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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깨뜨리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는 법입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하고 함께 사는 세상이 열릴 때까지 우리들은 돌아와선 안 됩니다!"

 

한겨울 찬 바닥에서 부축받으며 일어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노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자후를 토하자 '희망뚜벅이' 글자를 가슴에 단 80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발걸음(희망뚜벅이)'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발대식은 재능교육 노조를 비롯한 전국 16개 사업장의 해고노동자들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과 시민단체에서 참여했다. 

 

1500일 재능 교사들의 싸움, '희망 뚜벅이'로 쌍용차까지 간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그간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보장받지 못하던 노동기본권을 얻기 위해 싸워왔지만 사측에서는 2008년 파업으로 맞서던 교사 12명을 해고시켰다. 이에 재능교육 지부 노동자들은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지난 28일부터 1박2일 동안 농성투쟁 1500일을 맞아 "이제는 끝내자"며 거리에서 희망캠프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재능교육 교사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오랫동안 싸우고 있다. 30일부터 시작한 '희망뚜벅이'는 재능교육 투쟁을 넘어 전국적인 연대를 넓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발언대에 오른 김혜진 희망버스 기획단 실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문제는 결국 한 사업장을 넘어서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16개 사업장 동지들이 함께 나서 이 길을 열게 되었다"며 "아직 우리들의 선택은 시작일 뿐이다, 이 길을 통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을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 '희망뚜벅이'에는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코오롱, 콜트-콜텍, 기아자동차, 세종호텔, 발레오공조코리아, 한국쓰리엠(3M), 유성기업, 풍산 등에서 복직투쟁 중인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기획단과 기륭연대 등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서 평택까지 뚜벅뚜벅... 응원단과 전국적 연대까지

 

'희망뚜벅이' 행진은 30일과 31일 서울 지역 투쟁사업장을 방문하고, 그 이후는 도보로 장장 300km에 이르는 경기 남부지역 장기투쟁 사업장을 돌아볼 계획이다. 이러한 행진에는 일반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행진단은 우선 2월 1일 경기도 과천의 최장기 투쟁사업장 코오롱을 방문하며, 2일부터 4일까지 콜트-콜텍 등 인천지역 사업장, 7일까지는 3M을 비롯한 안산 반월-시화공단의 공장, 8일부터 9일까지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 10일 유성기업을 지나 2월 11일 쌍용차가 있는 평택에 도착한다.

 

이번 행사에는 직접 행진에 참여하진 못하더라도 매체를 통한 홍보나 물품 조달로 연대하는 '희망뚜벅이 응원단'도 구성됐다. 배우 김여진, 연극인 맹봉학,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시인 김선우, 영화감독 변영주 등이 응원단장으로 함께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의 아버지 역할로 널리 알려진 맹봉학씨는 "처음 재능 문제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 생각했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곧 내 문제임을 알아서 오게 됐다"며 "우리들 마음이 이긴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껏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평택까지만 이루어지는 희망뚜벅이 행진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사업장을 돌며 '희망의 소금꽃나무 열매'를 모으는 행동도 2월 11일까지 이루어질 예정이다.

 

박성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대표는 "현재 전국 200여 곳에 투쟁현장이 있지만 오늘 참여한 사업장은 16개라 나머지 80%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며 "전국 사업장을 돌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함께 하도록 모든 힘을 동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희망뚜벅이, #재능, #비정규직,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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