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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묻은 돈까지 마다하지 않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소상인들은 슈퍼, 빵집, 서점, 카센터, 자전거, PC방, 꽃집 등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회 각계 각층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 골목경제의 변화를 지네발식 확장이라며 빗대 표현하고 있다"며 "문어발식 확장을 넘어 지네발처럼 골목 깊숙이 침투, 골목상권을 완전히 싹쓸이하겠다는 심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 관계자는 또 "문어발식 확장을 넘어 지네발식 확장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비로소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골목상권 진출 자제를 적극 요청하고 나서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출범 4년만의 일이지만 피폐해진 골목상권을 회복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는다'는 경주 최씨를 예로들며 소상공인 영역까지 침범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20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도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 안정화 대책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공정위원회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의 과도한 판매수수료는 중소납품업체의 이익 감소와 함께 투자위축 및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판매부진과 수수료 인상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건강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유통분야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또 "지난해 9월 대형 유통업체(4개 백화점, 3개 대형마트)의 자율 인하를 유도한 이후 지금까지 약 0.5%~5%의 수수료가 인하됐다"며 "공정거래위의 직권 및 서면 실태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위해 수수료 인하 폭에 따른 배점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위 1%만을 위한 부자감세와 재벌 일감 몰아주기,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 등 '친서민'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호언장담했던 낙수효과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지식경제위 조경태 의원실 관계자는 "낙수효과 정책기조가 흘렀던 지난 4년 동안 재벌 2세들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의 영업이익율이 대폭 증가한 반면, 중소 규모의 2차 협력사들은 영영이익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고환율과 감세정책의 혜택을 보면서도 고용창출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떡볶이, 순대, 빵, 커피 등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도록 만든 것이 친서민 정부의 낙수효과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현 정부의 실정을 언급했다.  

 

특히 일부 NGO 단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듯이 대기업이 성장하면 관련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빈부 격차만을 키웠다"며 "부의 축적도 부족해 재벌 2세로 하여금 빵집까지 진출케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기업에게 '법'이란... 부 축적 위한 상술의 도구

 

지난해 8월 10일 대전 소재 중소기업청에서는 이마트 직영점의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마트) 전환이 도매업 진출이냐 아니냐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이날 참가한 7명의 사업조정심의회의 위원들은 대구 이마트 비산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에 대해 도매업 진출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내리며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대구 서구청은 중소기업청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의 사용승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이마트는 서구청을 상대로 사용승인 반려 취소 행정소송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최종심에서 서구청은 패소하고 말았다. 예상된 결과였다. 1차 변론(11월 23일)을 앞둔 시점에 가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용승인 반려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서 비산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패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기도 했다. 행정소송 역시 통상적으로 3심제가 적용되지만 서구청은 상고를 포기한 채 1심 재판부에 승복했으며, 비산점 트레이더스는 지역의 중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현재 성업 중이다.

 

대구의 경우와 달리 부산 서면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은 더 가관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중소기업청은 서면점 트레이더스 전환뿐 아니라 이클럽(쇼핑몰)까지 사업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역시 송사에 휘말렸다. 이번엔 중소기업청과 함께 상생을 도모하고자 만든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의 사업조정제도가 주 목표물이 돼버렸다. 뒤로는 상생을 외치면서도 이윤 앞에선 법도 무시해버리는 대기업의 행태를 이마트가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마트가 사업조정제도 자체를 문제시 삼는 것은 한미 FTA의 뜨거운 감자였던 ISD(투자자제소)를 발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내 대기업마저도 국민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체계를 무시한다면 한미FTA가 본격 발효될 경우 거대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 하겠느냐"고 혀끝을 찼다. 사업조정 결과에 불복하는 대기업의 행정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의 소송 남발은 유통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동네슈퍼 장악도 부족해 자동차 경정비업계에도 눈독을 들였던 SK, GS, 르노 삼성 등은 각종 불탈법을 동원해 동네카센터를 하나씩 하나씩 잠식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하게 하는 행위와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거나 점용하게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제57조)'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에 발목이 잡혔다.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수원시의 대대적 실태조사를 통해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 GS넥스테이션의 오토오아시스, 르노삼성의 SS오토랜드 등이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무더기 적발됐다. 자동차관리법망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던 이면계약에 자신들의 발목이 잡혔던 것이다.    

 

이와 관련, 수원시청 자동차관리팀장은 "영업정지 대신 적발 업체에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SK만 이면계약이 아니라고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 중"이라며 "우리도(수원시) 고발이라는 맞수를 두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소송과 관련해 2월 16일 수원시청과 SK의 1차 변론이 있을 예정이며, 현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고발에 따른 사건 조사가 별로도 진행 중이다. 고발사건이 병행된 이번 행정소송의 경우 강남경찰서의 최종 판단이 승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이지만, SK 역시 김앤장벌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두고 있어 수원시 입장에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법을 무시하면서도 행정소송이라는 또 다른 법망을 교묘히 이용하는 대기업의 그릇된 상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거상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상도를 무시한 채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정부의 동반성장을 철저히 외면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은 중단되지 않을 전망이다.


태그:#낙수효과, #이마트, #SK네트웍스, #이명박정부, #대기업골목상권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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