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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기자말>

'학부모'는 교육의 삼주체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학부모들과 의논하고 의견을 수렴해 교육과정운영에 반영합니다. 특히 학부모는 교육 수요자로서 학교 교육과정운영에 견제 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옳지 않은 교육을 할 때는 학부모들이 적극 나서서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 있는 만든 법적기구가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이고, 의견 수렴장치로 '학부모회'를 둡니다. 그러나 과연 그동안 학교 '학부모회'가 이런 일을 제대로 하고 있었을까요?

일반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총회'라는 말 대신 '학교교육과정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학부모 총회'는 학교가 아닌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열어야 합니다. 작년에는 '학부모 총회'를 열지 못했는데, 올해는 학부모들 스스로 '학부모 총회'를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 작년에 연 '학교교육과정설명회' 모습 일반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총회'라는 말 대신 '학교교육과정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학부모 총회'는 학교가 아닌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열어야 합니다. 작년에는 '학부모 총회'를 열지 못했는데, 올해는 학부모들 스스로 '학부모 총회'를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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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학부모회'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이자 개교 첫해인 작년에 우리 학교는 '학부모회'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만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만들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1년 동안 우리 학교에는 '학부모회'라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학교마다 다 하는 '학부모 총회'도 없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특히 학부모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서울형혁신학교에서 말이지요.

우리 학교에서 작년에 '학부모회'를 만들지 않게 된 것은, 기존 일반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부모회'의 부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모회'를 제대로 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대부분 기존의 일반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부모회' 구성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해마다 새 학년인 3월이 되면 모든 학교에서는 학급 임원과 전교어린이회 임원을 뽑느라 바쁩니다. 그 다음에 하는 것이 '학부모 총회'입니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학부모 총회'를 날짜를 알립니다. '학부모 총회'를 알리는 주체는 학부모가 아닌 학교입니다.

학부모들은 '학부모 총회'에 가서 학교가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 알고 싶고, 담임과도 면담을 해서 우리 애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상담하고 싶지만, '학부모 총회'에 가보면, 실제적인 '학부모 총회'는 없고, 각종 임원 배당하기 바쁩니다. 학급담임들은 학교에서 미리 할당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에 학부모 명단 올리기에 바빠서 학부모님과 제대로 이야기 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모두 아홉 개의 학부모 동아리가 있습니다. 학부모 동아리는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해서 신청하면 학교에서 지원을 합니다.
▲ 학부모 동아리 활동 모습 우리 학교에는 모두 아홉 개의 학부모 동아리가 있습니다. 학부모 동아리는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해서 신청하면 학교에서 지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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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학급 임원 부모들이 먼저입니다. 일반 학부모들은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어도 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손을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선뜻 나서는 학부모가 적다보니 학급임원 부모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몇 군데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명단을 채우기 어려우면 참석한 부모들에게 강요를 해 명단에 올립니다. 겨우겨우 학교들이 부모가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 명단을 채우고 나면 담임선생님과 대화 한 마디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납니다. 이런 식의 '학부모 총회' 모습을 몇 번 경험해서 사정을 잘 아는 고학년 학부모들은 아예 학부모 총회에 참석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학부모 총회' 그 다음이 더 문제입니다. 학급대표 학부모들이 모여서 전체 '학부모회' 임원을 뽑는데, 여기서 임원으로 뽑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교어린이회 임원의 부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는 학급 반장 엄마가 바로 학급 학부모대표가 되고, 전교어린이회 임원 엄마는 바로 '학부모회' 대표가 되는 불문율이 생겼습니다.

 1년에 두 번, 첫째 시간부터 점심시간까지 학부모와 외부인에게 학교를 열어 보입니다. 일반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공개수업'과 비슷하지만, 학부모들이 오전 내내 학교 전체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교가 하는 '학교 여는 날'의 특징입니다.
▲ '학교 여는 날'에 학부모들이 교실을 둘러 보는 모습 1년에 두 번, 첫째 시간부터 점심시간까지 학부모와 외부인에게 학교를 열어 보입니다. 일반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공개수업'과 비슷하지만, 학부모들이 오전 내내 학교 전체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교가 하는 '학교 여는 날'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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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반장이 아니거나 전교어린이회 임원이 아닌 엄마가 '학부모회' 임원이 되는 것을 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임원이 아닌 다른 부모들은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학급과 전교어린이회 임원 부모가 바로 '학부모회' 임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학부모회'는 친목회? 거수기?, 그리고 '동원대상?'

'학부모회'는 친목 모임이 아니라, 학교운영전반에 대한 내용을 의논하고 의견수렴하고 때로는 학교가 잘못된 교육을 하려할 때, 관리자가 사욕으로 학교를 운영하려고 할 때 학부모들이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원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서 움직이는 '학부모회'는 학교를 견제하기는 커녕 학교가 하려고 하는 일을 적극 도와주는 '거수기'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NO!'를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다보니 심지어 학교장이 벌이는 비리도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사들이 학교에서 교장이 벌인 비리문제를 따질 때, 어이없게도 '학부모회' 임원들이 나서서 비리 교장 편을 들고, 탄원서를 써 주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학교교육과정운영의 전반적인 것을 심의하는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가 있습니다.

교원위원은 당연직인 교장을 비롯해서 교장 편인 교감, 교무부장, 연구부장이 되는 일이 많고, 학부모위원은 학교 측에 우호적인 전교어린이회와 학급 임원들이 주로 맡고, 지역위원들 역시 교장 선생님이 추천하는 친교장적인 인사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무슨 일을 벌여도 제대로 따지는 법 없이 '예스!'로 바로 통과되는 곳이 많습니다.

예산에 책정된 학교운영위원회 비용으로 수고한다는 의미에서 학교에서 식사를 제공하면, 그 다음에는 운영위원장이 사고 그 다음에 돌아가며 1, 2, 3차까지 가는 친목회로 변질된 곳이 많습니다. 학교운영위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느냐 하면, 몇 해 전에 교원위원이 아닌 제가 참관인으로 학교운영위에 참여했다가 말도 안되는 내용이 무사 통과되는 것을 목격하고는, 바로 통과된 내용을 따져서 취소시켜서 제대로 다시 한 적도 있습니다.

 학급 별로 교육과정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밤 늦도록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학급에 따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하는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 학급 교육과정 설명회 모습 학급 별로 교육과정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밤 늦도록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학급에 따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하는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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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는 학교가 아닌 학부모들이 필요해서 구성해야 합니다.

그동안 학부모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교장 비리 도와주는 '거수기' 역할 밖에 못했던 것은 '학부모회'를 당사자들인 학부모가 아닌 학교측에서 나서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회'는 학교가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필요에 의해서 구성해야 합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 '학부모회'가 없었던 것은 학교가 나서서 학부모회를 구성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부모회를 구성할 때를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작년에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부모회를 구성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학부모들이 학교에 스스럼없이 오고가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학교교육과정설명회와 학급별 상담주간과 학교 여는 날을 열고, 연중 다양한 학부모 연수를 하고, 학교 잔치를 연 네 번 열고, 계발활동에 학부모 재능기부자 활용과 학부모들이 꾸리는 동아리를 신청받아서 아홉 개나 꾸려왔습니다.

학부모회가 정식으로 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학부모회 임원 노릇을 학교운영위 학부모위원들이 대신했고, 동아리 대표들한테 학교에 대한 의견을 들었으며, 정식 모임이 아니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하는 학부모들이 모여서 교장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한 뒤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엔 정식 '학부모회'는 없었지만, '학부모회'가 있는 일반학교보다 더 많이 학부모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특정 학부모가 아닌 일반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는 학급임원과 전교어린이회 임원을 뽑지 않고 돌아가면서 하도록 한 독특한 제도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강명학부모회'가 꾸려지면, '학부모 연수'도  학교가 만든 것에 교육대상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학부모들이 필요한 내용으로 학부모들 스스로 구성하려고 합니다.
▲ 작년 학부모 연수 모습 올해 '강명학부모회'가 꾸려지면, '학부모 연수'도 학교가 만든 것에 교육대상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학부모들이 필요한 내용으로 학부모들 스스로 구성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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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가 '학부모회'를 학교가 먼저 나서서 만들지 않은 까닭은, 학부모들이 임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학교에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기존 학교에서 해 온 '학부모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끗이 지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올해 우리 학교는 드디어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학부모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학교는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때 학부모회 구성을 알려서 학부모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쓰고 있는 '학부모 총회'라는 말 대신에 '학교교육과정설명회'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학부모 총회'는 학부모들 스스로 열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회 준비위원회를 시작으로 '학부모회'의 조직과 역할, 운영방법은 학부모들이 스스로 꾸리셔야 합니다. 스스로 꾸리셔야 학교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육의 주체로 당당하게 설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 동원이 아닌 진정한 참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 '학부모회'가 진정한 교육 주체로 설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올해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도 '학부모회'를 강화하고 학부모들의 각종 위원회 활동 참여를 법제화하고 학교운영비에서 학부모회 지원금 지급을 의무화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학부모회'는 학교가 학교 입맛에 맞는 학부모로 구성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다보면 다시 학부모들은 학교가 벌이는 일에 동원대상이 되고, 학교가 잘못 벌이는 일을 도와주는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될 것입니다.

'참여'와 '실천'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올해, 우리 학교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 '학부모회'가 학부모가 중심이 되어서 교육주체로서 당당히 우뚝 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회, #학교교육과정설명회, #학부모총회, #학부모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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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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