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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 준비운동 하고...와~초딩도 있네...
▲ ... 산행 전, 준비운동 하고...와~초딩도 있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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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포도원등산선교회 정기 산행하는 날. 이번 산행 역시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들이 반 새로운 얼굴들이 반 정도이다. 절반 이상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새 얼굴들인 것 같다. 교회에서 약속된 시간에 모였다.

한데 모인 우린 담임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차에(29인승, 12인승, 15인승) 올랐다. 벌써 오전 9시 40분이다. 교회에서 출발한 차는 남양산 IC를 진입해 서울 IC로 나와 언양 석남사 가는 7번 국도를 달려 가지산 터널, 호박소 터널을 통과해 밀양으로 들어섰다. 터널을 지나 미량으로 들어서자마자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기온차가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밀양 표충사 가는 길 반대쪽인 원서리마을 길로 접어들어 석골사에 당도했다.

석골사 주차장에 주차한 뒤 모두 집결해 산행 시에 주의사항을 듣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산 들머리로 들어서자 어느새 낮 11시다. 퇴색된 낙엽이 수북수북 깔린 숲길 따라 모두들 한 줄로 걸었다. 한참 동안 깊은 골짜기를 따라 걸을 뿐 탁 트인 조망은 보이지 않았다.

산보하듯 걷는 낙엽 길에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가서 가파른 바윗길과 직각에 가까운 경사 높은 길을 계속해서 통과했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경사도가 더 높아지고 잔설이 깔려 있는가하면 얼어붙은 데도 있어 미끄러웠다. 미리 준비해 온 아이젠을 적절할 때 신발 위에다가 차고 걸으니 훨씬 걷기에 편했다.

산길 접어들고...
▲ 등산선교회... 산길 접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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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산은 영남 알프스 산군 가운데서도 두번째로 높은 산(1195m)이다. 가지산, 영축산, 천황산, 신불산 등이야 산길 오르다가 가끔 탁 트인 조망도 보고 하늘 아래 능선길 걷는 즐거움도 이따금 만끽하면서 걷지만 운문산은 그야말로 인내력 코스라 할 수 있다. 가도 가도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운문산 정상에서 700m 아래에 있는 상운암에 도착해서야 어느 정도 조망이 드러날 뿐, 황소처럼 묵묵히 걷고 또 걷는 가파른 길로 이어진다. 등산 초보자나 어린아이들이 참석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봄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초등학생도 있고 엄마와 함께 한 여중생도 있다. 오늘은 제법 높은 산에다가 힘이 들텐데 괜찮을까 내심 걱정이 된다.

정구지 바위를 지나 넓은 공터, 돌탑 쌓아놓은 곳을 지나 경사도가 점점 더 높은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잔설이 남아 있고 두꺼운 얼음이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럽게 올랐다. 오르막길도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끝이 보이는 법이다. 드디어 상운암에 도착했다.

여긴 고도가 더 높다는 것을 상기시키듯 햇살은 구름 속에 숨어서 온종일 내비치지 않고 공기는 훨씬 더 차다. 눈이 녹아 군데군데 젖어 있지만 여기저기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상운암 스님은 지난번 운영진에서 사전답사 왔을 때 대화를 나누고 장소를 제공해 주었었다. 오늘도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이 고마워서 임원들은 사과와 콩자반 등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 온 것을 전해주었다. 높은 산에 홀로 거하는 스님은 사람이 많이 그립겠다.

상운암에서...
▲ 운문산... 상운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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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에 지친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가 바쁘게 하산을 서둘렀다. 상운암에서 하산하는 사람들과 운문산 정상까지 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졌다. 1000M 이상 되는 산인지라 여기까지 오는 데 지친 사람들이 많았다.

정상까지 가기 위해 숲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열세 명. 우린 700m 거리에 있는 운문산 정상으로 향했다. 상운암 앞에서부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눈이 올 때마다 쌓이고 또 쌓인 듯 숲은 눈이 부시도록 하얬다. 융단을 밟듯 푹신푹신한 눈길을 밟는 소리를 발로 느끼고 귀로 들으며 힘든 것도 잊었다. 그동안 지쳐있던 몸이 눈 세례를 맞고 생기를 되찾고 상쾌하고 유쾌했다. 어쩌나 하산한 사람들은 이 좋은 눈길도 못 보고.

눈으로 덮인 숲길...
▲ 운문산 정상 가는 길... 눈으로 덮인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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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거니 뒤서거니 눈길 밟으며 걷는 길에 우리 마음도 동심으로 돌아갔고, 내 마음도 순백색으로 눈에 씻기는 것 같았다. 눈 온 날에 얽힌 얼마 안 되는 추억들이 뛰쳐나왔다. 어린 시절, 잠자다가 깨어난 새벽에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던 그 순백의 밤과 성탄 이브에 새벽송 돌던 그 새벽의 눈길...산길에 쌓인 눈에 얼룩진 마음도 씻고 눈도 씻고 피로도 씻었다. 운문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눈길, 설국이다. 눈 밟는 소리와 느낌을 즐기며 걷는 길은 해가 없어 흐린 날인데도 사위는 눈빛으로 환했다.

'부질없는 근심도 끈적거리는 우울도
모두 눈 속에 녹아라
어둠을 걷고 밝게 웃는 하얀 세상에
나는 다시 살고 싶어라
나는 당신의 어여쁜 눈사람이 되어
당신의 가슴에서 녹아내리고 싶어라' (이해인,'어여쁜 눈사람이 되어)

소복소복 쌓인 눈길 따라 도착한 운문산 정상. 날이 흐려서 이웃 산들은 희미했지만 굽이굽이 펼쳐진 산들이 눈앞에 있었다. 운문산은 약 4년 전에 온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정상까지 함께 올라온 사람들, 와~대단하다.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먼저 내려간 사람들과 석골사에서 합류하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한다.

상운암에서 정상까지 눈길 밟으며...
▲ 운문산... 상운암에서 정상까지 눈길 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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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등산은 하산길이 힘들다. 가파르고 힘든 길이란 걸 알았지만 하산 길에서야 비로소 경사도가 얼만지 실감했다. 한참 가다보니 엄마와 함께 온 여중생 예지가 근육경련으로 걷지를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걸 보았다. 무릎보호대를 채우고 남자 분들이 교대로 부축해가면서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앞서 걸어갈 수도 있지만 부축해 가는 걸음에 맞추어서 천천히 걸었다. 덕분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세심한 배려와 협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비록 힘이 들었겠지만 여중생 예지에겐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 하나 또렷이 남겠다. 그리고 서로 돕는 깊은 배려 속에서 도움 받은 그 기억은 서로 돕고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였으리라.

예지를 도와 함께 하산하는 모습...
▲ 운문산 예지를 도와 함께 하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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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내게 오는 것은 그의 일생이 함께 오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마음 열고 나올 일이다. 그래서 나의 생애가 그들에게 가고 그들이 내게로 오게 한다면 좋지 아니한가. 그들 모두의 생애에 다 뛰어들 순 없다할지라도 그들이 보인 작은 '틈'에서 그들의 각기 다른 생의 '각주' 몇 갈피쯤은 보고 듣고 알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번 산행에서 성도의 연합 안에 있는 배려와 섬김의 각주를 보았다.

'사람의 흠은 그의 생을 정독할/ 자상한 각주 같은 것이니/ 더러는 틈을 보이며 살 일이다/ 밖으로 나가려는 문을 열듯이/ 안으로 들이려면 틈을 내줄 일이다.' (임영조의 시, '틈'중에서)

석골사에 도착하니 많이 지치고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불평없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온 사람들을 향해 축하까지 해 주었다. 근육경련으로 고생했던 예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뿌듯한 보람과 자긍심으로 두 눈이 빛났다. 어느새 땅거미지고 저녁이 내렸다. 차에 올라 돌아가는 길엔 긴장이 풀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둠은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서서히 번져나가 짙게 물들었다.

모두 모여...
▲ 등산선교회 모두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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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2월 25일(토) 흐림

2. 산행: 등산선교회 회장 정영석 집사 외 40여 명

3. 산행기점: 밀양 석골사

4. 산행시간: 5시간 50분

5. 진행: 석골사 주차장(10:35)-석골사(10:45)-전체 스트레칭으로 몸풀기와 주의사항 전달 후 출발(11:05)-정구지바위(12:00)-넓은 공터(12:05)-돌탑(12:50)-상운암(1:40)-점심식사 후 출발(2:25)-운문산 정상(3:00)-상운암(3:20)-정구지바위(4:15)-석골사(5:25)



태그:#운문산, #등산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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