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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주나의 고행상
아르주나의 고행상 ⓒ 오문수

생명누리 공동체 인디고여행학교 누리팀 일행 25명이 본격적으로 인도여행을 시작한 것은 불가촉천민 마을인 티피파캄 마을을 떠나 마말라푸람을 향할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첸나이 공항부터 티피파캄까지의 여정은 인도에서 선교하는 목사와 장로들의 안내와 보호 아래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말라푸람으로 가는 길은 지독한 교통 지옥과 먼지, 정비되지 않고 울퉁불퉁 패인 도로,   교통 신호등 없는 도로 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오토릭샤, 우마차, 사람들로 몇 발자국도 나가기 힘든 인도의 열악한 교통사정을 볼 수 있었다.

비인도적인 인도사람을 주의하세요

세계 어느 나라 어디를 가나 어떻게 하면 여행자들의 돈을 뜯어낼까 궁리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인도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며 인정이 많다. 하지만 소수의 비인도적인 인도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

 마말라뿌람의 해변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마말라뿌람의 해변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 오문수

인도의 대중 교통사정을 아는 사람은 25명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50일 동안 지낼 배낭을 멘 채 대중교통을 타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일행은 티피파캄에서 마말라뿌람까지 이동 수단으로 전세 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캄캄한 밤이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은 숙소 찾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버스 운전사의 말인즉 좌석 하나가 파손됐으니 변상하라는 것이었다. 앉아 있던 학생 하나가 좌석 뒤를 막은 합판을 부쉈으니 2천 루피를 내라는 것. 그 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은 누구보다 얌전한 여학생이고 언제 부서졌는지 알 수 없는데 변상하라니.

 의자 뒷 부분에 대어진 종이합판. 용도가 무엇인지 언제 부서진지 모르는 데 학생들이 부쉈다고 물어내라는 운전사와 설전을 벌였다. 이럴때 물러서지 않고 증거를 확보한 후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의자 뒷 부분에 대어진 종이합판. 용도가 무엇인지 언제 부서진지 모르는 데 학생들이 부쉈다고 물어내라는 운전사와 설전을 벌였다. 이럴때 물러서지 않고 증거를 확보한 후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 오문수

길가에 앉아있던 인도인은 영어를 잘한다. 영어를 못하는 운전사 편을 들며 당연히 변상해야 한다고 거든다. 자신은 한국도 방문한 적도 있다며 능글맞게 웃으며 운전사 편을 든다. 뺨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럴 때 물러서면 당하는 법. 사진을 찍고 경찰서에 가서 옳고 그름을 따지자고 강하게 나서자 타협을 요구해왔다. 화가 났지만 5백 루피로 타협했다.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여행팀이 겪어야할 난관의 시작이었다.

'위대한 전사의 도시' 마말라푸람

타밀나두 주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을 가지고 있는 마말라푸뿌람은 남인도를 호령하던 팔라바 왕조의 두 번째 수도이자 가장 강력한 군사기지였다. 마말라푸뿌람이라는 지명은 '위대한 전사의 도시'라는 뜻이다. 팔라바 왕조의 특기였던 위대한 석조 건축물들이 당시의 위용을 말해주고 있다.

 돌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조각들.  화강암으로 이들의 조각 기술을 짐작할 수 있다.
돌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조각들. 화강암으로 이들의 조각 기술을 짐작할 수 있다. ⓒ 오문수

마말라푸람 시내는 남북으로 1.5km, 동서로 1km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따라서 오토 릭샤나 자전거 릭샤를 탈 필요가 없는 곳이다. 마말라뿌람 최고의 볼거리는 높이 15m, 폭 27m의 거대한 바위에 각종 신화들이 새겨진 아르주나의 고행상.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거대한 돌 조각의 주인공은 아르주나다. 아르주나는 한 쪽 다리를 들고 고행을 하며 쉬바신에게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조각에 대한 이설 중 하나는 고행상의 주인공이 바기라띠왕이라는 주장이 있다.  바기라띠왕은 천상에 흐르는 강가(갠지스 강)를 지상에도 흐르게 해달라고 고행을 해 쉬바신을 감동시켰다.

사진 속 사람들이 서있는 부분의 코끼리상은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조 조각 중 하나로 실제 코끼리와 거의 같은 크기다. 코끼리와 함께 바위 곳곳에 새겨진 동물들은 고행하는 아르주나를 보호하는 동물들이다.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바위 크리쉬나의 버터볼 아래 쉬고 있는 사람들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바위 크리쉬나의 버터볼 아래 쉬고 있는 사람들 ⓒ 오문수

아르주나 고행상을 지나 오른쪽으로 백 미터 쯤 가니 바위 위에 올려있는 둥그런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비스듬한 바위라 굴러 떨어질 것 같은데 여러 사람이 밀어도 꿈쩍을 안한다. 설악산 흔들바위를 옮겨 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등대에 올라가면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점이다. 학생들이 목마르고 힘들어할까 걱정돼 커다란 바나나 한 송이를 사 들고 등대 쪽으로 가다가 기겁했다. 원숭이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은 바나나 몇 개를 던져주고 원숭이들이 없는 쪽으로 부리나케 도망가 관광객들에게 희사를 하고 나서야 등대 구경을 나섰다.

 등대로 가는 길에 만난 염소와 원숭이. 관광객들의 과자 봉지를 들고 줄행랑
등대로 가는 길에 만난 염소와 원숭이. 관광객들의 과자 봉지를 들고 줄행랑 ⓒ 오문수


 한 겨울인데도 인도 남부에서는 해수욕이 가능하다.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가 부서진다. "나 잡아봐라! 그래! 잡았다. 어쩔래?
한 겨울인데도 인도 남부에서는 해수욕이 가능하다.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가 부서진다. "나 잡아봐라! 그래! 잡았다. 어쩔래? ⓒ 오문수

시간이 있을 때 유물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는 데 몇 명의 아이들은 도통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유적 관광보다는 쇼핑이나 벵골만에서 몰아치는 파도를 타느라 정신이 없다. 1km도 돌지 않았는데, 그늘에서 쉬자고 하는 아이들. 하긴 뭐 하루 아침에 아이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수는 없다. 콩나물에 물주면 물은 빠졌지만, 모르는 사이에 콩나물은 쑥쑥 자라지 않는가. 아이들이 쑥쑥 크는 콩나물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이 여행기는 2012년 1월 5일부터 50일 간의 여행을 담은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여수네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말라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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