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6·15와 10·4 공동선언을 포함한 그간의 남북 간 기존 약속들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와 다소 차별화된 대북정책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새로운 한반도와 신뢰 프로세스'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에 나서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밝혔다. 내용은 박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하며 내세운 '신뢰외교'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다소 진전된 면도 있다는 평가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6·15 및 10·4선언 등 기존 약속 존중해야"

 

박 위원장은 연설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북핵문제는 동북아 평화문제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박 위원장은 "이러한 접근은 (대북)억지력과 함께 신뢰가 그 바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으로 불신이 깊어진 남북관계를 조속히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저와 새누리당은 열린 자세로 북한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자신의 구상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호칭했다.

 

박 위원장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 남북한 간, 북한과 국제사회 간 합의한 기존의 약속 존중 ▲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지속적인 인도적·호혜적 교류사업 ▲ 남북간 경제협력 다양화 및 북한 인프라 구축 사업 확대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박 위원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서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물론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까지 남북한 간에, 그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합의한 기존의 약속들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선언을 꿰뚫는 기본 정신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남북한이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어떤 상황에서도 군사적 도발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치상황 관계없이 인도적 교류사업 지속돼야"

 

박 위원장은 "인도적 문제나 호혜적인 교류사업은 정치적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속돼야 한다"며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투명한 지원이 정치적 변수에 영향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한 박 위원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자 사이에 대화창구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며 "상시적인 대화를 통해 남북한 주민 간의 호혜적인 교류사업을 논의하고,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상호신뢰를 쌓아 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박 위원장은 "남북한 간 신뢰가 진전돼 가면, 보다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과 북한의 인프라 사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개성공업지구와 같은 협력사례를 확산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은 북한 주민의 삶의 개선과 직결돼 있다. 이런 대규모 협력 사업은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남북한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또 "북한은 스스로 변화하는 것만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안정도 기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고, 동시에 우리의 대북 정책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의 교조주의 탈피"..."효용성 크지 않을 것"

 

박 위원장의 이날 연설은 유력 대권주자가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상당부분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다소 진전된 입장'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간 기존 약속 존중과 인도적 지원을 강조한 부분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되는 주장이고 좀 더 진전된 인식을 보여준다"고 긍정하면서도 "'신뢰 외교'를 강조한 부분은 이명박 정부의 '기다림 전략'과 같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간의 신뢰 정착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어떻게 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라며 "신뢰외교의 기본입장은 북한이 신뢰를 깼다는 것이고 북한이 신뢰할 수 있게 바뀌면 남한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그동안 소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만 바라온 현 정권과 비슷하게 별로 효용있는 대북정책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햇볕정책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평했다. 동시에 "다음 대통령이 물려받은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햇볕정책은 남한이 주도적으로 한 것인데, 박근혜 위원장 연설 내용에서는 남한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가는 면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엄격한 상호주의, 교조주의에 입각해 '너희들(북한)이 먼저 약속을 지키면 우리가 돈 줄게'라는 입장이었다면, 박 위원장 연설 내용은  '너희도 약속을 지키고 우리도 약속을 지키자'라는 정도까지는 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태그:#박근혜, #통일, #신뢰프로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