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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농민회 이대열 회장(왼쪽)과 예산군농업인단체협의회 윤동권 의장(오른쪽)이 출근시간에 맞춰 예산읍에서 통행이 가장 많은 구간 두 곳에서 40일 넘게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산군농민회 이대열 회장(왼쪽)과 예산군농업인단체협의회 윤동권 의장(오른쪽)이 출근시간에 맞춰 예산읍에서 통행이 가장 많은 구간 두 곳에서 40일 넘게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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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예산군농업인단체협의회 윤동권 의장과 예산군농민회 이대열 회장이 강추위가 거듭되는 날씨 속에서도 한 달 넘게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 농민단체 대표는 1월 6일 예산군청 앞에서 첫 시위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토·일요일을 뺀 주 5일 계속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장소를 옮겨 윤 의장은 옛 농전 정문 앞, 이 회장은 주교5거리 회전교차로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농민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2월 들어 수십 년 만의 강추위가 거듭돼 칼바람이 이는 날에도, 눈보라가 치거나 스산한 겨울비가 내리는 날에도 어김 없이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9일 두 농민단체장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 날씨가 너무 춥다. 아침에는 기온이 더 낮아 힘들텐데 건강은 괜찮은가?
"양말을 두 켤레씩 신고, 두꺼운 외투에 마스크까지 해도 한 자리에 서 있으려니 추위는 어쩔 수 없더라. 그렇지만 한미FTA가 이대로 강행된다면 지금 추위와는 비교도 안 될 거대한 경제한파가 몰아칠 것이다. 한미FTA가 폐기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처음엔 릴레이시위를 한다고 했는데, 두 분만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장과 회원들의 동참이 없는 이유는 뭔가?
"날씨도 춥고 농민들이 너무 어려우니 회원들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릴레이가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농업인들 중에 '누군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80살 안팎의 할머니들까지 품팔러 다니고 있다. 농촌은 그렇게 늙어 있고, 머잖아 그분들이 안 계시면 농촌도 함께 죽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농업인이 그 대책을 요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 한미FTA에 대한 언론보도가 줄어들고,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다. 그래도 1인시위를 계속하는 까닭은?
"우리의 힘은 약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계속하다보면 까닭 낼 날이 온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주민들이 '고생한다'고 격려해주고, 어떤 직장인은 출근길에 요쿠르트를 하나 쥐어주고 간다. 운전자들이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주고, 지나가는 버스 안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봐줄 때 희망을 본다."

-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한미FTA에 대비한 지원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는 아닌가?
"지금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마련해놓은 한미FTA 대책자금 21조 원으로 생색을 내려 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준다며 눈속임하고 넘어가려 하는 것이다. 당장 농업인들을 잠재울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한미FTA의 망령은 어느 때보다 더 빨리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다. 이건 개구리를 찬물에 넣어 은근한 불로 달구면 죽는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 총선을 앞두고 관심이 온통 정치권에 쏠려 있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나?
"열심히 농사만 지으면 정부가 잘 살게 해주겠다고 한 지가 벌써 몇 십 년째다. 바뀌는 정권마다 약속을 했지만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는 선거철이 되자 공천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거취만 챙기고 있다. 한미FTA를 찬성한 사람들이 얼굴을 들고 다시 선거에 나오려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 농촌의 목소리와 지역의 여론을 전달할 국회의원은 더 이상 장관 출신, 정치인 출신, 판·검사 출신이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우리들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예산지역 신문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FTA, #한미FTA폐기, #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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