는 민족으로 남으리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힘차게 몰아붙이던 북한팀이 곧 추가골을 터트렸다. 후반 23분이다. 이후 북한팀은 정신없이 골문을 노리며 안정감을 찾았다. 이후 박남철 선수의 매경기 연속골만이 주요관심사였다. 안타깝게도 박남철 선수는 연속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렇게 경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윤종수 감독은 몇몇 선수를 교체하며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 경기 두 경기 연속골을 넣었던 장국철 선수는 준결승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중 부상을 입어 중간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주요 교체멤버인 그의 결승전 출전을 불투명한 상태지만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내다봐도 도리 듯하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아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북한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상대로 보인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필리핀과의 후반 35분 이후 두골을 몰아넣은 상승세가 경기에 어떤 작용을 잃으킬지 주목되는 점이다.

 

마지막 경기에 주요관전 포인트는 북한팀이 아직까지 한점도 허용하지 않아 결승전에서도 골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무실점 우승이라는 기록을 만들게 된다. 한국문화센타에서는 결승경기에도 모든 멤버가 함께 응원을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북한 축구 결승 진출, #아시아 챌린지컵 축구, #윤종수, 안영학, 박남철, #한국문화센타,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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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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