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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됐당', '새우리당', '메뚜기당', "새누리당의 당가는 '새타령'이라고 하면 되겠다."

 

지난 2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새 당명으로 '새누리당'으로 결정하자 쏟아낸 패러디와 조롱 섞인 비판글입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여옥 의원은 3일 자신의 트위터(@okstepup)에 "새누리당으로 무엇을 하는 정치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정당인지 알 수 있을까"라며 "무슨 새 세상인지, 무엇이 새 세상인지, 명분도 철학도 고민도 없는 이름이라 안타깝다"며 정체성 없는 이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지호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가치집단이었어야 하는데 이익집단이 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다"며 "가치지향적인 이름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핵심적인 가치는 빠져 있어서 아쉽다"며 비판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새누리당', 너도 나도 조롱과 비난해 "강아지 이름과 교회 이름 같아"

 

<중앙일보>는 3일 '한나라 새 이름 새누리당… 박근혜, 반대파 설득해 관철' 제목 기사에서  김종인 위원은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고 했으니 새 당명엔 '국민'이란 말이 반드시 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조현정 위원도 "새누리란 단어는 희화화(戱畵化)될 우려가 있다. 힘도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황우여 원내대표는 "특정 교회 이름과 비슷해 종교적 냄새가 난다"는 의견을 냈다. 한 비대위원은 "강아지 이름 같다"는 냉소적 말도 했다고 전해 당내 반발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7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메뚜기당? 최악의 개명 '새누리당'> 제목 글에서 "새누리당엔 신세계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뜻밖에 없다. 애국심을 버리고 국제주의로 나간다는 뜻인가? 민주니 자유니 하는 가치도 없다. 무국적당이란 뜻인가 보다"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조선> "새누리당, 보수 정당 냄새 없어"

 

이런 일에 <조선일보>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3일 (한나라, 親朴 품고 '새누리' 간판 거는 걸로 승부 못해) 제목 사설에서 "'새누리당'이라는 새 당명도 마찬가지다. 이 당명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앞세우는 보수 정당이라는 냄새도 맡기 어렵다"며 "새 당헌(黨憲) 속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아예 빼고 싶어 했던 한나라당 심리의 연장선상에서 작명(作名)한 듯한 느낌"이라고해 정체성 없는 이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포털 다음 블로그인 <다음뷰>에도 '새누리당' 관련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비판입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면서 껍데기만 변하겠다"는 질책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좋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마음에 안 들지만 모르는 사람 없어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한나라당이 새로운 당명으로 새누리당을 확정한 2일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이 '마음에 든다'는 의견(21.2%)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38.0%)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습니다.(출처 : [여론조사] "한나라당 새 당명, 마음에 든다" 21.2% - 오마이뉴스)

 

5명 중 1명만 마음에 든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도 '마음에 든다'가 42.6%에 불과합니다. 통합진보당 지지층의 66.9%가 부정적으로 평가해 가장 높았고, 민주통합당 지지층도 52.1%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것이 마냥 새누리당이 손해보는 일인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이제 새누리당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기업이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기법입니다.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부각시킵니다. 쉽게 말하면 '막장 드라마'입니다. 막장드라마를 너도 나도 욕하면서 봅니다.

 

이틀 동안 새누리당은 패러디와 조롱, 비판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특정 정당 이름을 두고 이렇게 많은 반응과 관심을 보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당명 변경은 일단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기업체가 이름과 로고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단 이틀만에 새누리당을 시민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새누리당 이틀 만에 이름 대박났지만 두 달 된 통합진보당은?

 

출범한지 두 달이 되어가는 통합진보당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오마이뉴스>와 (사)한국미래발전연구원(원장 김용익)이 '리서치뷰'(대표 안일원)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5%이고, 다른 여론조사는 3~4%입니다.

 

지지율이 3~5%에 머물자 통합진보당 자유게시판에는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구별이 안 된"다며 "차라리 '민주노동당'으로 당명 바꾸자"고 주장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노출 빈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포털 다음에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을 검색했습니다. 뉴스 부분을 보니 지난 하루 동안 새누리당은 896건, 통합진보당은 234건입니다.

 

새누리당은 집권당이고, 통합진보당은 의석수 6명에 불과한 현실적인 차이도 있지만 이틀동안 언론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가 66.9%였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된 통합진보당은 지지율 3~5%에 머물고,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조롱과 패러디와 비판을 통해 엄청난 파급효과를 얻었습니다. 홍보는 제대로 한 것입니다.

 

공화당부터 이어져 내려온 새누리당은 이름만 바꾸고 알맹이는 전혀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강을 바꿔도 수구기득권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 이미지 변신은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야권 역시 본 받아야 할 것입니다. 야권이 본질을 지키면서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새누리당,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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