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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공동체, 마을, 인권, 주거권, 거주자, 원주민, 세입자, 상가세입자, 사회적 약자, 영세 조합원, 기초생활수급자 등등. 이러한 용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하여 1월 30일에 발표한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新정책구상'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필자는 도시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자를 지칭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관련 용어를 사용한 정부 대책을 본 적이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서울시 보도자료에서도 밝혔듯이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사업성과 전면철거 중심에서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축을 전환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대책은 도시재생사업의 기존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뉴타운 문제는 토지불로소득 사유화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뉴타운 수습대책 설명회을 열고 뉴타운 문제에 대해 "원인 제공자인 서울시, 자치구, 정부, 정치권 건설사, 시행사, 조합 등이 공동책임자로서 시민들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 수습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뉴타운 수습대책 설명회을 열고 뉴타운 문제에 대해 "원인 제공자인 서울시, 자치구, 정부, 정치권 건설사, 시행사, 조합 등이 공동책임자로서 시민들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문제 수습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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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번 정책구상을 반대 내지 우려하거나 호응하지 않는 견해들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정부가 해산비용을 분담하거나 세입자를 사업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국토해양부). 둘째, 세입자의 참여로 소유자의 재산 침해 현상도 발생할 수 있으며, 상가세입자 보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셋째,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구역의 무더기 해제는 투자자금 손실 및 해당 구역과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초래하며,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져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초래하고, 전·월세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넷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모두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면 사업성 저하로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다섯째, 대안 정비사업(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전면 철거방식에 비해 도시재정비 개선 과가 미흡하여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 외에도 갈등조정위원회의 역할에 한계가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언만 있고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부분의 비판과 우려는 현재의 법체계와 뉴타운사업 구조에서 제기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세 번째 비판 내용은 받아들이기 참 어렵다. 이명박과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지역을 무분별하게 지정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투기적으로 상승했고, 저렴 주택을 일시에 철거하면서 전·월세난을 촉발했다는 것은 '사실'에 해당하지만 이런 맥락은 도외시한 채, 이제는 그 비난의 화살을 바로 뉴타운사업 출구전략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뉴타운 사업의 '아버지'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및 뉴타운 사업 공약으로 국회의원이 된 분들과 이들에게 표를 준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현 정부와 여당은 서울시가 요청한 비용분담과 관련법 개정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실질적인 '당사자'이며 책임의 주체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대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이번 대책이 뉴타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뉴타운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뉴타운 문제와 같은 주택문제의 핵심에는 기본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개발이익 사유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을 살펴보면 토지정책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토지정책을 다루는 일은 어쩌면 서울시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주자' 중심의 마을만들기를 핵심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거주자 중 80% 정도가 세입자로 구성된 현실에서 이들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토지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不動産)은 건물이 아닌 토지 중심

우리에게 부동산이라는 용어는 너무도 친숙하다. 신문 등 언론의 부동산 보도에서 우리 삶의 필수재인 주택을 하루도 빠짐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동산의 개념과 어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학자들에 따르면, 부동산의 개념은 1) 물리적 개념(자연, 공간, 위치, 환경), 2) 경제적 개념(자산, 자본, 생산요소, 소비재, 상품) 및 3) 법적 개념의 3가지 차원을 가진다. 그중에서 부동산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법적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이성근·서경규, 2005).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부동산의 법적 개념을 살펴보면 민법 제99조에서 부동산을 '토지와 그 정착물'로 정의하고 있다. 토지의 정착물이란 건물, 담장 등 토지의 개량물(improvements)을 말한다. 그리고 개량물과 유사한 표현도 정착물(fixture), 부착물(attachment), 부속물(appurtenance) 등 다양하다. 용어가 다양할지는 몰라도 토지와의 관계에서 본질적으로 차이는 없다(안정근, 2005). 모두 토지가 중심적인 위치에 있고 건물 등이 종속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부동산의 영어식 표현은 보통 real estate나 real property를 사용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real estate의 어원이다. 우리는 보통 real의 의미를 '진짜의', '실제의'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써서 화제를 일으킨 로버트 기요사키에 따르면 real의 뜻이 스페인어 real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래 뜻은 왕의 것(royal)이란다. 그러면 real estate는 왕실 재산을 의미하게 된다(로버트 기요사키, 2000). 이러한 해석은 영국의 Queen's land 철학이나 중국 및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왕토(王土) 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부동산을 개념으로 살펴보건 아니면 어원으로 살펴보건 모두 토지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같다. 따라서 그동안 언론에서 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든 간에 주택 등 부동산을 건물에 토지가 부착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마치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착각이다. 이제 주택이라는 부동산을 다룰 때, 건물이 토지에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부동산은 토지가 갖는 속성을 그대로 갖게 된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주택 문제가 토지 문제인 이유

이제 다시 주택 문제로 되돌아가자. 이미 앞에서 밝힌 데로, 여러 주택 문제의 핵심에는 공통되게도 토지불로소득 사유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택문제를 토지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이름을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표 참조). 우선 토지임대료에 해당하는 경제학의 추상적인 지대 개념이 실제 경제 현실에서는 토지 불로소득으로 구체화한다.

토지불로소득은 다시 주택매매시장에서는 '매매차익'으로, 주택임대차시장에서는 '임대료(전·월세금)'로, 주택건설시장에서는 '개발이익'으로 변모한다. 주택금융시장에서는 '대출이자'로 변모하며, 주택 조세정책에서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등으로 변모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가진 토지불로소득의 대척점에 '주거권'이 자리하고 있다.

ⓒ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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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석에서 사용된 기준인 '매매차익', '개발이익', '대출이자', '임대료(전·월세금)', '조세', '주거권'은 주택문제를 설명하는 하나의 용어에 불과한 것이 아닌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결국은 모두 '돈' 문제로 모인다. 이처럼 주택 문제의 핵심에는 사회 전체가 창출한 지대를 개인이 토지재산권에 기초하여 사유화하려는 토지불로소득 추구행위가 자리하고 있다. 즉 지대가 토지재산권의 볼모로 잡혀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해결 방안의 핵심도 개인의 토지재산권에 갇혀 있는 지대를 해방하는 것이다. 즉, 공공이 창출한 지대를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다. 주택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 바로 이 지점부터 고민해야 한다.

또한 토지불로소득의 다양한 이름들과 주거권 사이의 상충관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매차익', '개발이익', '대출이자', '임대료(전·월세금)', '조세' 등을 정책적으로 다룰 때 토지재산권 기득권자의 이익을 우선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주거권'은 침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토지가치의 상승이 전체 부의 증가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 강화 및 토지임대형 주택 공급을 고민할 시점

부동산을 개념과 어원으로 살펴보면 건물이 아닌 토지가 중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실물 경제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부동산이라는 용어에 친숙할 뿐만 아니라, 건물 중심의 부동산 개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토지의 존재를 무시하게 된다. 이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인식의 오류는 단순한 오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부동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 때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정책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령, 우리는 전·월세난이 심각해져 서민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가 토지문제에서 비롯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신 소득세를 낮추어 실질 임금을 올려주고, 동시에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자기 임금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정부 재정부담 및 부채 증가를 가져오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의존도는 크게 낮아진다.

여기에 더해 토지법칙(지대환수)과 건물법칙(감가상각)에 동시에 부합하는 토지임대형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이러한 효과는 배가된다. 건물은 사고 토지는 사용권 계약을 맺어 토지임대료를 내며 거주하는 토지임대형 주택은 세입자의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주택 같은 부동산 개념을 토지 중심으로 인식하고, 더 나아가 주택 문제는 토지 문제라는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어야만 구체화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일부 내용은 이미 다른 언론(프레시안과 이코노미 인사이트)에 기고되었음을 밝힙니다.

조성찬 기자는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입니다.



태그:#토지보유세, #토지임대형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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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 연구소는 토지에 대한 평등한 토지권 정신(지공주의)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의 근간인 토지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경제정의를 세울 수 있는 이론 구축과 실행 가능한 정책대안 제시를 목표로 한다. 현재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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