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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조직인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012년 총파업을 결의했다.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을 만나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현장과 현안, 총파업 준비태세에 대해 들어봤다. <기자 말>

 

- 화물노동자들이 2012년 총파업을 벌이는 이유는?

"화물연대는 2002년 출범 이후 화물운송노동자 생존권 보장과 전근대적 물류체계 개혁을 위해 법제도 전면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기름값은 폭등하는 상황에서 운송료는 오히려 삭감되는 현실이 말해주듯이 화물운송노동자 삶과 생존권은 여전히 벼랑 끝에 놓여 있다.

표준운임제는 일반노동자 최저임금제와 유사하다. 현재 운송료는 화주의 일방적 운임 책정, 중간단계인 운송·주선업자들의 규제 없는 알선 수수료, 과도한 착취 속에서 화물운송노동자에게 기름값·타이어 등 직접비용 부담을 전적으로 떠넘기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물가인상 반영은 엄두도 못낸다.


운임 책정 기준은 없다. 화주나 운송·주선사 수익은 보장되지만 화물운송노동자는 비용에도 못 미치는 운송료를 받는다. 핸들을 놓으면 실업자, 핸들을 잡으면 신용불량자라는 자조는 현실 그대로다.


몇 차례 파업을 통해 운송료가 인상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삭감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화물연대가 주장해온 적정운임을 책정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2006년 12월 당시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입장으로 건교부에 표준운임제 마련을 요구했다. 2008년 6.13총파업 성과로 정부는 2009년 말까지 표준운임제를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 훈령으로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라는 공식 기구까지 뒀다. 그런데 시한을 2년이나 넘긴 지금까지 논의만 반복하며 현 정권에서 대충 무산시키려 하는 상황이다.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 적용이 우리 사회 주요 현안이 됐지만, 총자본의 저항에 부딪쳐 진전이 없다. 최근 몇 달간 월 3명 꼴로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망했다. 일하다 생긴 지병이거나, 산재사고다.


화물운전을 하려면 울며겨자먹기로 1억 넘는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일하는데 차량에 대한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다. 운송계약 시 계약관계 을의 위치에 있는 우리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현대판 노비문서를 강요당하고 있다.


수급조절은 물량과 차량 불균형 속에서 덤핑, 과적 만연, 운송료 삭감이 심각해 그나마 화물연대가 방어하고 있다. 현재 물량이 없어 차량이 남아돌지만 국토부는 1만5천대 증차 입장을 밝혔다. 택배대기업들의 무리한 요구만 수용하고, 화물운송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화물운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화물연대가 올해 10년차다. 10년 투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열기 위해 지난 1년간 준비한 법제도 개선 투쟁을 벌이고자 한다."

 

- 총파업 돌입시기는?

"일단 법개정 투쟁 성격상 19대 국회가 개원되는 6월 이후 8월 사이에 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건설 등 특고(특수고용노동자) 단위와 함께하고, 공공운수 차원에서 철도 투쟁과 함께 하는 문제, 최종적으로는 민주노총 투쟁과 맞물려 진행하도록 구체적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1만5000대 증차를 강행하거나, 기름값 폭등으로 인한 운송료 인상 요구가 전면화된다면 총대선 시기와 상관없이 즉각적 총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도 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총파업 찬반투표 시 시기와 방법 등을 80.6%의 높은 찬성률로 투쟁본부에 위임했다."

 

- 화물연대본부 주요 현안은?

"재산권이나 도로비 문제는 여전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이 물량이 없어 며칠씩 차를 세워놓고 차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정부는 약속한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유야무야시키려 하며 더 나아가 1만5000대 증차까지 강행하겠다고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울고 싶은데 뺨까지 때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란 사태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인한 기름값 폭등 우려와 경제위기 지속화로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은 화물연대 조합원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뭔가 한 판 벌여야 한다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에 대해.

"민주노총은 민주노총다워야 한다.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상대에게 "한다면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한데,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민주노총 결정이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안타깝다.

저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민주노총 위원장 자리일 것이다. 투쟁은 조합원들 의지를 받아 안아 조직하는 것이다. 지도부는 냉정하게 형세 판단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일단 결심하면 중심을 잡고 투쟁을 조직하며 진두지휘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제 뒤돌아보지 말고 의지를 가지고 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산하 조직 주요 대표자 동지들, 그리고 저까지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 화물연대본부 현장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우리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 지도부를 믿고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 화물연대는 지난 10년 간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조합원들의 의지로 극복했다. 신중하게 결정하고 힘있게 싸우겠다. 올해 반드시 최복남, 김동윤, 박종태 열사 영전에 떳떳하게 우리 성과를 바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화물연대는 올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제대로 한 판 붙을 것이다. 화물연대는 결정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돌파해 왔다. 민주노총은 올해 투쟁을 통해 법개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결의했다.


이제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지도부와 조합원이 혼연일체가 돼 갈 길을 제대로 갈 때 가능하다고 본다. 정치일정에 적극 대응하는 것과 휘둘리거나 기대감에 젖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에 대한 명확한 구별 속에서 머리띠에 새긴 단결과 투쟁을 제대로 벌여 나갔으면 한다."

 

- 총파업에 앞서 국민에게.

"화물연대는 힘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화물운송노동자들은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란 이름도 못 쓰고, 사고로 죽어도 산재 처리도 안 된다. 노비문서 같은 지입계약을 해야만 하고, 비용에도 못 미치는 운송료로 생존권 위협을 받으면서도 가족 때문에 다시 핸들을 잡는 악순환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매일 쏟아내는 한숨이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폭발해 총파업까지 하면서 화물연대라는 힘 있는 조직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게 됐다.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요구했고, 수차례 총파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생존권 문제가 10년 전과 같은 상황에서 화물연대는 또다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번 투쟁은 화물운송노동자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또 복마전 같은 물류체계에서 기승하는 불공정한 세력들을 정리하고, 물류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08년 총파업 당시 국민의 성원을 잊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을 받아냈다. 화물연대는 이제 그 약속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 국민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넓은 이해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화물연대, #김달식, #민주노총,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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