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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사원. 남인도 최초의 석조 사원으로 쉬바와 비쉬누 두 신을 모시고 있다. 두 개의 사원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해변사원. 남인도 최초의 석조 사원으로 쉬바와 비쉬누 두 신을 모시고 있다. 두 개의 사원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 오문수

인도 마말라푸람의 아르주나 고행상이 있는 유물군을 떠나 해변으로 가면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변사원이 있다. 해변사원은 촐라 왕조의 대왕인 나라심하 바르만 2세가 재위했던 7세기 경에 건립된 사원으로 남인도 최초의 석조 사원이다.

멀리서 보면 사원은 두 동이다. 각각의 신당에 쉬바와 비슈누를 모시고 있어 독립돼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사원은 나눠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해안쪽이 쉬바 사원이고 안쪽의 작은 사원이 비슈누 사원인데 일설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인도와 네팔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링감은 쉬바신으로 남성기를 상징하고 링감의 받침부분인 요나는 여성을 상징한다. 즉, 링감은 남녀합일의 우주를 상징한다고 한다.

"인도를 이해하려면 인도 인구의 80% 이상이 믿는 힌두교를 아는 게 중요하다. 힌두교의 신은 4억 8천만에 이르기 때문에 모두 다 알기는 불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언급되는 창조의 신 브라만, 법의신 비슈누, 파괴의 신 쉬바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창조주지만 힌두교인에게 큰 숭배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브라마는 4개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

이미 끝나버린 창조는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비슈누는 법의 화신이다. 세상이 어지럽거나 악과 싸울 필요가 있을 때 적절한 아바타로 변신해 도움을 준다. 파괴의 신 쉬바는 파괴와 재창조를 동시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행자의 모습부터 정력의 상징까지를 아우른다.

쉬바는 파란색 피부와 타래머리, 그 위에 얹어진 초승달 장식과 코브라가 둘러진 목, 삼지창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쉬바는 인간의 모습 대신 발기된 남성기인 링가(Linga)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링가 아래쪽에는 여성기를 상징하는 요니(Yoni)가 있다. 합일된 남녀 성기의 모양을 보여주는 링가와 요니는 '진리는 영원히 나뉠 수 없으며 합일된 상태에서 모든 존재의 완전함이 나타난다'는 뜻이다."(<프렌즈 인도 네팔> 중)

  쉬바신상. 쉬바신 앞에 보이는 검은 돌기둥이 링감으로 남성기를 상징하며 링감을 받쳐주는 부분이 여성기를 상징하는 요니다
쉬바신상. 쉬바신 앞에 보이는 검은 돌기둥이 링감으로 남성기를 상징하며 링감을 받쳐주는 부분이 여성기를 상징하는 요니다 ⓒ 오문수

돌을 떡 주무르듯 하는 마말라뿌람의 석공들

마말라뿌람에서 어렵사리 숙소를 잡은 일행이 오타바다이(Othavadai)거리를 따라 5분쯤 가니 아름다운 산타나 해변이 나타난다. 해변으로 가는 길 양옆으로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아르주나 고행상 뒷편에 있는 유적의 돌 기둥에서 촬영했다. 화강암 위에 새긴 조각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아르주나 고행상 뒷편에 있는 유적의 돌 기둥에서 촬영했다. 화강암 위에 새긴 조각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 오문수

 써루날리씨가 6개월에 걸쳐 만든 쉬바상.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이어 받았다고 한다.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써루날리씨가 6개월에 걸쳐 만든 쉬바상.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업을 이어 받았다고 한다. 정교함과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 오문수

이 거리는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인도산 카펫과 옷들을 둘러보는 데 제격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돌 조각품과 현장에서 직접 조각하는 석공들의 솜씨. 우리는 학창시절 '세계 최고'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해외를 나가보면 그게 얼마나 국수주의적인 말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온 가업을 이어받아 석공 일을 배운지 15년 됐다는 써루날리(Thirunnalai)씨로부터 돌조각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그가 제작한 쉬바상은 정교함이 뛰어나다. 물론 우리나라의 화강암 재질이 아닌 이암 성분으로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그가 6개월 걸려 제작했다는 쉬바상 앞에서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혼자 6개월 걸려 만들었다는 쉬바신상이다. 정교함이 놀랍다.
혼자 6개월 걸려 만들었다는 쉬바신상이다. 정교함이 놀랍다. ⓒ 오문수


 미밀리뿌람의 관광기념품점 앞에는 석공들이 직접 돌을 다듬고 자신들이 만든 조각품을 판다
미밀리뿌람의 관광기념품점 앞에는 석공들이 직접 돌을 다듬고 자신들이 만든 조각품을 판다 ⓒ 오문수

1미터 크기쯤 되는 쉬바상에는 힌두교를 상징하는 비쉬누, 쉬바, 브라만의 삼신이 조각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쉬바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각에서 쉬바상은 수평선 3개, 비쉬누 2개, 브라만은 반달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조각에는 6명의 신이 있는데 가네쉬, 강가, 행운과 부를 불러오는 렉쉬미 신을 포함하고 있다.

코브라는 쉬바를 상징하는 데 조각속에는 13마리의 코브라가 있다. 조각은 꽃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심에서 물이 흘러나와 이 조각들을 씻어준다. 그에게 조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얼굴 부분의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재료는 그린스톤( Green stone)으로 멀리서 차로 실어와서 세공에 들어갑니다."

비록 '2천 유로'라며 장삿속을 드러냈지만 석공들의 돌 다루는 솜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원전 6세기경에 인도에서 만들어진 불교 조각 기술들이 실크로드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게 여기서부터 유래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2년 1월 5일부터 50일 간의 여행을 담은 기사입니다. <여수네통>과 <생명누리공동체>에도 송고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말라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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