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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한 달 하고 약간 더 남았을 뿐이네요. 다시 한 번만 주어지면 이번에 만큼은 진정으로 제대로 된 선택을, 후회 안 할 선택을 할 수 있을터라 여겼을 그 기회입니다. 누구를, 어떤 정당을 찍었든 간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4년의 시간 동안 쌓인 것은 만족감보다는 후회와 원망일 테니까요.

하지만 막상 총선 날짜가 다가오니 어떻습니까? 어디 숨어 있었는지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후보들과 갑자기 터져나오는 공약들까지. 예상보다 너무 많은 변수들 때문에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 하듯 의외로 복잡한 실뭉치의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때가 많죠. 지금 살고 계시는 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총선 얘기를 하다 갑자기 웬 마을 얘기냐고요? 주위를 살짝만 둘러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곳곳에 걸린 큼지막한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이들을 통해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를 몇 개나마 잡아볼 수 있을 겁니다. 자, 어디 저희 마을부터 한번 둘러보시겠습니까?

 국회의원 이한구 사무실
 국회의원 이한구 사무실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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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돌풍'과 중진들의 '버티기'... 그 결과는?

집을 나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사무실입니다. 3선 의원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릴 정도의 친박계 핵심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가 근래 들어 갑자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그가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중진 중 대표적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민들의 정치 코드는 '불신'입니다. 선거철이나 정권 후반부에 들어서면 늘 있어왔던 것이지만 이번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입니다. 국민들이 어느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대안'으로 보기보다는 정당정치 그 자체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집단적으로 위기에 처한 정치권은 전례 없이 빠른 '쇄신 드라이브'를 돌리고 있습니다. 다선 중진 의원들, 그중에서도 특히 영호남이나 강남북 등 정통적 자당(自黨) 강세지역 출신들의 경우는 이러한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 내에서 수 차례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기도 했죠. 하지만 아직까지 매우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기에 본격적으로 공천 심사위가 가동되고 있는 이 때, 중진들에 대한 비토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진이라고, 영호남 출신이라고 무조건 불출마하는 것 역시 합당하다고는 할 수 없겠죠. 그중에서 진정으로 조용히, 열심히 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다선이라는 장점을 살려 높은 정치력을 구사할 수 있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요.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이, 밥그릇에만 혈안이 된 이들이 압도적 다수이긴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이는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쇄신의 바람'에 직면한 중진들 중 과연 어떠한 이들이 살아남는지, 아니 살아남게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하는지.

 김부겸 예비후보 현수막
 김부겸 예비후보 현수막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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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에 대한 도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처 없이 걸어가다보니 김부겸 민주당 최고의원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만 해도 대구지역에서 출마한 민주당 인사들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한 인물들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은 어떻습니까? 민주당의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이가 대구에, 그것도 친박의 핵심 이한구 의원이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 도전장을 떡하니 내밀지 않았습니까?

새누리당 역시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17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광주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새누리당과 민주당 인사들이 각자의 사지라 할 수 있는 호남과 영남에 돌격하는 것은 당이나 후보를 떠나 그 정신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당 합당 이래 지속되어온 지역주의의 틀은 전북과 경남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광주전남,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렇기에 쇄신과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 이러한 지역주의에 대한 도전 정신은 지역주의를 허무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과연 이들이 살아돌아옴으로써 '작은 기적'을 만들고 '정치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선택'이 이들과 한국 정치판도를 어떻게 좌우할지 역시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창조한국당-통합진보당 현수막
 창조한국당-통합진보당 현수막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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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정당들, 이제는 당당하게

사철 내내 한나라당 혹은 민주당의 현수막만 펄럭거리던 거리에 총선 시즌을 맞이하여 창조한국당과 통합진보당의 플래카드가 눈에 띕니다. 한국 정치 판도의 특성 때문에 여러 군소정당들은 제대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쉽사리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설움을 딛기 위한 이들의 도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 통합을 이루고 신당 홍보와 안정화에 열중인 통합진보당부터 그리고 지난 문국현 전 의원의 그늘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고자 하는 창조한국당까지. 그밖에도 진보신당, 국민생각당, 녹색당, 자유선진당 등 여러 정당들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자, 즉 국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자 이번 총선에 적극 도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도전이 '유권자의 선택' 을 이끌어 낼지,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 정치의 다양화와 정치의 더 큰 분열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등 많은 것들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현 후보 현수막
 김대현 후보 현수막
ⓒ 조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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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꾼'은 이제 그만! '지역 일꾼' 원한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지역구 의원이면서 지역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중앙 정치 무대만 기웃거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교체 열망 지수는 50%를 넘나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제 이런 건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방에서는 그 어느 선거철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트렌드'를 대변하는 듯 마을을 대강 한 바뀌 둘러 본 뒤 집으로 걸어오는 길, '서울TK 이제 그만'이라 외치는 현수막이 눈에 띄는군요.

헌데 지방자치제도의 발전과 효율화를 위해서는 지역구 의원이 지방일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는 것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입니다.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 지방자치제도의 발전, 쇄신의 바람 등 다양한 변수들이 '유권자의 선택' 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과연 '지역일꾼론' 은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누굴 찍으시렵니까?

자, 함께 둘러보신 저희 마을 총선 풍경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이 사는 곳과 비슷하지 않은가요? 저는 마을 한 바퀴 도는 데에 20~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한번 산책 삼아 걸어보는 건 어떠신지요? 잠깐의 시간을 들이는 것만으로 4월에 '후회 안 할 결단'을 내리는 데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마을 둘러보기'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거 참여' 그 자체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동안 '유권자의 선택'이라는 말에 계속 방점을 찍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현재의 정치국면이 어떻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선거 당일 유권자의 표심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주십시오. 그런 다음은? 그저 마을 한 바퀴 둘러 보시고, 신문 뉴스 챙겨보시고, 잠깐이나마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져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4월 11일, 당신의 중요한 표를 행사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숨 쉬는 공기와도 같이 소중한 '민주주의', 그것은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는 이루어질 수도, 발전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습니다. 최소한의 노력은 들이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일 것입니다. 자, 이제 곰곰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누굴 찍으시렵니까? 부디 이번에는 후회 없는 결정 만드시길.


#정치#선거#마을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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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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