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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006년 개통한 대전지하철 1호선 전동차
지난 2006년 개통한 대전지하철 1호선 전동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대전도시철도공사(사장 김창환) 직원의 친인척 역무원 근무 여부 조사결과 세부조사를 벌이기도 전에 그 수가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직원 부인 4명이 역무원으로 일해 왔는가 하면 친인척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직원 부인 역무원 대부분은 도시철도가 첫 개통한 2006년부터 근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는 별도로 시민단체에서는 시청 공무원 친인척 관련자도 10여 명 가까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민 혈세로 도시철도공사 직원 친인척들의 안식처를 제공해 왔는데도 이를 알 만한 직원들은 물론 관계자들이 쉬쉬하며 묵인해 온 셈이다. 

공사 직원 친인척 일자리 창출 문제의 시작은 어디일까? 지난 2006년 개통한 대전도시철도공사는 현재 1호선 22개 역을 운영 중이다. 이 중 20개 역은 개인사업자인 역장이 역무원을 채용하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 수탁자는 독립 사업자로 역장 지위를 가지며, 운영 계획 및 유지보수 등 핵심 분야는 공사에서 맡고 있다. 역장들은 2년마다 도시철도공사와 재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초 판암역에서 정부청사역까지 1단계 12개 역사의 역장 합격자 11명의 면면을 보자. 이들 합격자는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장 직함을 받았다. 이들 역장 중 1명은 공모절차 없이 도시철도공사 간부를 지내다 명예퇴직한 직원을 내부 채용했다. 당시 선발된 역장 12명 중 9명은 지자체와 경찰, 군인 등 공무원 출신이다. 이 가운데 6명은 전에 대전시청과 구청에 근무했던 공무원들이다.

지난 2008년 역장 공모결과는 어땠을까? 역시 공사나 공무원 출신이 무더기로 선정돼 '공무원 밀어주기' 의혹을 샀다. 당시 12개 역 위탁운영기간이 끝나 역장을 공모(경쟁률이 4.4대 1)한 결과 4개 역장은 재계약하고 8개 역장을 새로 선정했으나 신규 선정된 5개 역장이 모두 공사 간부나 공무원 출신에 돌아갔다. 도시철도 부장급 간부가 선정됐는가 하면 대전시 과장 출신 등 시와 구청 출신 공무원들이 역장으로 선정됐다. 나머지 3개 역은 군 및 민간기업인 출신이 맡았다.

공사 직원 친인척의 안식처가 된 지하철역을 낳은 것은 퇴직 공사 직원 및 공무원들을 역장으로 선출한 '낙하산 자리배치'에서 기인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리를 차지한 역장들은 '예산절감'을 위한 민간위탁 원래 취지에 맞게 일해 왔을까? 역장들은 300만~4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역당 매년 3억여 원의 운영비를 지급하고 자율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편법운영 -직원 부당해고 논란

 대전도시철도공사(사장 김창환) 사옥 전경.
대전도시철도공사(사장 김창환) 사옥 전경. ⓒ 오마이뉴스 장재완

2009년 5월 대전도시철도공사의 자체 감사결과를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이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역장들은 직원 월급 덜 주기, 피복비 제때 안 주기, 사퇴 서약서 받기 등으로 직원을 상대로 각종 편법을 일삼았다. 당시 공사 측은 직원 평균 월급 169만 원을 권장했지만 12개 역장은 서로 짠 듯 직원 월급을 기준치보다 1인당 1만~6만 원씩 덜 줬다. 직원들이 알세라 아예 월급명세서를 주지 않은 역장도 있었다.

9개 역장은 피복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동·하복용 등으로 이뤄진 피복비는 3년마다 40여만 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제때 주지 않은 것이다. 일부 역장은 실업자를 고용하면 정부에서 사업체에 1인당 매달 30만~40만 원씩 지원하는 '고용촉진 장려금'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대전도시철도공사 적자액은 500억 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기준 도시철도공사 임직원 평균 임금은 시간외 수당, 휴일, 야간, 연차 수당 등을 제외하고도 5867만 원으로 나타났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직원들의 연봉이 6대 광역시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대전지하철 공사는 민간위탁으로 예산을 절감했다며 감사원 등으로부터 수범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올해의 일터혁신 우수기업' 공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분규 없는 노사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근로조건과 업무 환경을 개선해왔단다. 국토해양부로부터는 '경영 및 서비스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자로 도시철도 1단계 역사 11개소에서 33명의 계약직 역무원들이 대량 해고됐다. 그러면서도 당시 공사 직원 부인을 비롯 친인척들은 해고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사 직원 친인척, 공무원 관계자들의 친인척 및 지인들의 일자리를 챙기기 위해 갈 곳 없는 33명이 쫓겨난 것이라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낙하산 채용직원에 대해 해고 조치하는 등 일단 불 끄기에 나섰다. 뒤늦게 수탁운영 방식의 폐해 등 제도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는 시민단체의 감사 청원에 따라 이달 초부터 감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의혹해소차원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도 감사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감사에 대해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이번에 역사 11개소에서 해고된 33명의 역무원들을 감사에 참여시켰으면 한다.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수긍해야 의혹이 해소되지 않겠는가.


#대전도시철도공사#친인척 #역무원#대량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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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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