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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KBS 새 노조 전 집행부 간부들의 부당징계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KBS 새 노조 전 집행부 간부들의 부당징계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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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KBS 파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서 'KBS 파업'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너무나 조용했다. 'KBS가 파업하는데 티가 나지 않는 이유' 같은 제목의 블로그가 오히려 눈에 띄었다. KBS 구노조가 빠진 새노조만의 파업인데다, MBC와는 달리 유명 아나운서나 스타PD들이 눈에 띄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은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1박2일>이나 <개그콘서트> 같은 간판 프로그램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한 'KBS 파업을 알리기가 쉽지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고 조용한 매체인 라디오를 제작하는 PD들이 일손을 놓고 파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지기 힘들지 않을까?

라디오야 워낙 일상적인 매체라 6개월 개편 단위로 세팅한 코너와 게스트진이 있어 파업을 하더라도 표가 크게 나지 않는다. 게다가 워낙 꼼꼼하고 배려심(?) 많은 라디오PD들이라, 남아있는 DJ나 스태프들이 곤란하지 않도록 인수인계 매뉴얼을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으니 방송 펑크란 쉽지가 않다. 물론 몇 개의 코너가 결방되고 선곡의 질이 떨어지는 듯한 미세한 균열이 생기지만 이를 알아차리는 청취자는 많지 않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 돼버린 KBS1라디오

라디오PD들은 파업을 해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데 비해, 파업에 참여함으로써 개개인의 라디오PD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은 작지 않다. 일단은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간 단위의 TV와 달리 일일 프로그램인 라디오에서 한 번 파업에 참가하게 되면 전일(全日)을 '무노동 무임금' 적용받아 임금이 삭감된다.

일례로 2010년 7월 KBS 새노조 파업이 끝난 후 대부분의 라디오PD들은 가장 죄질이 나쁜 A급으로 분류되어 21일치 급여를 삭감 당했다. 부부가 모두 KBS 라디오PD인 한 PD 부부는 당장 돌쟁이 아기의 분유 값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파업에 참가한 새노조 PD들은 인사, 근무평가, 연수 등 모든 분야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PD들이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낙하산 사장' 부임 이후 KBS 라디오의 모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한때 뉴스시사전문 채널로 영향력을 발휘하던 KBS1라디오는 이제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죽은 매체가 되고 말았다.

시사 프로그램의 아이템 선정은 경쟁사에 비해 항상 한발 뒤져서 낙종하기 일쑤고, 너무나도 당연한 비 소식·더위 관련 아이템이 버젓이 메인을 차지했다. 여기에 G20 관제특집으로 도배가 되고, 장관 관료들은 알맹이 없는 내용의 인터뷰로 대놓고 정권 홍보를 일삼는다.

화룡점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격주로 방송되는 대통령연설의 편집, 제작권은 실질적으로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국민의 방송 KBS1라디오를 통해 대놓고 야당을 비방하거나 날조된 통계를 예로 들며 노동자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다.

윤도현, 김구라 퇴출...음악채널 경쟁력도 추락

 윤도현(왼쪽)과 김구라.
 윤도현(왼쪽)과 김구라.
ⓒ 연합뉴스/민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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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채널인 1라디오는 그렇다 치고 음악채널인 쿨FM(89.1MHz)이 낙하산 사장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분도 혹시 있지 않을까? 정통성 없는 낙하산 사장의 병폐는 시사채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낙하산 사장 부임 후 윤도현, 김구라 같은 DJ들이 KBS에서 퇴출됐고 업무능력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임명된 간부들에 의해 음악오락채널의 경쟁력 또한 추락하고 있다.

낙하산 사장의 패악은 인사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김인규 부임 이후 라디오 간부 자리는 업무능력, 도덕성, 리더십과 같은 당연한 평가 잣대가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라디오1국장에 임명된 A씨는 라디오편성부장 재직 시 주도적으로 대통령연설을 편성해 라디오PD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이후에는 온갖 거짓말과 궤변으로 공정방송위원회를 훼손시킨 문제적 인물이다.

음악오락채널을 관장하는 2국장의 경우 2010년 새노조 파업 때 사내 게시판에 노골적인 '인규어천가'를 올려 그 전리품으로 국장 자리를 얻었으며 이로 인해 두고두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인물이다.

학도호국단 출신의 라디오센터장은 PD협회정상화위원회, 공정방송노조 등의 외곽단체를 통해 김인규 사장을 옹립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고 이를 인정받아 능력에도 과분한 자리에 앉아있다. 그는 주군 김인규가 행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국장, 부장 인사를 전횡하고 있다. '각하'가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았다면 낙하산 사장 김인규와 그의 하수인인 라디오간부들은 국민의 방송 KBS 라디오를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오로지 '보직' 위해 꿀 먹은 벙어리 된 라디오 간부들

 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려하자, 사측이 버스로 차벽을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KBS 새노조(2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새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려하자, 사측이 버스로 차벽을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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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 부임 이후 KBS 라디오의 위상은 끝도 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김인규 사장의 독선적 조직개편에 의해 라디오 DMB, 라디오편성 등의 부서가 라디오에서 분리되어 나갔고 인력 충원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인규의 아집과 독선이 나은 '방송저널리스트' 채용제도의 피해는 라디오가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김인규 사장 부임 이후 단 2명의 라디오PD가 충원되었을 뿐이고 2012년 상반기 공채에서도 라디오PD는 찾아볼 수가 없다.

엔지니어만 56명을 뽑는 KBS 공채에 제작인력인 라디오PD 채용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현장을 무시하는 불공정한 처사가 계속되어도 라디오 간부들은 꿀 먹은 벙어리일 뿐이고 그나마 남은 한줌의 보직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양심을 팔고 있다.

이렇게 계속되는 불공정 방송과 막장 인사에 대해 KBS 라디오PD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때마다 사측은 더 악랄하고 꼼꼼한 수법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제 목소리를 내는 PD들을 지방과 비제작 부서로 보냈고, 시사채널 KBS1라디오를 바로 세우겠다면서 개편 때마다 1라디오를 지망하는 PD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PD 블랙리스트'가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제도적으로 모든 언로가 막히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라디오PD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파업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정통성 없는 낙하산 사장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고, 이를 푸는 길은 그의 퇴진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KBS 라디오 PD들은 사랑하는 라디오와 청취자를 떠나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기자는 KBS 라디오 PD입니다.



#KBS파업#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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