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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도화동에 살고 있는 직장맘입니다. 어떻게 된 것이 국가에서는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이 이렇게 부족할 수 있을까요. 마이너스 생활하면서 월세까지 내야 하는데 그나마 저렴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 순번 83번. 아이가 다니던 가정 어린이집이 폐원하면서 다른 어린이집 알아보라고 하는데 요즘 어린이집 알아보느라 전쟁입니다."

"만 0~2세 무상보육료 지급,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굳이 다닐 필요가 없는 아이들도 무상이니까 보내지 않을까요. 저는 태어나자마자 대기 걸어놨는데 25개월이 지난 지금 대기 순번이 300번. 초등학교 가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7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주제로 열린 '온라인 청책워크숍'. SNS를 통해 들어온 어린이집에 얽힌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소개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낳으라고..."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집에서 1시간 거리 국공립 어린이집, 택시타고 다녀"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주제로 온라인 청책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7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주제로 온라인 청책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 서울시 언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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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청책워크숍에는 트위터 '육아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희경씨, <네이버> 육아카페 '레몬테라스'시삽 황혜경씨 등 학부모를 비롯해 오경숙 구립 면일어린이집 원장,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 등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워크숍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재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는 10만여 명에 이르는 상황. '육아당'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안희경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아파트도 옮겼는데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첫째도 둘째도 결국 국공립을 못 보냈다"며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레몬테라스' 시삽 황혜경씨는 "카페 회원분들을 보면, 아파트 청약처럼 '점수를 어떻게 잘 받아야 들어갈 수 있나' 공부할 정도"라면서 "엄마들 사이에서는 '임신하자마자 대기를 걸어놔야 좋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이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차옥경 국장은 "비용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다른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에 비해서 특별활동을 적게 하기 때문에 부모가 보육료 외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또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그래도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운영하는 곳이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보육시간이 길다', '교사가 좋다' 등의 학부모 의견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은 이유로 소개되었다. 백선희 교수는 예전에 자신이 만난 한 '직장맘' 이야기를 전했다.

"한 직장맘은 집에서 국공립 어린이집까지 차로 1시간이 걸리는데 집에 차가 한 대밖에 없어서 남편은 차로 직장에 출근하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까지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분이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 택시비가 아깝지 않았다'라고 하시더라."  

"동네 별로 최소 1개 짓되, 지역 특색 살렸으면"  

현재 서울시내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11.6%에 불과한 상황. 오경숙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아이가 오면 좋을 텐데 입소 순위에 따라 아이를 받다보니 어떤 할머니가 어린이집 바로 앞에 사시는데 매일같이 오셔서 '저기 차타고 오는 사람들 말고 우리 손녀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오 원장은 "올해부터 만 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대기자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월 시정운영계획을 통해 2014년까지 동별로 2개 이상 총 280개 소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해 2020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선희 교수는 "굉장히 획기적"이라면서 타 국가의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보여줬다. 스웨덴 80.6%, 덴마크 70%, 일본 49.4%, 독일 32%. 반면 국내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백 교수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외의 어린이집 역시 비영리 민간이 운영한다"면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보육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는 보육은 보육시설을 짓는 것까지 포함해서 국가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민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레몬테라스' 시삽 황혜경씨는 서울시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전했다. 황씨는 "카페 주부님들이 보육시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반갑지만, 나라에서 영유아 교육에 지원해주는 비용은 늘지 않는데 시설 확충만 하면 교육의 질이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동마다 최소 1개씩 짓되 아이들 비율에 맞춰 더 많이 짓고, 신혼부부가 많은 지역은 영유아 시설을 짓고,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은 한국 전통교육을 하는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어린이집을 지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육아당' 안희경씨는 "트위터에는 맞벌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국공립 어린이집) 생기기만 해다오'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회사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시내에도 짓거나, 직장 보육시설을 많이 늘릴 수 있도록 해주면 일하다가도 가서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아이디어 통해 확충...'집에서 5분거리 마다' 목표"

이날 박 시장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방안과 관련해 "창조적인 방법을 많이 생각했으면 한다"면서 "이미 비어있는 공간이라든지 과거에 관공서로 쓰던 곳에 짓는다든지 민간과 협력해서 짓는 방법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대기 순서를 줄일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가 건축허가할 때 집단주거단지에는 적어도 도서관 하나, 어린이집 하나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겠다"면서 "집에서 5분 거리마다 어린이집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마포구의 한 구립어린이집 원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서울에 설립하려면 설립비가 많이 든다"면서 "초등학교에 설립할 경우 설립비가 감소하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운동장 일부를 활용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지금 교육청과 관계가 좋다"면서 "초등학교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모델도 고민해보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워크숍 내용을 참고해 2월 둘째 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어린이집, #국공립 어린이집, #박원순, #청책워크숍,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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