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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PX에서 농수축산물 판매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 화천마트 이 조그만 PX에서 농수축산물 판매가 시작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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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상리에는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화천마트'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화천전통시장이 있다. 재래시장이란 명칭의 미화를 위해 이름만 전통시장으로 바꾸었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등이 판매되는 재래시장이다.

2000년대 초 정부로부터 수십 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아 스레이트 지붕을 캐노피로 바꾸고 바닥에는 대리석을 깔았다. 개별상가에 대한 내부시설 리모델링 작업도 마쳤다. 고객들을 전통시장에 유치해 신규 중·대형마트의 설립을 막자는 의도에서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중형마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 상인들은 시장 주변에 고객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주차장 옆에 카트를 설치해 고객 편의를 높이려 애썼다. 명절이면 경품권 추첨행사도 열고 자체 시장상품권도 개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읍내에 국방부에서 BTL사업으로 추진한 군인아파트가 준공했다. 12층에서 14층 규모 6동. 전체 321세대가 입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크게 반겼다.

같은해 12월, 국군복지단은 데시앙 아파트 입구에 군인면세점(PX)인 화천마트를 열었다. 군부대 밀집지역인 화천에서 PX(군인면세점)는 주민들에게 친숙한 단어다. 화천은 3개 사단이 인접한 동네라 PX가 대대 급 단위로 형성되어 있고, 과거 주변에 구멍가게조차 없어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던 동네주민들의 매점 역할도 했다.

화천마트는 왜 롯데슈퍼와 계약을 맺었을까

화천마트의 북적이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같은날  전통시장은 한산했다.
▲ 화천전통시장 화천마트의 북적이는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같은날 전통시장은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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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9월, 국군복지단이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유통업체와 군인면세점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공산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음료 외에 농수산물, 축산물, 청과류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신선식품관을 설치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SSM(Super Supermarker-기업형 슈퍼마켓)은 수차례 화천 입점을 모색해 왔다. 아마도 군인(3만6천여 명)과 주민(2만5천여 명)을 합쳐 6만여 명의 인구가 살고,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참여하는 세계 4대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화천군이 대형마트 및 SSM입점 제한을 위한 전통상업보존구역 적용거리를 변경 고시(500m에서 1000m로)하면서 기업들의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렇듯 직접 판매 여건이 어렵게 되자 SSM은 화천마트에 위탁판매 형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방승일 강원도의원은 "정부에서 SSM 입점규제를 강화하자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편법을 쓰고 있다"며 "마을에 있는 영세슈퍼를 상대로 업주와 협의를 거쳐 매장 리모델링 및 확장을 하고 직접 판매가 아닌 물건을 납품하는 형식(이익분배 5:5)으로 계획을 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자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시점에 맞추어 군부대 면세점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방승일 의원의 말과 같이 롯데슈퍼로부터 물건을 납품 받는 화천마트는 2012년 산천어축제(2012. 1. 7~1. 29) 개최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서둘러 입주를 마쳤다.

화천 전통시장 한 상인은 "새로 군부대 면세점이 생긴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아무도 없다"며 "군 장병 및 가족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인데 찬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군부대 면세점에서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이 아닌 농산물·수산물·축산물·청과류(신선한 과일과 채소류)를 판매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그 물건들을 대는 곳이 기업형 슈퍼마켓이이서 심각성이 더 하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대기업(기업형 슈퍼마켓)이 군부대 면세점(PX)에 농축수산물을 납품하면서 지역상권을 독점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을 잃어버린 소규모 점포가 문을 닫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시장에 무·배추·상추·돼지고기·쇠고기 등 농축산물을 납품해 온 소규모 농민들도 동반 몰락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 또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대기업의 수익일 뿐 지역경제 유발효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의도적으로 산천어축제 앞두고 입점한 것 아니다"

롯데슈퍼에서 농축수산물을 판매한다.
▲ 화천마트(군부대 면세점) 롯데슈퍼에서 농축수산물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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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국군 복지단은 "군인 가족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영외마트에서 농축수산물까지 살 수 있는 원스톱 '신선식품관'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가족 복지향상을 위한다면 전방 산골짜기에 거주하는 군인가족들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그런데 롯데슈퍼는 중형마트가 수두룩한 읍내에 진입했다. 누가 봐도 시장 잠식을 목적으로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한 상황이다. 
화천마트가 있는 곳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칠성마트라는 곳이 있다. 이곳 역시 군부대 면세점(PX)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농축수산물은 판매하지 않는다. 그럼 왜 롯데슈퍼는 칠성마트와 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 신축한 화천마트에 농축수산물의 위탁판매를 시작했을까.

이유는 읍내와의 근거리로 일반 지역주민들의 접근 용이성, 대규모 군인 아파트 입구라는 위치의 적정성, 그리고 산천어축제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여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기간 이곳을 이용한 것으로 보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군복지단 홍보담당 한 관계자는 "복지단에서 전국적인 격오지를 판단해서 적용을 한 것이지, 새로 신축(화천마트)을 해서 입점을 시킨것은 아니다"라며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화천마트가 신축된 날자와 롯데슈퍼가 들어간 날짜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화천마트의 입점 시기에 대해서도 "의도적으로 산천어축제 시기에 맞추어 입점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 이번일로 그런 결과가 초래 되었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롯데슈퍼의 군인면세점 진출 재검토"

기자가 화천마트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현수막이 있다.

화천 군 마트 이용 대상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군 장병, 군무원, 10년 이상 복무한 예비역, 그 가족' 

그러나 마트에 들어설 때 "혹시 군인이세요?" 또는 "군무원이세요? 10년 이상 복무한 예비역이세요? 아니면 그 가족이세요?"라고 확인하는 말은 듣지 못했다. 대신 "어서 오세요"라고 친절하게 반기는 목소리만 들렸다.

이에 대해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그 부분은 해당 사업본부에서 판단할 부분이지 국군복지단이 이야기 할 부분이 이나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김진원 화천시장조합장은 "지난해 9월 군부대 BTL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시장상인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며 "그런데 오히려 고객들이 그곳으로 몰림에 따라 시장경기는 더 침체되고 있는 느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렇듯 현지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방부가 롯데슈퍼의 군인면세점 진출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신문> 13일자 '국방부 "롯데슈퍼 군인면세점 진출 재검토"'에 따르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군 복지 차원에서는 대형 슈퍼마켓이 영외마트에 들어오는 것이 좋지만, 일부 지역 주민과 지역 업소들의 사정이 있는 만큼 (규모 등을) 검토해볼 예정"이라며 "물품 구매가 힘든 격오지나 전방 지역은 가급적 (신선식품관을) 남겨두되, 대도시나 중소기업도시 인근 부대에 딸린 신선식품관은 임점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롯데슈퍼, #화천마트, #화천전통시장, #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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