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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심없는 땐쓰' 마지막 장면
 '사심없는 땐쓰' 마지막 장면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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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이다. 사심이 없다. 사심을 가지고 보면 왜 저런 무용을 했느냐 할 것이고, 사심 없이 보면 정말 통쾌하고 시원한 몸짓일 것이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공연되는 안은미 컴퍼니와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 22명의 '사심없는 땐쓰'는 청소년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춤으로, 가장 일차적 표현도구인 몸으로 풀고 있었다.

1부 무대는 시시각각 바뀌는 무대조명과 쿵쾅대는 비트음악, 원색적인 강렬한 민소매 상의와 교복, 츄리닝이 청소년들의 억눌린 열망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음악은 1990년대 영턱스 클럽의 '정',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그룹 '카라'의 '미스터' 등의 노래가 변주되어 나오며, 무대 뒤편에는 그 음악들의 노래가사가 크게 보여지며 청소년의 감정코드를 보여준다.

파격과 도발 - 몸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

항상 파격과 도발의 선두에 서있는 안무가 안은미가 우리나라 세대별 몸의 역사 기록물 시리즈로 지난해에는 할머니들의 춤 동작을 탐구하여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춤공연을 만든 것이다. 그 다음 공연으로 40-55세 중년 남자들의 춤을 담은 공연을 계획 중이다. 안은미는 '춤'이라는 것을 통해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고, 춤이라는 매체가 갖는 '즉각성'으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보고자 했다며,  몸에 대한 역사의 기록을 객관성을 가지고 작업하고자 했다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학교 폭력, 자살, 과외 문제 등 심각하지만, 그에 비해 그들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들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이 때문에 예술의 영역에서 그들에게 접근하고 대변해줄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심없는 땐쓰' 중 무용수들의 교복춤 장면
 '사심없는 땐쓰' 중 무용수들의 교복춤 장면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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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춤이므로 특히 '아이돌 댄스'가 이번 공연의 콘셉트이다. 안은미가 연출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한순간도 가만있지 않는 변화무쌍함이었다. 무용수들의 의상도 교복, 츄리닝, 걸그룹의 짧은 치마를 패러디한 듯한 번쩍거리는 긴 치마의상 등 다양하다. 각 소단락은 채 2분도 되지 않게 무대 배경색과 안무내용이 빠르게 변화한다. 마치 시시때때로 바뀌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듯하다.

한바탕 15개의 섹션 20분여간 무용수들의 신나는 무용향연 뒤에 2부 무대에서는 영상이 펼쳐진다. 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을 길거리에서 찍은 것이다. 둘이서, 혼자서, 막춤과 전문 연예인 춤 등 다양하다. 장소도 교실, 학교 정문, 미술관, 락커룸, 대학로, 노래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춤인데 영상에서 음악과 소리가 안 나온다는 점이다.

오리무중(五里霧中) - 안개 속에 갇힌 청춘, 우리의 이상을 춤추며 찾는다

이 학생 저 학생 등 여러 학생들의 춤에 빠져들 즈음 불현듯 '언제까지 얘네들 춤추는거 봐야 하나' 너무 긴 느낌이 들자마자 화면에 '오리무중 오리무중(五里霧中 五里霧中)'  글씨가 나오더니 '안개 속에 갇힌 청춘, 우리의 이상을 춤추며 찾는다' 라는 활자가 나오면서 무대가 밝아진다. 교복을 입은 두 남녀 학생이 등장해  '청소년 헌장' 정도의 것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낭독한다.

 '사심없는 땐쓰' 중 학생낭독장면
 '사심없는 땐쓰' 중 학생낭독장면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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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청소년들이 한 명씩 나와 자신들의 속마음을 짧게 한마디씩 하며 무대 밖에서 자신들에게 던져지는 은색베개에 하나씩 쓰러져 눕는다. 누구는 '저는 이제 고3입니다' 하니 모두 일어나 박수갈채를 한다. 또 누구는 '아빠가 말씀하신다' 하니 모두 자다가 벌떡 일어나 집중한다. 한 15분 정도 22명의 학생이 이러기를 반복하다 한 학생이 '아 진짜 짜증나'라고 하자 모두들 '꺄~' 하며 반란의 몸부림이다. 그러더니 '왜 애들끼리 뽀뽀하면 안됩니까'라고 하더니 무대로 일제히 뛰어들어 관객들에게 뽀뽀를 하고 난리도 아니다.

한바탕 소동 후 이제  다시 3부 무용수들의 신나는 춤무대이다. 그리고 한 5분 후 학생들이 한명씩 무용수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등장하여 신나게 춤을 춘다. 원색의 옷 색깔도 무척 산뜻하다. 그리고 모두들 너무나 춤을 잘 춘다. 원래 잘 추는 건지 이 공연 때문에 배운 건지 자연스럽고 신나고 힘이 넘친다. 마지막에 얼굴도 크고 키도 큰 웬 꺽다리 남학생의 멋진 춤사위에 빠져들즈음 일제히 모든 청소년들이 등장해 보라 분홍 녹색 오렌지 노랑색 산뜻한 색깔이 무대에 가득하다.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경쾌하고 발랄하게 춤을 추고 있다.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경쾌하고 발랄하게 춤을 추고 있다.
ⓒ 문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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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은색 베개가 다시 던져지는데 그것을 붙잡고 춤추는 이유가 궁금할 찰나 그 안에서 노란 꽃가루가 무대로 뿌려진다. 객석에도 천장에서 뿌려진다. 온통 노랑이 가득한 무대와 객석에서는 무용수와 청소년들의 천연 옷색깔과 함께 싱그럽고 자유스럽다.

이들이 무얼 말하려는지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되겠다. 그냥 사심이 없다지 않는가. 사심이 없는 댄스, 댄스도 아니고 '땐쓰'. 강조는 그거 하나면 된단다. 그래, 이제 생각났다. 중간에 청소년들의 춤영상에서 소리가 빠진 이유를 알겠다.

안은미 컴퍼니, 서울 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심없는 땐쓰'는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안은미, 정완영, 남현우, 전수희, 김기범 등 출연, 서울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특별출연한다.

ⓒ 문성식 기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심없는 땐쓰#안은미#서울국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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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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