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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26일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개표 상황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료 사진)
지난해 10월 26일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개표 상황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자료 사진) ⓒ 유성호

<나는 꼼수다>가 제기한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정황에 대해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은 1일 반박 기자회견에서 "성추행과 다름없다"고 나꼼수에 역공을 폈다.

 

그러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진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 전 의원은 3개의 질문에만 답했고 그 질문의 내용은 똑같았다. '남편 김재호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과 "기소청탁을 한 바 없다"는 답변이 두 번이었고, 마지막으로 '전화는 했지만 기소청탁은 아니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기소청탁을 한 바 없다. 기소청탁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기소청탁'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적인 사실관계, 즉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해서 '기소를 해달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소가 필요하다는 식의 언질만 줘도 기소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결국 나 전 의원의 이날 답변은 자신과 남편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소수자 여성' 이미지까지 끌어온 역공... 정치적 부활에 다 걸었다?

 

나 전 의원이 새롭게 들고 나온 것은 <나는 꼼수다>와 <시사인>을 마초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나 전 의원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내가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해 거짓폭로를 통해 한국 사회에 잠재된 마초적인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수자로서의 여성' 논리를 끌어와 자신이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한 것. <나꼼수>가 '정봉주 응원 비키니'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남녀 대결구도까지 끌어오면서 온 힘을 다해 <나꼼수>에 역공을 펼친 것은 기소 청탁 정황이 몰고올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의원직을 내려놓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예상 외로 큰 차이로 패배한 뒤 잠시 중앙정치 무대에서 내려갔던 나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구 공천을 신청했다. 이번에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건 정치적 부활임은 물론 공백을 불과 5달여로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러나 공천을 받는 길이 쉽지 않다. 인적쇄신을 통한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주장해온 비대위원들은 나 전 의원 공천에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다.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나 전 의원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시민들로부터 거부당했고, 오세훈 전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정홍원)가 비대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상황이 나 전 의원에게는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나꼼수>에서 제시된 기소청탁 정황과 <시사인>의 '또 다른 강남호화 피부클리닉' 보도로 나 전 의원은 또다시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의혹 해소 못하면 공천 쉽지 않아... "최근 이슈 모두 고려"

 

의혹을 제기한 쪽과 나 전 의원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더 나아가 '기소 청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나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가 없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공천위원회가 내세운 첫번째 공천 기준이 도덕성이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 스스로 기소청탁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 전 의원 해명 내용 진위에 조금의 불안감이라도 남아 있다면, 공천위로선 선뜻 공천을 주기가 어렵다. 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의 대중적 인기가 반영하듯 국민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천위 핵심관계자는 서울 중구 공천심사에 대해 "아직 심사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최근 제기되는 이슈 등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소청탁 사건이 나 전 의원의 공천에 중요변수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나경원#기소청탁#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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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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