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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에 가면 참 재밌는 대안학교가 있다. 2006년, 안성 삼죽면에서 시작한 학교인 '아힘나평화학교'(홈페이지). 이 학교는 올 1월부터 안성 죽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일, 아힘나 평화학교의 새 보금자리서 김종수 교장을 만났다.

지금은 조진경 교사와 학생들이 태양광 발전기를 제작하여 실험하고 있다. 이런 실험들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 태양광발전기 제작 지금은 조진경 교사와 학생들이 태양광 발전기를 제작하여 실험하고 있다. 이런 실험들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 아힘나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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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업방식은 대학 스타일로

대안학교라고 학과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게 이 학교의 특징이다. 그것도 '수준별 맞춤 교육'이 이뤄진다. 예컨대 영어 A~C 레벨, 수학 A~D 레벨, 과학 A~B 레벨 등이다. 모든 과목이 이렇게 수준별로 커리큘럼이 짜져있다. 물론 학생이 자신의 레벨에 맞춰 수강신청을 한다. 신청 사전에 교사와의 상담은 필수다.

이런 교과목들의 수업은 오전 내내 이뤄진다. 이러다 보니 이곳 학생들은 따로 검정고시를 준비할 부담이 없다. 비인가 대안학교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검정고시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누는 형태다. 김 교장은 "평소 수업시간에만 잘 들으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한다.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특강은 이 학교만의 별미다. 그동안 한신대, 용인대 등의 유명교수와 약사, 그리고 <오마이뉴스> 기자 등을 초청해 특강과 특별활동을 했다. 대학가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의 강의들을 이 학교에서는 수시로 들을 수 있다.

1년에 1회 소논문 연구 보고하는 학생들

이 학교 학생들은 지역주민의 논을 빌려 몇 년간 친환경농사를 직접 지어 왔다. 지금은 학생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모내기 이 학교 학생들은 지역주민의 논을 빌려 몇 년간 친환경농사를 직접 지어 왔다. 지금은 학생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아힘나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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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따로 논술 공부를 하지 않는다. 평소 생활습관을 통해 논술 공부가 이뤄진다. 이 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1년에 1회 제출해야 하는 '연구 보고서'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 보고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하여 제출하는 일종의 소논문이다. 이것을 통해 '국회도서관 등을 통한 자료 찾는 법'등을 익힌다. 주석을 다는 법도 익힌다. 나아가 합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익힌다.

회가 거듭할수록 연구보고서의 수준도 높아진다.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제목이 이를 말해준다. '서양미술사와 중세미술에서 후기 인상파까지' 'SNS의 정치적 영향과 선거' '원자력 발전소의 쟁점에 대한 이해' 등이 그것이다.

우리 학교는 계절마다 수학여행 가요

이 학교 학생들은 계절마다 수학여행을 간다. 연중 4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에 떠나는 여행이라 내용과 주제도 다르다. 물론 모든 수학여행은 개인별로 선택사항이다.

역사를 주제로 한 여행에선 제주 4.3 여행, 광주 5.18 여행 등이 있다. 문화 여행과 일본, 중국 등에 떠나는 국제 여행도 있다. 2년 전 가을 수학여행 때는 '주제가 있는 수학여행'을 통해 연탄을 모아 소외계층 가정에 전달하기도 했단다.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형제자매 같다. 평소 기숙사 생활을 통해 공동체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체육대회를 마치고 잔디구장 위에서 찍었다.
▲ 축구를 마치고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형제자매 같다. 평소 기숙사 생활을 통해 공동체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체육대회를 마치고 잔디구장 위에서 찍었다.
ⓒ 아힘나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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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외국으로 가기만 하지 않고, 외국 학교 학생들을 오게도 한다. 3월 13일엔 일본 주재 동포학교에서 이 학교로 수학여행을 온다. 거기서 온 학생들과 함께 며칠 동안 생활과 생각을 나눈다. 올 가을이면 이 학교 학생이 일본으로 여행 간다. 중국 청도 동포학교와도 이런 교류 여행을 나눌 계획이란다.

이런 덕분인지 이 학교 총 3명의 졸업생 중 2명은 국제 대학에 진학했다. 한 명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앙재경대학교 국제금융학과에, 한 명은 일본교토 리츠메이칸 대학 동아시아학과 등에 진학했다. 또한 농업인을 꿈꾸는 한 졸업생은 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진학했다. 참 다양한 진학모습이다.

공동체 생활, 1년만 하면 아이가 달라져요

이 학교 21명 전교생 중 18명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나머지 3명의 학생은 집이 안성이다. 이 학교의 진정한 교육은 사실 기숙사 생활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기숙사 생활은 한마디로 공동체 생활. 이런 생활을 통해서 아이들은 '청소년의 자기 권리'뿐만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해 나간다. 나아가서 사회적 약속과 책임 등을 익혀나간다.

여기선 회의가 일상생활이다. 학생회의, 마을회의, 시민총회 등이 그것이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임시회의를 한다. 매주 금요일이면 정기 시민총회를 한다. 심각한 사안이 있을 땐 며칠 동안 회의를 하기도 했다. 그 회의를 통해 타협, 조정, 합의 등의 기술을 익혀나간다. 생활에서 민주적 방식을 터득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임시회의가 있었다. '평소 스마트폰 등의 사용, 어떻게 할 것인가'가 주제였다. 틀에 박힌 문제 제시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다. 학생들 스스로가 합의하는 수준이다. 지켜지지 않을 땐, 시민총회를 통해 벌칙도 합의해서 정한다. 전교생 모두가 공동책임을 지고 한동안 '백배명상'의 벌칙을 수행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안성에서 대안학교를 꾸려나오고 있는 김종수 교장. 올 1월부터 현재 위치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평화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 김종수 교장 2006년부터 안성에서 대안학교를 꾸려나오고 있는 김종수 교장. 올 1월부터 현재 위치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학생들과 함께 새로운 평화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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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이름이 '아힘나(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기다가 '평화학교'의 이름처럼 아이들이 일상에서 공존공생을 체득한다. 나아가 인류평화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게 만드는 게 이 학교의 정신이다. 김 교장은 "이곳은 '21세기형 평화적 인간'을 양성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아힘나 평화학교 070-4607-3736 는 중고생 대안학교이며, 현재 21명의 전교생이 수강하고 있고, 중등과정(2년), 고등과정(2년), 전공과정(2년)등 총 3차 과정을 수료하는 학제이며, 비인가 대안학교다.



태그:#아힘나 평화학교, #아힘나, #대안학교, #김종수목사,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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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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